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녹색연합이 그리는 다른 삶, 다른 운동, 다른 세상(1) :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

2013.03.11 | 환경일반

○ 다른 삶, 다른 운동 방식을 통해 다른 세상이 가능함을 시민들과 공감하자.

녹색연합 비전을 마련하고자 회원, 지역조직, 전문기구와 함께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하였고, 100인 원탁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비전을 만들었습니다.

“미래세대와 함께 생명의 가치를 나누며, 공동체가 살아있는 자연을 담은 세상”

이 비전이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만, 너무 포괄적이라는 한계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미래세대와 함께 생명의 가치를 나눈다는 것과 공동체가 살아있는 자연을 담은 세상을 만들자는 것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가 고민의 축이었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나누는 것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며, 그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녹색연합은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는 교육을 강화하며, 내 삶에서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의 탐욕이라는 핵심 요소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하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공동체가 살아있는 자연을 담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주민들(마을, 생활공동체 등등)이 스스로 공동체를 가꾸고, 지역생태계 보호의 주체로 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녹색연합은 한반도의 끊어지거나 막혀있는 생태 축을 복원하며, 보호구역의 확대, 보호구역의 관리 주체를 올바로 세우는 과정을 통해 야생동식물을 보호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 다른 삶이 가능하기 위해서 : 녹색시민(활동가)으로 거듭 나기
: 생명의 가치를 나누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살아오면서 자신이 흘린 땀의 가치를 스스로 올곧이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 이외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올곧이 존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기에 여기에는 사람만이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자존감으로부터 우리는 차이를 존중할 줄 알며,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녹색의 가치를 믿는 사람은 생태계의 다양성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같은 의미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가치의 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함을 존중해야 합니다. 만인은 만인의 가치를 가지며, 그 가치에 따라 각자가 선택하는 그림을 그려간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 한가지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내 가치라는 것이 탐욕의 소산이며, 가치 실현이 힘의 논리에 근거한 일방적 강압이라는 폭력적 방법으로 실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2가지를 완벽히 배제한다면 우리는 가치가 다름을 그대로 존중해야 합니다.

파커 J. 파머의 말[갈등이 없는 공공 영역을 상상하지도 염원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죽음이 없는 삶을 염원하는 것과 비슷한 환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사회에서만 갈등은 추방된다. 물론 갈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 쫓겨날 뿐이고, 폭력이 강요하는 단일함의 환상이 그 자리를 채운다. 건강한 민주주의 속에서 공적 갈등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장려되어야 한다. 동의하지 않을 권리를 누리는 것은 창의성을 북돋아준다. 그리고 참과 거짓,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 등을 둘러싼 여러 비판적인 질문에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준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중에서-]처럼 서로 다른 의견(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공공영역은 상상할 수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으며 바라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민주주의라는 건강한 토대를 한 사회가 어떻게 갖출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녹색연합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특히 사람들이 자존감 혹은 단독성을 갖기 위한 교육 활동을 핵심과제로 펼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녹색연합은 시민, 회원, 활동가의 가슴 속에 이미 자라나고 있는 녹색의 씨앗이 올곧게 열매 맺기 위해 밟아야할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 녹색아카데미 확대 강화
: “민주주의란 항상 주체적인 사람들(자신 내부로부터 나오는 권위에 기반한 자아정체감이 있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파커 J. 파머)”,
“한 사람이 탄생하면, 하나의 세계도 탄생한다. 나처럼 생각하지 말고 당신처럼 생각하라.(질 들뢰즈)”,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것이며, 시민사회 또한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박영신)”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직시하며,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기 머리로 생각하려는 노력이 그 첫 시작입니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가 구조적으로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막아왔기 때문입니다. 녹색연합은 시민 스스로 자신이 흘린 땀의 가치를 온전히 존중하며, 그것으로부터 나와 관계 맺는 모든 것을 존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녹색아카데미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 회원생애주기 도입과 운영
: 회원이 새롭게 들어와서 탈퇴할 때까지, 녹색연합이 회원들의 삶을 녹색으로 물들이기 위해 어떤 내용을 적절하게 공급하며, 어떤 활동의 장을 제공할 것인지를 구체화함으로써, 녹색연합 회원들이 녹색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회원의 근속연수를 높여나가고자 합니다. 또 이를 통해 새롭게 회원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활동가 교육 강화 : 전국 활동가 가을 학술워크숍, 논문인증제도(2014년) 도입
: 각 조직에서 활동한 내용, 활동가들이 한 해 동안 현장을 뛰며 생산한 내용을 가을정기학술워크숍 형태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활동가들이 자신이 한 해 동안 땀 흘린 성과를 전체 구성원과 공유하고, 다른 활동가들도 녹색연합이 각 단위에서 진행한 운동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힐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며,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서로 보완하며, 보다 깊이 있는 활동가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논문이란 ‘어떠한 주제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학문적 연구결과나 의견, 주장을 논리에 맞게 풀어 써서 일관성 있고 일정한 형식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쓴 글'(출처: 위키백과)입니다. 논문을 하나 완성한다는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며, 이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운동 과정에서 맞닥트리는 문제를 풀어가는 데 매우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따라서 활동가들이 스스로 논문 주제를 잡아 하나의 완성도 높은 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동기도 부여하고, 논문을 지도할 수 있는 그룹도 붙여주고자 합니다. 물론 활동가 교육 커리큘럼도 새롭게 체계를 잡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 활동가 복지 향상
: 녹색연합 활동가 복지제도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녹색연합 내에서만 그렇습니다. 육아휴직을 쉽게 쓸 수 없는 사회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연월차도 마찬가지고, 야근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색연합의 복지가 녹색연합 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로 확산되기 위해서의 고민도 필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녹색연합 활동가의 급여는 가족을 꾸리고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급여의 현실화도 필요합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이 자체에서만 끝내는 것이 아닌 사회로 확산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풀어가고자 합니다.

※ 이 글은 녹색연합이 2012년 진행했던 비전위원회 활동과 활동가워크숍, 전국사무처국장단워크숍, 본부사무처 활동 계획 워크숍을 통해서 나왔던 이야기와 그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되었던 이야기, 녹색운동을 일궈온 선후배들의 결실과 마지막으로 사무처장을 지내며 고민했던 내용을, 제 안에서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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