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야생동식물보호법

2005.02.16 | 생명 이동권

2004년 2월에 제정된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지난 2월 10일부터 시행되었다. 녹색연합은 자연환경보전법과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로 이원화되어 있던 야생동식물관련 법이 하나로 통합·관리되는 법체계를 갖추게 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번 법 시행을 통해 야생동식물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보전문화가 향상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녹색연합은 현행 법령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서식지파괴나 포획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종이 존재하고, 야생동식물보호법 목적에 위배되는 내용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첫째, 충분히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령 정의상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되어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감소되고 있어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아니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되지 않은 종은 ‘포획금지’와 ‘먹는 것 금지’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보호 장치도 없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종이 꼬리치레도롱뇽이다.  1등급 청정 핵심수원에서만 서식하는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환경지표종으로 녹색연합은 꼬리치레도롱뇽 전국실태조사를 통해 꼬리치레도롱뇽이 4대강 상수원 보전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 종은 포획되는 야생동물이라기 보다는 각종 국책사업에 의해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이 큰 문제이다. 따라서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생태적 가치를 인정한 종에 대해서는 제6조(야생동·식물의 서식실태조사)에 따라 서식지, 서식현황, 생태적 특성, 주요 위협요인을 정밀 파악하고 그 보전 및 관리대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조사결과,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그 즉시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

둘째, 환경부는 4대강의 보전과 관리를 환경정책의 기본과제와 목표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천생태계의 지표종이자 깃대종에 해당하는 어류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거의 백지에 가깝다.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어류 분야가 거의 빠진 것은 이런 정책적 이중성과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물고기가 살지 않은 하천과 계곡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생태적 하천관리의 기본이 어류에 대한 보존과 관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환경부는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즉각 어류분야에 대한 대책을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담아야 할 것이다.
        
셋째, 법 전반에 규제는 강화되었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입체적인 홍보와 교육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다. 지난달 경북 봉화군 소천면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산양이 불법 포획된 사건이 있었다. 실제 우리나라 대다수 농촌지역 주민들은 야생동식물보호법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산양 불법포획에 대한 보도가 나가고 녹색연합에서 확인전화를 한 시점까지 주무부서에서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환경부는 밀렵단속을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 발송만으로 사건을 안일하게 처리했다. 대시민 홍보와 교육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넷째, 환경부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을 통해 인공사육중인 곰의 도살 년 수를 기존의 24년에서 10년으로 낮추었다. 이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밀렵된 야생동물을 먹는 자까지 처벌하면서 보신문화를 근절하고자 하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의 근본적인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내용이다. 정부의 첫 번째 실수가 전 세계적인 야생동물 보호 추세를 모른 채 1980년 초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곰을 수입 사육을 장려한 것이라면 두 번째 실수는 사육농가에 대한 아무런 보상이나 대책 없이 환경부가 24년으로 도살 연한을 정한 것이고, 세 번째 실수는 도살연한을 10년으로 낮추는 웅담거래 합법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지난 9월 발표한 ‘웅담거래실태조사보고서’를 통해 국내 거래되는 웅담 및 곰사육 농가에 대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강원도에서 살아있는 곰에 고무호스를 꼿아 쓸개즙을 채취해 판매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갔다. 한국처럼 사육곰 농가가 있는 나라는 중국과 베트남이다. 그러나 얼마 전 베트남은 장기적인 사육곰농가 폐쇄정책을 채택하고 단계적인 폐쇄방안을 마련해가고 있다. 중국 역시 곰농가에 대한 대책을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사육곰의 도살 년 수를 10년으로 낮춘 것은 한국의 잘못된 보신문화로 대표되는 ‘웅담’거래가 활발해지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으며 웅담에 대한 수요가 확장되면서 국외 불법 웅담수입과 몇 마리 남지 않은 야생반달곰에 대한 수요도 촉발될 가능성을 만들었다.

녹색연합은 환경부와 곰사육농가가 장기적인 곰사육 폐쇄 정책에 합의하고 그 과정에서 현재 있는 사육곰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관리, 사육농장 수와 사육곰 수 동결, 사육곰에 대한 대안 모색, 곰사육 농가 소득 보전 방안 마련 등을 포함한 장기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녹색연합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들을 해나갈 것이다.

야생동식물과 그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함으로써 멸종을 막고,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함과 아울러 사람과 야생동식물이 공존하는 건강한 자연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이 허점을 보완하여 그 취지대로 시행될 것을 촉구한다.

2005년  2월  17일
문의 : 자연생태국 야생동물 담당 이신애 (011-9735-4912, sihnae@greenkorea.org )

※ 녹색연합 홈페이지(www.greenkorea.org)를 통해 사진자료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