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응봉산에 야생동물탐사단이 떴다! 녹색연합은 지난 10월 21일과 22일 1박 2일간 시민참여자분들과 야생동물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야생의 존재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법을 알고 싶어서, 덕풍계곡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만나고 싶어서, 생태적인 삶을 고민하고 있는데 영감을 받고 싶어서,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지인이 추천해서 등등! 다양한 동기를 가진 참여자분들과 만나 삼척 응봉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흔적을 조사하며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고민을 이어간 시간이었습니다.
삼척 응봉산은 작년에 발생한 울진삼척 대형산불의 주 피해지 중 하나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산양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담비의 대표적인 서식지입니다. 특히 동북 아시아에 서식하는 산양의 세계 최남단 서식지로서도 그 중요성이 큰 지역입니다. 작년에 발생한 대형산불이 산양의 서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콩이다!” 한 참을 땅만 보며 걷던 참여자분께서 외쳤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양 똥이 가득합니다. 산양은 같은 장소에 배설하는 습성을 지녔습니다. 천 여개가 넘는 산양똥이 발견되는 곳을 산양의 “똥자리”라고 부릅니다. 똥자리를 발견한 흥분도 잠시, 각자 역할을 나눠 기록을 진행합니다. 야장과 스마트폰, 휴대용 줄자를 꺼내 GPS 좌표와 고도를 확인하고 주변의 식생을 기록한 뒤 배설물의 크기와 형태, 대략적인 갯수를 기록합니다. 이렇게 모인 자료는 산양 서식지의 변화와 현황을 알리는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삵의 배설물도 발견하였습니다. 잘 살펴보니 작은 동물의 뼛조각이 보입니다. 조류나 작은 설치류를 사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기척에 놀라 몸을 숨기는 땃쥐와 산양 똥을 집은 채 이동하고 있는 보라금풍뎅이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만연한 단풍과 맑은 하늘에 감탄하며 조사를 시작한 야생동물탐사단은 조사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는 내내 땅을 바라보며 또 다른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울진삼척의 산불 피해지는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악화되어가는 생물다양성을 막아내고 지켜내기 위해 더 많은 관심과 고민을 함께 하자는 야생동물탐사단의 다짐을 기억하며 일상에서 우리의 활동이 이어져나가기를 응원해 봅니다.
✓ 야생동물탐사단 13기 김민영님의 후기
야생의 동물들은 어디에서 잠을 잘까? 누구와 어울리나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의 자취를 찾아가 본다는 것이 신기하고 궁금하였습니다. 탐사를 하는 동안 야생동물을 마주칠 수 있을까? 어떤 신기한 발견이 있을까? 온갖 상상하는 마음과 일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존재와 교류된다는 설레임이 컸지요. 탐사과정은 상상했던것 만큼 로맨틱하고 동화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들과 마주칠 리 없었고 그 흔적을 찾는 일은 그저 그들의 배설물에 의지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대체 이 작고 아리송한 배설물을 찾고 기록하는 일이 이 거대한 산속에 사는 야생 동물의 생태를 어찌 일러준단 말인가. 머리로 갸우뚱하지만 어느 샌가 저 역시 이 똥 저 똥을 찾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발견은 제 마음 안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숲속에, 산속에, 물속에,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지, 이렇게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것들이 조금은 구체화되었다고 할까요. 산에 들 때 아름다운 숲, 하늘, 나무, 나의 운동량 이것만이 아니라 누군가 살고 있는 그들의 집을 방문한 것이라는 것이 더욱 생생해졌습니다. 야생동물탐사는 생각과 가치의 조각들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었고 이것을 일상으로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가져와 주게 하였습니다. 카메라라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한, 똥을 쫓으며 그들의 생태를 파악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감각은 참으로 한계가 있고 불완전합니다. 하지만 그 부족함으로 다른 생명들과의 연결을 시도하는 마음과 정신은 위대하다고 새삼 느꼈습니다. 야생동물탐사는 끊임없는 연결의 시도를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활동가들이 심어준 씨앗을 담아온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동네 뒷산 산책길에 어떤 똥들이 남겨져 있을지 유심히 살펴보게 될 테니까요.
자연은 내가 느끼고 즐기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다른 여러 생명종들과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고 그들이 우리가 모두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는 태어나면서 그 어느 것 하나도 내 것인 게 없다는 현실. 그렇기에 지구상의 다른 종들과 어떻게 어우러져 살 것인가 하는 고민.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멀리 생각하는 힘은 일상에서의 이런 작은 연결이 만들어준다고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온 산들이 울긋불긋해지는 이 가을 초입에 저는 참으로 특별한 똥을 만나고 왔습니다.
✓ 야생동물탐사단 13기 김효원님의 후기
저는 한국에 산양이 서식하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모니터링에서 실제로 산양이 누고 간 배설물을 관찰할 수 있었고, 산양의 배설물을 돌돌 굴려가는 보라금풍뎅이와 담비, 너구리, 오소리, 멧돼지, 고라니들이 숲에서 공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그들 중 대다수가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져 있다는 현실에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같은 장소를 걷고, 흔적을 보고, 무인센서카메라에 찍힌 모습들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신기했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땅이 단지 자본화하여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종들이 공존하며 나누어야 하는 존재인 걸 피부로 감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귀중한 경험을 기획하고 신경 써서 진행해주신 선생님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 사진으로 보는 야생동물탐사단 13기 활동
문의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김원호 (070-7438-8523 / democracist@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