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는 이 지극히 일상적이고 또 당연한 인사가 이토록 떨리고 어색했던 날이 있었나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녹색연합 창립 33주년 기념행사에, 아직 그렇게까지 친하지는 않은 친구의 생일파티를 잘 치러야 하는 호스트로 참석했던 것 같습니다. 찾아주시는 분들께 반갑게 인사드리고, 안내하고, 또 녹색연합에 대한 질의에 착오없이 대답해야 했지만 처음이다 보니 마음처럼 자연스럽지 못하고 뚝딱거렸던 것 같아요. 저는 올해 1월 2일 첫 출근을 한 신입 활동가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알고 싶거든 그의 친구를 보라고 했던가요. 저는 이번 행사에서 녹색연합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오직 환경에 대한 마음 하나로, 녹색연합의 창립기념행사에 소중한 주말 오후 시간을 내어 자리해주신 수많은 분들의 반짝이는 눈과 편안한 얼굴에 얹힌 근사한 미소를 보면서요.
저희 녹색연합은 1월 초부터 이번 창립기념행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예년과 달리 후원보다는 ‘시민과 회원’을 직접 만나는 자리라는 것에 방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어리보기 신입이지만, 이번 행사를 총괄한 활동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번 행사에 임했는지는 압니다. 장소 선정부터 이벤트 구성, 전시 기획, 공간 배치, 다과, 연사 섭외 등 6개월 간 제 자리 바로 옆에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 마음을 다 해 일하는 활동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진심을 담아 준비한 마음이 전달됐기 때문일까요? 자리에 모인 분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둥둥 떠 행사 내내 정동1928 아트센터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행사장 한 켠에는 전시장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무대 행사 시작 시각인 오후 3시 전에 참석해주신 분들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직접 녹음한 활동 내용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녹색연합의 활동을 보고 들어주셨어요. 귀 기울여 집중하고 때때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들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더 자주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회원이시라면, 후원을 시작한 해부터 지금까지 초록색 실을 가지고 녹색연합의 활동과 성과를 직접 이어보는 참여형 전시도 있었습니다. 보태주시는 마음 덕분에 이룰 수 있었던 환경운동의 결과들을 두 눈으로 마주하면서, 늘 ‘부족하다’, ‘더 많이 후원하지 못해 안타깝다’ 말씀주시는 회원 분들께서 직접 환경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채감은 덜고 뿌듯함만 가져가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올해 무대행사에서는 특별히 녹색연합 활동가와 회원이 함께 “녹색연합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말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수호하고자 택했던 직업인 군인에서 활동가 진예원까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준 진예원 활동가부터, 하바라 회원, 임성희 활동가, 그리고 순간순간 올라오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둔 말의 쉼표에 장내 참석자들의 마음마저 넘치게 만들었던 장덕표 회원까지. 활동가와 회원이 번갈아 퐁당퐁당 무대에 자리하는 순간에 저는 보이지는 않지만 이 공간이 공감하고 연대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것을 느꼈습니다.
가수 ‘시와’의 무대는 아름다웠습니다. 누군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껴본 적은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녹색연합 행사니까, 녹색 옷을 입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던 시와님은 직접 기타를 치며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랄랄라’, 그리고 ‘나무의 말’까지 세 곡을 선사해주셨어요. 자연을 닮은 가사를 읊으며 자연을 노래하는 시와님을 보며 잔잔하지만 단단한 이 사람의 마음이 참석자 분들께도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저는 평소 ‘연대’를 아주 대단하고 강력한 신념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여겼어요. 그러나 녹색연합에서 연대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모양으로 이루어집니다. 연대 안에는 참으로 다양한 마음들이 모아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사소한 관심, 보다 큰 애정, 무조건적인 지지, 날 선 비판, 그리고 대단한 신념과 강력한 철학까지도요. 녹색연합의 이름으로 수많은 활동을 해 나갈 수 있게 마음을 연대해주시는 후원자분들과 활동을 지켜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났던 행사였습니다. 늘 녹색을 보러 발걸음 해주시는 분들, 이 날 처음 자리해주신 분들,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방편으로 늘 응원하고 지지해주시는 분들께 계속해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녹색연합 창립기념행사에 자리해주시고 늘 관심 가져주세요. 녹색연합은, 우리 모두의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