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기다렸다가 성사된 울진 여행이었습니다. 지난해 갑작스런 폭우로 연기 아닌 취소가 된 후 1년을 꼬박 기다렸습니다.
활동가님들과 회원님들에 대한 막연한 반가움을 안고 집에서 출발~
6시 59분 전원 버스 승차! 5시간을 이동해서야 만난 울진.
드디어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3구간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전날 비로 기온은 뚝 떨어지고 바람 또한 바람답게 불어주었지만 모든 것들이 마냥 상쾌하고 청명하기만 하였습니다~
각자 간단한 소개와 조별이름을 짓고 숲 오솔길로 들어섰습니다. 맑은 하늘은 머리위로 펼쳐지고 고요한 물소리와 단풍이 곱게 든 숲. 그 속 작은 오솔길을 여럿이 함께 가되 홀로 고요히 천천히 걷는 듯 숲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지금 여기 내가 있는 이 곳! 보고 듣고 느끼는 이 공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내 금강소나무숲길. 우리 전통 소나무 원형을 가장 완전하게 보전하고 있고, 광활한 숲의 뛰어난 경관. 다양한 생물과 산양들의 최남단 서식지. 공간에 대한 이해는 그 속에서의 모든 생명체와긴밀하고 촘촘한 관계 속에서 공존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고 그런 확신은 애정과 신뢰감으로 상승되며 지속가능함의 모색으로 깊어감이 느껴졌습니다.
숲에서 빛과 공기와 나무와 사람이 어우러져 펼쳐지는 멋진 광경들을 사진에 담고 때론 가슴에 담고 눈에도 담으며, 맛난 것도 나눠먹고 대화하면서 웃고 설명 들으며 숲길의 탄생과 성장을 깊게 이해하고 소나무도 안아보고 등등…..
아쉽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두천리로 이동. 정갈하고 소박하나 푸짐한 저녁을 먹고 사라진 십이령길이 “금강소나무숲길” 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어떠한 과정과 고민과 치열한 실천이 있었는지에 대한 생생하고 생명력 넘치는 배제선 활동가님의 강의는 가슴으로 얘기하고 가슴으로 듣는 연대와 소통과 공감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삼척과 더불어 가장 많은 산양이 서식하는 이곳 울진에서 산양의 보호활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임태영 활동가님이 상세하게 강의해 주셨습니다.
산양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은 점점 좁아지고 위험해지고 겨울이 오면 먹이활동도 어렵고, 어렵게 구조된 산양이 안전하게 치료 받는 것 또한 여의치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임태영 활동가님은 산양들의 서식지 보호라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보호활동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산양들과 그들의 서식지 사이엔 어떠한 논리도 명분도 내세워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산양이라는 생명체의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멋진 산양친구들이 그들의 터전에서 안전하고, 혹독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의연하게 잘 살아주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
다시 만난 금강소나무숲길. 금강 소나무숲길1구간 탐방과 산양조사를 위해 설치한 무인카메라를 확인했습니다.
보부상들의 애환이 서렸던 숲길은 그렇게 그들의 삶을 품어주더니 지금은 두천리 주민과 함께하며 두레 품앗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네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쉬는 길로 거듭나고 현재 삶의 현장으로 오늘도 묵묵히 숲은 숲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자기 몫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러다보면 ‘공존이라는’, ‘지속이라는’, ‘함께’ 라는 문명의 화두가 풀어지지 않을까요? 희망찬 기대를 해봅니다. 모두의 덕분으로 너무나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허승은! 김수지! 활동가님 부족함 없이 챙겨주셔서 감사 감사합니다. 우리만큼 즐거우셨나요?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모든 우거진 숲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들이다“
글: 황혜성 회원/ 사진: 박경화 회원,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