특명, 반달가슴곰을 구출하라!

2011.11.09 |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1999년 6월 5일 환경의날에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서울의 북한산, 남산, 관악산, 도봉산 4개의 산에서 동시에 연출된 <반달곰 구출작전>. 전국적인 밀렵의 실태를 고발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녹색연합이 개최한 환경프로젝트였다. 미국 유학을 하고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보존을 주제로 작업하는 판화가 박훈씨가 아트 디렉터를 맡아 함께 한 생태문화 행사였다.

<반달곰 구출작전> 은 밀렵꾼을 피해 수도권 4개의 산으로 반달곰 1천 마리가 도망 다니다  포수들이 설치해놓은 올무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구출에 나선다는 가상현실에서 시작한다. 당시 환경운동 단체의 역량이나 규모에 비해 볼 때 엄청난 예산과 기획이 요구되는 행사였다. 또한 많은 시민이 참여해야만 하는 행사라 홍보도 매우 중요했다.

그 하루의 행사를 위해 그 전날 자원봉사자 수십 명이 4개의 산에 동원되어 깜깜한 산 속을 헤매며 반달곰 인형을 숨겨야만 했다. 낮엔 사람들 왕래가 많아 몰래 숨기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밤 10시가 넘어 시작한 작업은 새벽 날 밝을 때까지 해야만 했다. 정말 춥고 무서운 작업이었다. 그 많은 자원 활동가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행사였을 것이다. 물론 1000개의 인형을 단기간에 디자인해서 제작하느라 인형 공장도 비상을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 속에 시작한 구출 작전.

행사의 취지에 대해 홍보를 통해 미리 알았거나, 당일 현장에서 알게 된 참가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열심히 반달곰을 찾아 온 산을 헤맸다. 그렇게 발견한 반달곰을 올무로부터 구해내어 곰 인형에 쓰여 있는 고유번호와 구출자 이름을 본부실에 전화로 알린다. 현장본부실은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에 차려졌다. 그리고 현장의 상황은 당시 인터넷 사이트인 ‘나우누리’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현재 어느 산에서 몇 번째 반달곰이 구출되었다, 하는 중계가 지도에 표시되었다. 사람들은 그 상황을 인터넷으로 보며 아직 구출되지 않은 반달곰이 빨리 구출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자신들이 구출한 반달곰과 올무를 직접 본부실에 가져가면 작가는 반달곰의 몸에 사인을 해주고 선착순 100 가족에게 자신의 오리지널 판화를 1점씩 선물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수거해온 올무가 갤러리에 전시되고, 덫에 걸린 야생동물 모형을 제작한 설치 작품 1점과 어울려 야생동물전시회가 연출되었다. 반달곰을 구출해온 참가자들은 야생동물 전시회를 보며 다시 한 번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야할 지구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고, 야생동물보호 서약을 하기도 하였다.

“바삐 살아가는 도시인들로 하여금 자연의 아름다움과 환경의 소중함에 잠시나마 눈 돌리게 하고 싶다”고 작가는 말했다. 이제는 멸종위기에 처해 지리산에 일부러 방사하여 사람의 손으로 종을 보존해야 하는 반달곰. 하지만 눈을 돌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웅담 채취를 위해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좁은 철장 안에 살게 되는 수많은 반달곰이 있다. 이 곰들을 지키고 구해야 하는 의무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글 : 김혜애 (녹색교육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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