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만 명 지지 서명 ‘사육곰 산업 종식’, 국회가 응답할 때

2022.12.23 |

모든 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철저히 보호받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웅담을 위해 사육되다가 웅담 때문에 죽어야 하는 곰들이 있습니다. 서너 걸음이면 끝나는 좁디 좁은 뜬장, 오물 투성이 바닥, 녹슨 철창, 제대로 먹고 마실 수도 없는 환경에서 10년 이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육곰. 전 세계에 웅담채취를 위한 곰 사육이 합법인 나라는 단 두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과 우리나라.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불법에 노출된 동물

학대에 가까운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지만 이 곰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너무나 부실합니다. 곰들에게 닥친 더 큰 시련은 불법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부 중성화하지 않은 곰들로 불법증식을 벌이고 있는 농장에서는 좁은 사육장 안에서 새끼곰이 계속해서 태어나고, 또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낡고 좁은 사육장에서는 매년 곰 탈출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탈출한 곰들은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사살되고 맙니다.

얼마 전 울산 울주군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가 아직 생생합니다. 불법 증식으로 태어난 곰 4마리를 임대해 불법 사육시설에서 사육하던 부부가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들 부부는 사육장을 탈출한 곰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곰 탈출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2년 농장을 탈출했던 사육곰이 등산객을 물고 달아난 사고가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2019년에는 야영장에서 탈출한 곰이 발견되어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했습니다. 불법에 불법이 이어지는 상황을 방치한 사이 곰도 인간도 위험에 노출되어 왔습니다.

곰 사육 산업 종식

환경부는 지난 1월 26일 곰 사육 종식 선언 협약식을 맺었습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 곰 사육과 웅담 채취를 금지하고, 남아있는 사육곰에 대한 보호를 환경부, 곰 보호시설이 지어질 지자체, 곰사육농가협회, 시민단체가 모여 함께 약속했습니다. 큰 진전입니다. 하지만 이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 그리고 곰 사육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육곰 특별법’ 국민동의청원 2만 명 달성

2만 명의 국민이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아래 사육곰 특별법)을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지지했습니다. 사육곰 특별법은 곰이 부적절한 환경에서 사육되거나 학대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입니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이제 2026년부터 곰 사육은 전면 금지되고, 정부는 곰을 인도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또한 불법적으로 곰을 활용할 경우 엄벌에 처해집니다.

이제 국회가 응답해야 합니다. 국회는 지금 당장 ‘사육곰 특별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통과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더는 인간의 욕심을 위해 다른 생명을 착취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남아있는 웅담채취용 사육곰은 319마리(22년 11월 기준)입니다. 잔인하고 비극적인 곰 사육 산업이 이 땅에서 뿌리 뽑힐 수 있도록, 한 마리의 곰이라도 더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회의 관심이 더욱 절실한 때 입니다.

글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박은정(070-7438-8503, greenej@greenkorea.org)

이 글은 오마이 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omn.kr/223j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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