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멸종위기종 사향노루 포착, 서식지 보호 대책 시급

2020.11.10 | 산양, 야생동물

민통선 이남 지역에서 멸종위기종Ⅰ급 사향노루 포착
– 2018년 환경부 서식 확인하고도 방치
– 환경부 멸종위기종 예산, 종 복원에만 치우쳐
녹색연합 무인센서카메라에 촬영된 사향노루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6호 사향노루의 주·야간 활동 모습이 녹색연합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되었다. 민통선 이남 지역에서 민간의 카메라에 사향노루의 주간활동 모습이 이처럼 뚜렷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인카메라 속 사향노루는 얼굴부터 다리까지 선명한 흰색 줄이 이어져 있으며, 길게 뻗어나온 송곳니로 보아 수컷임을 알 수 있다.

사향노루는 심각한 절멸위기에 처해 있다. 고급 약재와 향수의 원료로 쓰이는  ‘사향’ 을 노린 남획과 밀렵이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과거 전국에 걸쳐 분포했지만 현재는 강원도, 비무장 지대 일대 30여 개체만이 남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향노루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216호에 해당하며 국가적색목록 위급(CR),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취약(VU) 등급으로 지정되어 국내외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녹색연합이 사향노루 서식을 확인한 해당 지역은 백두대간 추가령에서 분기하는 한북정맥이 생태축을 이루는 곳이다. 산림생태계가 우수하고, 한국 특산식물과 주요 희귀식물뿐만 아니라 산양, 수달,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지다. 녹색연합이 설치한 무인센서카메라에는 사향노루 뿐 아니라 멸종위기종 산양, 담비 등의 모습도 함께 촬영되었다. 생태적 보전가치가 큰 해당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와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야생생물보호법] 제27조제1항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야생동식물 특별보호구역 등을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를 위해 지정된 야생동식물 특별보호구역(진양호 일원 1개소,약26.2㎢)은 한 곳 뿐이다. 

  • 멸종위기종 보전 정책은 뒷전, 종복원 사업에만 열올려    

민통선 이남 지역 사향노루 서식은 2018년 환경부가 이미 확인한 바 있다(2018, 국립생태원). 당시 환경부는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도 배포하였으나 이후 보호 정책은 고사하고 관련된 연구나 추가적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절멸위기에 처한 사향노루 서식을 확인하고도 손을 놓고 있던 환경부는 정작 다른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대형 포유류를 복원해 국립공원에 방사하는 종 복원 사업이다. 

올해 환경부 멸종위기종 관련 예산 60억 가운데 53억이 종복원 예산이다. 그마저도 반달가슴곰, 여우, 산양 3종의 복원 사업에 대부분 투입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총 267종이다. 주요 복원종 3종을 제외한 264종에 대한 연구와 보호 대책 수립에는 7억, 전체 예산 중 약 11%만 쓰여지고 있다.

사향노루 서식지 분포지도(출처: DMZ에 멸종위기종 101종 포함 야생생물 5,929종 서식, 국립생태원 보도자료, 18.06.14)

내년 예산도 마찬가지다. 환경부 멸종위기종 관련 예산 가운데 증액된 20억 원 대부분이 종 복원 예산에 투입된다. 전체 예산에서 개체 증식 목표에 도달한 반달가슴곰, 산양에 대한 종 복원 비용이 50%에 육박한다.  보호 및 연구에 대한 예산은 2억원이 늘었을 뿐이다.

<환경부 멸종위기종 관련 예산>

구분‘20년(백만 원)‘21년(백만 원)
멸종위기종 관련 예산6,0978,182
멸종위기종 보호 및 연구 예산(복원 외)729944
멸종위기종 복원 예산(총액)5,368
– 2,173(반달가슴곰)
– 1,250(여우)
– 700(산양)
7,238
– 3,000(반달가슴곰)
– 1,800(여우)
– 1,200(산양)

  •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개원 3년, 달라진 것이 없다

국립공원 외 지역의 자연서식지 방치와 국립공원 중심의 기울어진 종 복원 사업에 대한 우려, 과학적 근거와 체계없는 종 복원 사업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자 환경부는 종 복원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며 영양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약 8백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그러나 개원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국립공원공단 산하 국립공원연구원이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2021년 국립공원연구원 예산은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컨트롤 타워를 수립하겠다며 만든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3배다. 대부분 종 복원에 투입되는 예산이며 야생 생물의 자연서식지 보전 및 연구를 위한 금액은 거의 없다. 

구분‘20년(백만 원)‘21년(백만 원)
국립공원공단(국립공원연구원)4,9126,833
멸종위기종복원센터1,8312,766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울진·삼척 일대의 산양 서식지(100개체 이상이 서식하는 울진삼척 지역 산양서식지 방치, 월악산 등에 100개체 증식 목표로 복원 사업 진행) 보전을 위한 인력과 연구 예산은 거의 없다. 국립공원 외 지역이라는 이유로 홀대하던 산양 서식지와는 달리 2019년 KM53이 수도산에 정착했다며 관리 명목으로 국립공원연구원 분소를 만들겠다는 공단의 요구에는 30억의 예산을 즉각 승인했다. 

현재 환경부는 반달가슴곰을 비롯하여 우선복원 16종에 관한 2차 로드맵을 수립 중에 있다.  지난 과오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종 복원 사업의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보전과 복원은 국립공원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멸종위기종 복원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존의 서식지를 없애고, 국립공원 내 개체 수 증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설립되었다. 당초 목표였던 독립기관으로 출범하지 못한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국립공원연구원 불협 화음은 안팎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후위기는 자연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우리 사회의 일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 유행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 보전은 더욱 중요해졌다. 멸종위기종 복원은 한 종의 멸종과 복원이 가져오는 생태계의 변화,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통합적으로 연구되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방면에서 앞으로 환경부의 역할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산발적인 산하 조직의 재편은 필수다. 각 기관들은 이제 자신의 조직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시각을 버리고 기후위기 대응과 한반도 전체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공동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국립공원 중심의 중대형 포유류 복원 사업의 한계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포함해 산양, 여우 등의 중대형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은 그동안 환경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반달가슴곰은 이제 지리산 국립공원의 명물이 되었고, 환경부는 이를 우리나라 종복원 사업의 큰 성과로 꼽는다. 그러나 복원 사업은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아왔다.
 
반달가슴곰
2004년부터 러시아, 북한, 중국 등을 통해 들여온 48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지리산국립공원에 방사됐다. 실제 이 도입종 가운데 14마리만이 지리산 국립공원에 적응하는 데 성공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폐쇄적으로 진행되던 국립공원연구원의 반달가슴곰 종 복원 사업은 ‘KM53’의 장거리 이동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환경부는 어쩔 수 없이  개체수 늘리기에서 서식지 안정화라는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산양
산양 복원 사업은 더욱 심각하다. 울진·삼척 지역은 우리나라 산양의 자연 서식지이자, 아무르 산양의 세계 최남단 집단 서식지로 학술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2007년에 이미 환경부는 이 지역에 100개체 이상의 산양이 서식한 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36번 국도로 인한 서식지 단절과 고립으로 인한 로드킬, 2010년 기록적인 폭설에 의한 25마리 집단 폐사와 같은 위협이 지속됨에도 환경부는 울진·삼척 지역 산양 보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10년부터 지난 10년 간 울진에서 굶어죽거나 로드킬을 당한 산양은 총 58개체다. 이런 상황에 환경부는 엉뚱하게도 국립공원에 산양을 복원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100개체 증식을 목표로 월악산 국립공원 등에 인위적으로 산양을 방사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환경부는 산양의 자연서식지를 비롯한 국립공원 외 지역의 야생동물 서식지 보전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지적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우
붉은여우 복원 사업은 2012년 경북 영주시에 중부보전센터를 설립하고 중국 동북부에서 원종을 도입하면서 증식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소백산 지역에 방사한 개체 중 46마리가 생존하고 있다. 그간 야생에서 죽은 여우는 41마리다. 밀렵 도구인 올무나 창애에 걸려 죽은 것과 로드킬이 대부분이다. 여우는 복원을 위해 도입한 원종에 대한 논란부터 소백산 국립공원이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왜 적합한 방사지인지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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