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새:친구 활동을 위해 7기 참여자들과 함께 지난 10월 15일 토요일, 태안에 다녀왔습니다. 77번 국도 태안 삼거리교차로 인근 방음벽에 새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했는데요. 참여자 수가 예전보다 많이 적었는데도 모든 분들이 한 사람 몫 이상을 너끈히 해주셔서 170여개 방음판에 스티커를 다 붙일 수 있었습니다! 7기 참여자 ‘제제’님의 후기를 나눕니다.🧡
💛새:친구 7기 참여자 제제님의 후기💛
부모님 따라 거의 매주 시골집에 가는데 이곳에서 새들이 짹짹이는 소리를 듣다 보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참새와 까마귀, 물까치와 멧비둘기가 가장 많지만 아주 종종 꿩을 보기도 하고 할미새나 또 알록달록한 작은 새들이 돌아다니는 걸 봅니다. 작년엔 작은 새들이 주차장에 둥지를 틀더니 올 여름에는 물까치가 둥지를 틀어 새끼들이 부화하는 모습을 보았고 새끼들을 지키느라 한껏 예민한 물까치 부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들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적도 있었습니다. 2년쯤 전 어느날 시골집에 갔더니 창문 아래에 새 한 마리가 죽어있었던 건데요. 너무 불쌍하고 미안해서 바로 인터넷으로 새 충돌을 막기 위한 방법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주변 풍경이 반사되는 걸 막기 위해서 무늬가 있는 레이스 커튼을 달았고 그 뒤로 다행히 충돌 사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새와 같이 살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가 최근에 도로변 방음벽에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한번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마침 구독 중이던 녹색연합 소셜미디어에 새:친구 공지가 올라와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전 강의를 통해 조류충돌 문제와 예방법 등에 대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더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는데요. 그 강의 중에 보여주신 사진 하나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한 주택 창문에 부딪혀 죽은 새였는데 입에 지푸라기 같은 걸 물고 있었어요. 집을 지으러 가는 길이었겠구나, 그러다 사람이 만든 집에 부딪혔구나 싶어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희집에 둥지를 틀었던 물까치도 생각났습니다. 물까치들은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배설물을 남길 뿐 저희집 주차장에 특별히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인간이 짓는 집은 너무 많은 생명체에 해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교육 다음날, ‘오늘의 현장’에 도착했더니 먼저 와 계셨던 활동가 가족분들이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 두 마리의 사체를 보여주셨습니다. 함께 참여한 분들 모두 우리가 힘내서 한 마리라도 죽지 않도록 하자고 마음을 모았던 것 같습니다.
척척 자기의 일을 찾아서 스스로 분업에 나섰습니다. 확실히 분업을 하니 빨랐습니다. 어떤 분업은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하는데 저희의 분업은 생명을 살리는 분업이었어요. 간식을 먹은 후에는 다들 익숙해져서인지 더 빨리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꽤 넓은 구역에 스티커를 붙이고 나서는 뿌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들이 저희의 스티커를 잘 발견하고 안전한 길을 찾아 날아다니길 바랐습니다. 한편으로는 스티커가 안 붙은 방음벽에선 여전히 충돌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조류친화적인 방음벽이 만들어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있었구요.
하루 빨리 많은 사람들이 조류충돌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예방적인 조치가 기본이 되면 좋겠습니다. 건축가가 되고 싶은 분들도 꼭 새:친구 활동에 함께 해보면 좋겠어요. 언뜻 보기에 유리창 건물이 아름답게 느껴질지 몰라도 수많은 생명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안다면 피 흘리는 건물을 만들고 싶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유리 건물을 지어 올린 건설사들은 지금이라도 속죄의 마음으로 새:친구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진지합니다!)
키가 작아 팔이 잘 안닿아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 너무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이 활동을 함으로써 확실히 어떤 성과로 나타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요.
기회가 되면 새:친구에 또 다시 참여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정리 | 녹색이음팀 유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