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왔고, 함께 살고 있으며, 함께 살아갈…

2010.08.10 | 생명 이동권

현재 백령도에는 약 4천 8백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일부 원주민을 제외하면 6.25 전쟁 때 피난을 오거나 월남한 기독교인과 그 2세대들이 터를 잡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백령도는 섬이지만 넓은 농경지 덕분에 논농사가 성행하고 있으며 고추나 백고구마, 다양한 잡곡 등 밭농사도 많은 지역이다. 백령도는 연간 약8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어민들은 봄철에는 까나리를 잡아 까나리액젓을 담그고, 봄/가을철에는 꽃게, 우럭, 놀래미, 장어 등이, 겨울철에는 전복, 성게, 홍합을 주로 채취한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이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따는 미역과 다시마는 쏠쏠한 부업이다. 백령도는 북한 땅이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가깝기 때문에 어선들의 조업 범위가 매우 좁다. 또 중국어선 수십 척이 북한 해역에서 싹쓸이 어망으로 조업하는 것을 속 타는 심정으로 바라만 봐야하는 한다. 최근에는 어획량도 줄어들고 있어 어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백령도에는 4천8백여 명 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는 제2의 주민이 있다. 바로 점박이 물범이다. 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 제331호(문화재청, 1982년)로 지정되어 있고,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환경부, 2005년)으로 지정되어 있는 우리 바다에서는 보기 드문 해양포유류다. 겨울철 중국 발해 만에서 번식하고 중국-북한-백령도 사이의 황해를 오가며, 봄~가을철에는 먹이가 풍부한 백령도 연안에서 서식한다. 1940년대는 약 8천 마리, 1980년대에는 약2,3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현재는 약 250~300마리만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동그랗고 호기심 많은 큰 눈망울과 뒤뚱거리는 몸매는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 이상규

녹색연합이 백령도 점박이 물범 보호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이다. 처음에는 물범 개체수와 서식환경을 조사하고, 중국 연구학자와 한국 연구학자, 정부기관 등을 초청하여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후 고래연구소는 당시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5년간 개체수 조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녹색연합은 보호구역지정이라는 규제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점박이물범에 대해 잘 알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백령도 지역주민 스스로 점박이물범 보호 주체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생태관광’을 제안하게 되었다. 그러나 백령도 어민들에게는 점박이물범이 그리 귀엽고 사랑스런 존재만은 아니다. ‘점박이물범 때문에 어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받는다. 물범이 하루에 잡아먹는 물고기량이 어마어마하다’(물범 때문에 어획량이 준 것 같은데…), ‘어망에 잡힌 우럭과 놀래미를 먹으려고 어망을 찢는다.’, ‘배낚시를 해서 올라오는 우럭을 물고 낚아채 가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며 하소연을 하는 분들도 있다. 또 일부에서는 “결국 환경단체는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그러면 어민들 생계는 어떻게 할 거냐,” “지금까지 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물범을 헤치지 않으니 이대로 살게 두어라.”라며 강한 어조로 항의도 하신다.

2007년부터 마을지도자들을 시작으로 다양한 지역주민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청소년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백령도 중고등학생, 선진지 답사를 통해 주부와 여성으로 구성된 생활개선위원회 점박이물범 생태해설가 양성과정 진행을 통해 일반 지역주민들을 만나왔다. 또 2009년에는 점박이물범 생태관광으로 적극적으로 백령도 농수산물 홍보하고 서울․인천권역 아파트 부녀회 등과의 도농교류를 진행하면서 지역주민들의 평가가 호전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체험하였다. 3~4년간의 다양한 노력으로 점박이 물범이 백령도의 자산이자 보호가 필요한 해양포유동물이라는 공감대를 조금씩 넓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녹색연합의 활동을 강하게 견제하는 지역주민들도 여전히 있다. 올해도 지역주민과의 만남을 위해 지역주민 대상으로 점박이물범 생태해설가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어촌계와의 대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최근 백령도는 천안함 사건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주민들의 시름을 함께 나누기 위해 ‘점박이물범 생태관광’과 ‘백령도 농수산물 홍보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점박이 물범은 침체된 백령도의 지역 활성화를 위한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고,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앞으로 백령도 주민들과 함께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 생각된다. 앞으로 점박이물범은 황해 바다의 생태계 지표종이 될 수 있고, 중국-북한-남한을 연결하는 평화의 사절이 될 수 있다. 50여 년간 남북 긴장관계의 정치적 지리적 상징이던 백령도가 미래의 황해시대를 맞아 ‘평화’와 ‘생명’이라는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지는 그 날을 상상해 본다.

글 : 김경화 (녹색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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