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후기] 2023 동서트레일 3Day를 다녀오다

2023.10.31 | 고산침엽수, 산양, 생태계보전

2023 동서트레일 3Day 참가자 조동준

 ‘백패커의, 백패커에 의한, 백패커를 위한’ 이 문장에 동서트레일이 만들어진 취지와 의미가 모두 들어있다. 한국의 백패커, 트레커, 산악인, 시민단체가 자발적인 지원과 활동을 통해서 849km에 달하는 길을 다른 백패커들을 위하여 계획하고 걸으며 길을 잇고, 산림청에 제안하여 공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재밌는 길이다. 외국의 경우는 역사가 있거나, 국가가 만들어 조성하는 형태가 많은데, 이 트레킹 길은 자원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기부하여 만든, 우리 선배님들께서 직접 땀의 경험을 녹여내 만든, 다른 의미로 역사적인 트레일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동서트레일은 완공되지 않았다.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고, 동쪽 끝 울진의 55구간인 ‘우리금융길’만 열려 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시작점이고 고작 몇 개의 구간이지만 트레일의 자연경관과 편의시설, 거점마을 등에 감탄하게 되고, 앞으로 만들어질 길을 기대하게 되곤 한다.

내가 이번에 참여한 ‘동서트레일 3Day’ 행사는 55구간을 포함하여 미공개 길까지 약 50km의 길을 걸어보는 베타 테스터 격의 행사였다. 이제 막 시작되는 터라 갈 길은 멀지만, 개통된 길을 걸으면서 완공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베타 테스터만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참여 인원은 15명. 자연을 사랑하고 어우러지는 것을 하던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누구 하나 서로를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고 나눔을 아끼지 않으며, 자발적으로 서로와 친해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좋은 곳은 좋은 기억과 사람과의 추억를 남긴다는 생각도 절로 들게 한다. 행사가 끝난지도 벌써 2주가 넘은 지금 시점에도, 단체 카톡방에서 단 한명도 나가지 않았고, 아직도 매일 글이 올라오며 활성화되고 있다. 그만큼 이번 행사가 즐겁고 좋았던 기억이고, 놓아주기 힘든 추억이며 다시금 모이는 것을 바라는 걸을 시사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쩌면 이렇게 사람이 이어지게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

트레킹 길에 대해서, 55구간 길은 한국 특유의 잘 정비된 길이 많았고, 트레킹을 하기 안전한 길이 대부분이었다. 이정표와 구조물들이 잘 되어 있었고, 읽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설명판도 많았기에 딱히 부족함이 없는 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길에서 볼 수 있는 자연 경관은 다른 곳과도 사뭇 다르다고 느껴진다. 그 이유로는 ‘생태경관보전지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라는 생소하고 어려운 이름의 지역이 있기도 하고, 시골이기에 가로등이 많지 않아 쏟아지는 별빛과 은하수를 볼 수 있고, 이렇게 물이 깨끗할 수 있나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맑은 왕피천길도 있다. 또, 지난해 발생한 울진 산불의 아픔도 함께 느낄 수 있던 구간도 있어서 환경보호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접 눈으로 보고 안타까워하며 자연보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구간도 있다. 그렇게 산과 계곡, 지역, 사람들이 모두 어우러져 있는 트레킹 길이다. 속세에 지칠 때면 나를 달래 줄 수 있는 힐링과 배움의 풀패키지가 될 수 있는 트레킹이었다. 다만, 아직 열리지 않은 길에 대해선, 앞으로 나아지겠지만 차도와 트레킹 도로의 구분이 없어서 위험한 구간들도 종종 보인다. 그리고 아직 정비되지 않은 산길도 있기에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자에게는 아직 섣불리 도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번 행사 참가자 대부분의 의견은 생각보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도로가 많아서 다리에 피로감이 생각보다 상당하다고 느껴져, 너무 산악용의 딱딱한 신발보단 트레킹 용도의 신발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 주의점이 되겠다.

비록 짧은 구간,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가 다녔던 길과는 달랐고 내가 하던 백패킹 스타일과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나눴기에 많은걸 느끼고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또는 아직 인간의 손길이 크게 닿지 않은 숲길과 트레킹 도로를 다니며 자연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보호하여 더 즐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렇게 한명한명 길을 다니며 조금씩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분명 조금이라도 세상은 어제보다 오늘,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앞으로의 동서트레일의 모습과 새로 생겨날 문화에 가슴이 벅차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경험하며, 나처럼 두근거리며 완공을 응원하고 기다리길 바래본다.

2023 동서트레일 3Day 참가자 김양균

동서트레일은 울진 망양정 에서 ~ 태안 안면도까지 이르는 849km의 국가 숲길이며 기존의 옛길과 자연을 최대한 훼손 시키지 않는 연결로 산과백패킹을 좋아하는 자연인들에게 공간을 허용하고 우리는 그 길에서 과거, 현재, 또 미래의 시간들을 함께 기억하고 기록해 나아 간다. 내가 걷는 길을 잘 지켜내는 것이 가장 먼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서재철 전문위원님의 안내로 트레일을 시작한다

울진 망양정 해수욕장에서 출발 전 찍은 단체 사진

황금 들녘길을 오전 내내 걷는다

배낭을 내리지 않고 쉬는 참가자들

왕피천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생태탐방 둘레길 안내판

옛 보부상들이 ‘한티재’를 넘을 때 기도를 올린 곳이라고 한다

시멘트 길을 벗어나 드디어 숲길로 진입

트레일 시작 후 첫번 째 단체 사진, 한티재

동서트레일의 묘미인 숲길을 만나게 된다

산 넘고 개울 넘는 참가자들

첫 숙영지 하원리 도착

운영진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1일차 소감을 나눈다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해서 걱정되었던 둘째 날 아침, 출발 전에 단체 사진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인 불영계곡의 모습

지역주민께서 내어주신 공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가장 힘들었던 구간을 스틱없이 오르는 참가자들

너무 잘 걷는 참가자들 빗속의 힘든 구간을 통과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임도 구간

금강송의 유래를 들으며 긴 휴식을 취한다

금강송 숲길은 힐링 그 자체였다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산이 온통 불탄 흔적에 마냥 즐거울 수는 없었다

두천리 마을 야영장 이른 도착, 다들 장비가 젖어 같은 맘으로 바삐 움직인다

두 번째 밤에 찾아온 행운! 한국에서 가장 맑은 별천지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가자 김명진님께서 찍은 사진

자연 그대로의 숲길을 느끼는 시간

마지막 보부상들의 지겟길에 도착, 옛 사람들이 디뎌온 흔적을 따라 걸으며,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분들의 인내의 시간을 함께 견디고 있음을 느꼈다

소중한 시간들, 위대한 동행들의 성취를 모아 기록해 본다. 동서트레일, 백패킹을 공식적으로 허용한, 백패커들이 지켜 나아가야 하는 백패커의 친구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진짜 우리 모두의 동서트레일 849km의 숲길 !! 그 첫 시작 울진 55구간을 함께 한 모든 동행들과 옛길을 지켜온 선인들, 그리고 미래를 함께 걸어갈 자연인들에게 감히 우리의 작은 흔적을 남깁니다.

문의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김원호 (070-7438-8523 / democracist@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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