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야생동물기록단(3)-수달
3월 3일은 세계야생동물의 날입니다. 세계야생동물의 날은 1973년 3월 3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채택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녹색연합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 함께 [멸종위기 야생동물 기록단]을 모집하여 멸종위기 야생동물 5종의 서식지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완성하였습니다.
5회에 걸쳐 한겨레 인터넷판과 녹색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산양>, <사향노루>, <수달>, <반달가슴곰>, <담비> 취재 결과를 연재합니다.
수달이 도시 수변에 나타났다. 최근 전국 도시 주변 호수와 하천에 수달을 목격하는 사례가 늘었다. 비록 많은 개체는 아니지만 귀여운 수달의 모습이 눈에 띈다.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은 수질오염과 개발 등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랬던 수달이 한강부터 서울 중랑천, 여의도 샛강, 성남 탄천, 광주천과 오송호수공원 등에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달의 발자취를 따라
2월 초순 수달의 발자취를 찾아 충청북도 청주 오송호수공원을 찾았다. ‘오송수달가족지킴이’ 회원들과 현장에 동행했다.
“여기 여기! 수달 똥!”배설물이 이렇게 반가울 수 있을까. 호수와 이어지는 연제저수지 하류 돌다리 밑에서 수달의 흔적이 발견됐다. 어딜 가도 눈에 띄는 높은 돌 두 군데에는 수달 배설물이 있었다. 수달은 자신의 영역권을 표시하기 위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돌에 배변한다. 배설물은 최근 일주일 이내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5번 배설한 흔적이 있는 분변에선 뼛조각이 보였다. 수달의 배설물에서는 어류의 뼈가 자주 발견된다. 어금니가 많이 발달하지 않아 뼛조각이 으깨지지 않은 채 배설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곳 연제저수지 하류 돌다리는 수달을 목격했다는 시민의 제보가 잦은 곳이다. 수달이 먹기 좋은 어류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수달 서식지와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상류로 이동했다. 혹시라도 수달을 직접 볼 수 있을까 싶어 곳곳을 살폈지만 볼 수 없었다. 수달은 야행성이라 낮에는 보기가 쉽지 않다. 이런 공원에서 수달은 낮에는 나무 데크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밤에 물가로 나와 먹이활동을 하며 이동하는 경향을 띤다. 연제저수지 상류, 나무가 많고 인적은 드문 곳에서 멈춰섰다. 이곳에서도 수달의 분변이 발견됐다. 마찬가지로 튀어나와 있는 돌 위였다.
그렇다면 오송호수공원에 수달이 둘 이상 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연제저수지 상류부터 하류까지는 약 2km. 한 마리의 활동 반경에 해당한다. 수달의 활동 반경은 직선 기준 수컷은 15km, 암컷은 7~8km다. 하류에 흔적을 남긴 수달이 상류까지도 활동할 수 있다.
생태계 지표종 수달
수달은 하천과 호수의 깃대종(특정 지역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이다. 물가에 사는 대표적인 포유동물이다. 수달의 등장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수달이 서식하는 자연의 생태계는 잘 보존되고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수달은 수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자연 생태계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중간 포식자를 조절해서 하층부 생태계 다양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중간 포식자는 생태계 교란종인 배스 등 외래종이다. 수달은 우리나라 하천에서 토종 어종이 상대하기 어려운 외래종을 포획하는 역할을 한다.
70~80년 전까지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던 수달은 과거 모피를 위한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한국전쟁 이후엔 남획과 하천 오염으로 인한 먹이 감소로 더욱 줄었다. 일본에서는 수달이 1980년대부터 자취를 감췄으며 일본 정부는 2012년 수달 멸종을 공식 선언하기까지 했다. 현재 한국 전역에서도 수달은 희귀종이다.
그런데 최근 수달의 서식 분포 범위가 넓어졌다. 도심 하천에서 수달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달이 확연하게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달 흔적의 수가 개체 수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앞서 오송호수공원에서도 수달의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수달의 활동 반경을 봤을 때 한 마리일 수 있다. 영역권 표시를 위해 눈에 띄는 곳에 배설을 하는 수달의 특성상 흔적이 잘 보일 뿐이라는 의미다.
한성용 수달 연구센터장은 “다른 지역의 하천에서 수달이 발견돼도 각자 다른 개체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천은 이름이 달라도 하나의 하천에서 지류 하천으로 뻗어 나간다”며 “지류 하천이라 하더라도 10km가 아니라 몇 km만 내려와도 본류와 만난다”고 덧붙였다.
개체 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태계에서 수달의 역할이다. 특정 동물이 생태계에서 감소하면 전체 생태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동물을 핵심 종(Keystone Species)이라고 한다. 하천 수생태계에서 수달은 핵심 종이다. 개체 수가 적다는 이유로도 보호가 필요하지만 생태적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호 가치가 있다.
수달이 사는 도심 하천, 안전할까?
도심은 수달이 살기에 적합한 곳일까. 오송수달지킴이 회장은 “도시개발로 수달 서식지가 파괴되었다가 시민들을 위해 조성한 수변공원 등의 장소가 생겨 수달이 살기 적합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수달이 서식한다는 사실만으로 도심 하천이 수달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다.
수달이 사는 도심 하천에는 여전히 많은 위협이 남아있다. 먼저 댐, 수중보 같은 하천구조물이 수달의 이동을 방해한다. 또 하천 가장자리에 많이 설치되는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수달에겐 위험하다. 수달은 깊은 물보다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하천 가장자리 식생이 없어지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수달이 장애물을 피해 도로로 올라와 로드킬 위험이 높아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3년간 수달 268마리가 로드킬을 당했다.
불법으로 설치한 낚시용 통발도 수달을 위협한다. 통발에 걸린 물고기를 먹으러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고 익사하는 것이다. 익사 사고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낚시가 적발될 것을 우려해 사고 당한 수달을 목격해도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 수달
수달은 식육목 족제빗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이다. 강과 저수지 등 물을 끼고 살아간다. 수달의 머리는 납작하고 몸은 유선형이다.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또 몸길이의 3분의 2에 달하는 긴 꼬리를 가지고 있다. 꼬리는 물속에서 방향타 역할을 한다. 수중생활에 최적화된 신체구조다. 수달의 먹이는 80% 정도가 어류다. 수달은 야행성 동물이며 시각, 청각 특히 후각이 발달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근접종’, 환경부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이다. 평균수명은 15~20년이다.
야생동물기록단 김지은
담당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김원호(070-7438-8523 / democracist@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