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27일, 녹색연합 청소년 소모임 ‘아이지엘’을 비롯한 수많은 미래세대들이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앞으로 모였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한다는 정부의 발표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새만금의 기억들을 타임캡슐에 넣어 보관하기 위해서이다.
2001년 5월 27일 새만금 간척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청소년 단체 선언문 中
2011년 5월 25일 10년이 지난 후 다시 회화나무 아래 새만금의 기억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 새만금 간척사업을 막기 위해 온 몸으로 막았던 활동가.
- 간척사업의 문제점을 학문적으로 반박했던 전문가.
- 법적으로 새만금 사업을 막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던 변호사
- 아직까지 새만금 갯벌에서 고스란히 그 아픔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
- 이제는 모두사회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3인중 환경운동가가 된 두명.
아프고 쓰린 기억들뿐 아니라 언젠가는 새만금 방조제가 다시 터지고 해창갯벌에 바닷물이 다시 출렁거리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10년전 묻었던 새만금 타임캡슐을 꺼냈다.
새만금에서 우리 사회의 길을 묻는다
2001년에 묻었던 새만금의 기억들에 그 이후에 확정된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을 비롯한 새로운 새만금의 기록들을 포함하여 다시 같은 장소에 묻고 다시 10년이후 그 기억을 꺼내보기로 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새만금의 아픔을 기억하지 못하고 한반도 대운하, 4대강 토목사업, 핵폐기장, 골프장, 케이블카, 제주도 해군기지 등 너무나 많은 생명파괴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가 묻는 것은 새만금의 아픔과 기억뿐 아니라 지금 내 자신이 우리 사회가 생명과 평화,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상생의 길을 잘 걷고 있는 지를 묻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사회에서 인간에 의한 자연의 소외는 너무나 당연한 폭력이었고, 사회적 약자와 자연계에 대한 차별, 평화 공존의 파괴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는 새만금이라는 이름에서 생명과 평화의 길을 염원하였으나 불행이도 이 땅의 권력과 정치는 대결과 대립, 독단, 독선의 길을 선택하였다. 비록 새만금의 과오와 책임을 오늘 이 순간에는 문책할 수 없을지라도, 다시금 그 과정에서 보였던 허위와 위증,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역사의 기록과 기억으로 남겨 반드시 책임을 묻고자 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 땅에 새만금을 넘어 온전한 생명과 평화,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찾고자 하는 지혜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새만금에서 우리 사회의 길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