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후기] 현장을 보는 녹색활동가 시선 ① 산 하나를 날려 얻게 되는 것

2023.06.30 | 행사/교육/공지

현장은 녹색연합 활동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포착한 내용은 녹색연합 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됩니다. 현장 교육의 일환으로,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지난 6월 초,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다녀왔습니다. 탐방 후기를 통해 활동가들이 현장을 다녀와서 느낀 생생한 현장을 함께 느껴보세요

녹색연합 최고참! 쉬지 않고 흐르는 고인물! 현장 빠꾸미! 20+년 경력을 지닌 서재철 전문위원이 이끄는 현장 감수성 교육 일정을 마쳤다. 비 예보 소식에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탓에 인원이 절반으로 줄고 (인솔 담당인 노수진 활동가를 제외하면) 3년 차 이상은 나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소수 정예의 아직 덜 친한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오히려 좋았다. 이번 교육을 두 가지 키워드로 복기해 본다.

#해양쓰레기

하루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적당히 피해 다니며 배를 타고 학림도로 들어갔다. 통영시 산양읍 달아항에서 배로 15분 거리에 있는 학림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섬으로서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이다. 생활 환경이 다소 열악한 여타 작은 섬마을과는 달리 주민 주도 하에 생태 관광이나 숙박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섬이다. 하지만 우리가 학림도를 찾은 이유는 관광이 아닌 쓰레기 때문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 내에는 한반도 남부 해안선을 둘러싸는 형태로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탓에 밀물 때마다 먼 바다에서 밀려온 각종 쓰레기가 가장 먼저 쌓이는 곳이 바로 국립공원 내 섬들이다. 육지 해안까지 채 밀려 오기 전에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섬들에 차곡차곡 쌓이는 쓰레기는 우리가 산 넘고 물 건너 직접 보러 가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육지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만 또는 파식 대지 부근에 주로 쌓이는 쓰레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가 찾아간 지점은 20여 미터 폭과 50여 미터 길이(눈 짐작이라 정확하지 않음)의 좁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톤 트럭을 꽉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쓰레기 더미가 있었다.

스티로폼 어구(드럼통 사이즈 이상), 대나무 막대(5미터 이상), 마요네즈통, 생수병 대소, 나무상자, 석유통, 오징어 봉투, 깔대기, 햇반용기, 음료수 페트병, 소주병, 장판, 뜰채, 두유갑, 간장통, 비닐봉투, 락카, 음식 배달용 일회용기, 밧줄, 낚시용 미끼 봉투, 페인트통, 커피캔, 매트, 신발, 목장갑, 파이프…

ⓒ학림도 서쪽 해안가 기암괴석 사이 공간의 쓰레기

현장에서 눈에 띄는대로 메모한 쓰레기의 종류만도 이렇게나 다양하다. 누군가가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을 해서 망에 담아둔 더미도 있었지만 미처 육지까지 가져가지는 못한 모양이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정치적 견해가 끼어들 틈도, 지역 갈등을 불러 일으킬 요소도 없이 해결책이 매우 간단하다. 치우면 된다. (물론 발생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우선해야 하지만 오늘은 일단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본다.) 우리가 매일 만들어내는 생활폐기물을 배정된 인력이 정해진 룰에 따라 치우듯, 해양폐기물도 정규 인력을 배치하여 관리하면 된다. 기술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 용도에 적합하게 설계된 배를 정기적으로 띄워 전문 장비로 수거하여 처리하면 그만이다. 돈이 없어서 못하는 일도 아니다. 단지 우선 순위에서 밀릴 뿐. 현재 해수부 전체 예산 3분의 1 가량을 해운&항만 부문이 차지하고 그의 10% 정도만이 해양 환경 부문에 돌아간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여기에 있다.

#신공항

첫째 날과는 정반대로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자비 없이 내리쬐는 둘째 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둘러 보았다.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촘촘히 보호되고 있는, 혹은 보호되어야 하는 이 지역을 매립하여 공항을 만든다고 한다. 갯벌을 메우는 새만금과 비교해 봐도 차원이 다른 블록버스터 급 공사가 예정되어 있다.

ⓒ연대봉 가는길에서 보이는 국수봉일대

아직 공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개요는 간단하다. 우선 산을 하나 다 날려 버린다. 그리고 폭파시켜 날려 버린 그 산의 잔해물을 바닷물 아래 40m 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 물을 뭍으로 만든다. 그 위에 활주로를 깔아 국제 공항을 짓는다! 앗 이렇게 간단할 수가, 놀라워라!! 다만 이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려면 수많은 생명과 환경적 가치, 자원을 담보해야만 한다. 삶의 터전을 잃어야 하는 주민들, 산과 바다에 살고 있는 수많은 동식물들, 수질 오염, 토양 오염, 대기 오염, 탄소 배출… 피해를 헤아리면 끝도 없다. 공사에만 수십 조원이 쓰일 텐데 과연 그런 돈을 쏟아 부을 가치가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백번 양보하여 공사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피해를 감내한다 해도, 개항 이후 운영이 잘 될 지 여부는 또다른 문제다. 아주 똑같진 않지만 일본 간사이 공항이 가덕도와 가장 비슷한 방식으로 지어진 해상 매립 공항인데, 2018년 태풍 제비 때 활주로 전체가 물에 잠겨 한 달 가량 공항이 폐쇄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간사이 공항은 큰 섬에 둘러싸여 있어 먼 바다 태풍의 직격탄을 맞을 위험이 비교적 낮은 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태가 일어났다. 가덕도는 그런 포근한 지리적 수혜를 받지 못했다. 매우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인 위치에 있으니 지도를 참고해 비교해 보기 바란다. 어느 쪽이 더 태풍 피해가 클지는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공항을 짓겠다면 그건 그만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일까? 네이버에 ‘국내 공항 적자’라고 검색해 보라. 국내 공항 14곳 중 10곳이 만성 적자, 활주로를 고추 말리는 용도로 활용하는 일명 “고추 공항” 무안 공항, 활주로 이용률이 1%도 안 되는 양양 공항… 현실이 어떤지 금방 알 수 있다. 있는 공항도 안 쓰는 판에 산 깎고 물 메워 공항을 또 지어야 할까? 미래는 더 암담하다. 2030년부터 탄소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항공기 이용은 국제 무역에서 배제되거나 큰 폭으로 축소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환경, 안전, 경제 세 가지 관점으로 살피고 또 살펴 봐도 가덕도 공항을 왜 지으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이라면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신공항 계획이 사실 ‘토건 세력’과 ‘정치적 이익’ 두 단어로는 아주 잘 설명되지만, 이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논하기로 하고 오늘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 하겠다.

 글 : 녹색연합 유새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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