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반도 반달가슴곰의 두 가지 운명

2023.03.13 |

녹색연합 야생동물기록단(4)-반달가슴곰

3월 3일은 세계야생동물의 날입니다. 세계야생동물의 날은 1973년 3월 3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채택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녹색연합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 함께 [멸종위기 야생동물 기록단]을 모집하여 멸종위기 야생동물 5종의 서식지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완성하였습니다.

5회에 걸쳐 한겨레 인터넷판과 녹색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산양>, <사향노루>, <수달>, <반달가슴곰>, <담비> 취재 결과를 연재합니다.

청주동물원에서 촬영된 반달가슴곰

한반도에는 두 종류의 반달가슴곰이 있다. 야생 반달가슴곰과 사육 반달가슴곰이다. 야생 반달가슴곰은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2000년 11월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이 진주MBC 취재진에 의해 국내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자해 반달가슴곰 복원에 나섰다. 국립공원공단에는 곰을 복원하기 위한 연구 및 관리 인력이 50명이 넘는다. 국내 야생동물 중 가장 많은 예산과 손길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사육 반달가슴곰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정부가 농가 수익을 증대하기 위해 수입해 온 반달가슴곰 300여 마리가 아직 농장에 남아있다. 복원 중인 야생 곰은 한반도 토종 곰과 같은 종인 우수리아종이지만 사육곰은 일본, 대만 쪽에 살던 해양계 반달가슴곰이다. 아종(서로 교배해 생식능력이 있는 자손을 재생산할 수 있으나 서식지 차이 등의 이유로 자연적으로 교배하지 않는 집단)인 두 반달가슴곰의 운명은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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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청주동물원을 찾았다. 그곳엔 4년 전 구출된 반달가슴곰 ‘반’ ‘달’ ‘들’이 있었다. 반이, 달이는 2018년 12월에, 들이는 2019년 9월에 강원도 동해의 사육 곰 농장에서 구조돼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태어나 5년간 가로세로 2m의 철창 안에서 살다가 처음 흙을 밟았다. 당시 이송을 도왔던 녹색연합 박은정 팀장은 살도 찌고, 털에 윤기도 흐르게 된 반, 달, 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철창에 살며 생긴 정형행동(주로 사육되는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반복적이고 목적 없는 행동)도 많이 줄었다.

청주동물원에서 촬영된 반달가슴곰

구조에 참여했던 김정호 진료 사육팀장은 “곰들끼리 씨름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곰은 원래 혼자 사는 동물이지만 자극이 없는 환경에서 서로가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곰을 돌보는 전은구 사육사는 “처음에는 곰들이 뜬 장 같은 좋지 못한 환경에 살다와서 이 곳 환경에 적응이 어려웠다. 흙을 밟아보고 나무를 긁어보는 걸 잘 못했지만 차차 본성을 발휘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조되지 못한 철창 속 사육곰 300마리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300여 마리의 사육곰이 철창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한때 곰의 웅담 채취가 합법이었다. 1981년 정부는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곰 수입을 허용했다. 이때 일본, 대만 등지에서 재수출 목적으로 총 493마리를 수입했다. 1985년 국제적 멸종 위기 종인 곰 보호 여론이 높아지면서 수입이 금지됐고, 1993년에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수출 길도 막혔다.

2014년 정부와 환경단체·농가 등의 합의로 사육곰 증식 금지 사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사육곰 농장에 중성화 수술 혹은 전시 관람용으로 용도 변환을 제시했다. 2017년 사업 완료시까지 총 967마리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용도 변환을 택한 사육곰 농장에서 여전히 불법 증식이 일어나고 있다. 농장이 내야 하는 벌금은 웅담 채취로 얻는 수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

청주동물원에서 촬영된 반달가슴곰

지난 1월 환경부는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서’를 발표해 2026년부터 곰 사육과 웅담 채취를 전면금지하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육곰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과 비슷한 공간인 생츄어리(Sanctuary·야생 동물 보호구역) 조성도 준비 중이다. 2024~2025년 구례군과 서천군에 생츄어리가 완공될 예정이다. 시민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서도 약 10만㎡ 규모의 생츄어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생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2004년 러시아, 중국, 북한 등에서 들여온 우수리아종 곰을 지리산에 방사하면서 본격화했다. 처음 복원사업을 시작했을 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20년까지 50마리(최소 존속 개체군)를 목표로 제시했다. 복원 사업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 방사된 개체들의 생식으로 지리산에서는 4세대 곰이 탄생했다. 그 결과 현재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은 79마리로, 적정 개체수인 78마리를 넘어섰다.

삶의 터전인 지리산을 3번 나간 것으로 유명한 오삼이(KM-53)는 자꾸 수도산에서 발견돼, 세 번째 방사 때부터는 수도산으로 돌려보내졌다. 그렇게 덕유산, 가야산, 수도산으로 서식지가 확대됐다. 애초 환경부는 2018년에 종 복원 사업을 서식지 보호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박은정 팀장은 “지리산은 서식지 파편화가 심각한 지역이라 반달곰 복원 사업에 알맞지 않다”며 “서식지 안정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체 수가 계속 늘어나 곰들이 살던 곳에서 벗어나 다른 서식지를 찾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환경부는 반달곰 복원사업을 개체 수 불리기에서 서식지 관리로 전환했다. 새롭게 발표된 ‘제2차 반달가슴곰 복원 로드맵’은 수도산 권역 신규 확산 개체군 조성과 안정적 서식지 관리, 인간-반달가슴곰 간 공존문화 조성 등을 중심으로 한다.

사육 반달가슴곰과 야생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 위기종에 속하지만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모두 서식지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다. 반달곰이 안정적인 서식지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거기서부터 인간과 사육곰, 인간과 야생곰의 공존이 시작된다.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

반달가슴곰은 동부 시베리아, 중국, 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지리산 등지에 분포한다. 과거엔 한반도 전역의 고산지대에 서식했으나 웅담을 노린 밀렵 등으로 현재는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329호로 지정됐다. 국제적으로는 CITES 부속서Ⅰ에 등재돼 있다. 몸 전체가 광택이 나는 검은색이고 앞가슴에는 반달모양 흰 무늬가 있다. 무늬는 개체마다 천차만별이다. 잡식성으로 식물의 잎과 열매, 벌레, 물고기나 조류의 알과 새끼를 먹는다. 입동을 전후해 겨울잠을 자고 다음해 3월 잠에서 깨어나 활동한다. 평균 수명은 약 25년이다.

야생동물기록단 손다인

담당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김원호(070-7438-8523 / democracist@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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