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윤석열’로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전체 유권자 중 96.39%가 선택한 1위와 2위는 48.56%(윤석열), 47.83%(이재명)를 기록하며 1%도 안 되는 초박빙의 결과를 만들었다. 표심에 대한 해석들도 분분하다. ‘이대남’과 ‘이대녀’로 구분하며 20대 표심을 분석하기도 하고, 분명하게 나뉜 세대 간 그리고 지역 간 차이에도 해설을 붙인다. 여전히 지지율 40%를 넘기며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교체 대상이 되었다는 것과 10년 주기로 정권이 뒤바뀌던 전례가 깨졌다는 것도 표심 해석의 대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20대 대선은 우리에게 희망이 아니라 숙제를 수두룩하게 남겼다. 이제 기후위기와 당면한 환경 현안을 위해 시민이 나설 차례다.
대선 의제에서 사라진 기후위기
미국, 노르웨이, 독일 등 직전에 선거를 치렀던 나라들이 기후위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우리의 20대 대선은 ‘대장동’, ‘주술’, ‘줄리’, ‘여가부 폐지’ 등 가십과 폭로를 비롯한 저급한 정쟁이 중심이었다. 그나마 정책선거에 몰입했던 진보정당 후보들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환기시켰다는 점은 다행이다. 탈핵과 감핵의 차이를 설명하며 현 정부에서 백지화 대상으로 규정했던 핵발전소 신한울 3·4호기를 여당 후보가 되살렸고, 유럽에서는 법으로 막아버린 국내선 항공 증설과 신공항을 ‘지역균형발전’을 간판 삼아 거대 양당은 ‘금과옥조’로 규정해버렸다. 기후위기 대응, 탈핵, 신공항 등 발등에 떨어진 불 앞에서 성장주의를 재고해 인간 편리를 줄이고, 자연의 혹사를 멈춰야 한다는 교훈을 대선의 주요 의제로 되새기지 못했다. 20대 대선은 정책과 비전의 덕목보단 구태와 비리 의혹, 가십에 갇혀 혁신과 전환을 뒤로했다. ‘각 공항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환경적 문제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탄소 중립공항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임.’, ‘훼손 지역을 생태 복원하고, 자연접근성 보장도 추진하겠음.’, ‘기후위기 대응의 과정을 신성장의 동력으로 삼겠음.’ 등 녹색연합 질의서에 회신한 여당 대선주자의 모순되고, 어중간한 답변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남은 건 위기극복을 위한 시민의 힘
그동안의 발언과 공약들을 전제했을 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기후위기는 더욱 거침없이 우리를 몰아세울 것이다. 핵발전을 두고 벌어질 가짜 뉴스와의 싸움도 첨예해질 게 분명하다. 거스를 수 없는 인류의 위기 앞에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국가’에서 ‘기후위기’ 그 자체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개발을 위해 쉴 새 없이 뿜어낸 온실가스의 역습이나, 자연을 파괴하고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밀어내 생겨난 인수공통전염병이나 모두 인간 편리를 위해 자연을 혹사한 결과임에도 새롭게 들어설 정부의 밑그림만 놓고 보면 개선의 여지가 없다.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 4대강 재자연화 폐기를 공언한 것도 차기 정부의 환경정책 실정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채택했던 환경정책들이 임기 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우려는 훨씬 적을 수 있다. 탈핵 정책,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생물다양성 정책(지속가능한 국환경조성) 등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던 환경공약 중 정책실행 본 괘도에 오른 것은 전무하다. 결국 현 정부의 환경정책 실정과 부침이 차기 정부의 반환경성을 공공히 한 것이다.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선거판을 기후 대선으로 만들지 못한 녹색연합과 같은 환경진영의 부족함이다. 시민사회가 함께 혁신과 전환을 위해 정치판을 추동하지 못하고 끌려다닌 책임이다. 이제 기후위기 극복과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해 시민의 힘을 결집시키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하는 것, 당장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짓는 다는 단순한 명제를 확고하게 하는 것, 그래서 결국 약속을 받아내고 책임을 묻는 것이 정치고 선거다. 그렇다면 우린 20대 대선에서 명제를 분명히 하고, 합당한 약속을 받아내는 것에 소홀했다. 당면한 환경현안과 기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이제 더욱 단단하게 시민들과 시민환경단체가 제 역할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녹색연합의 역할이 있다.
2022년 3월 10일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