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녹색연합. 우리 녹색연합의 주요 환경 의제와 임팩트 핵심 동력을 알아볼 수 있는 2023 임팩트 리포트가 발간되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1994년부터 2023년까지 녹색연합의 환경 의제 및 주요 성과가 담겼는데요. 한국사회가치평가 측에서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 녹색연합의 임팩트 리포트에 대한 결과 공유를 해주셨습니다. 이번 공유회는 성과 중심의 정량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정량평가와 인터뷰와 설문 등의 정성적인 데이터까지 총망라하여 다뤄주었다는 점에서 녹색연합의 강점 및 보완점, 추후 주안점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던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녹색연합이 주로 다루는 의제가 ‘환경’인 만큼 정량적인 평가에 대한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변화가 그렇지만 환경문제에서 변화는 특히 더 더딘 편이니까요. 바뀌어야 하는 세부 분야에는 법, 제도 개선, 기업의 관행 변화라던가 시민 인식 전환 등 느리고도 은근하게 나아가는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정량적으로 데이터화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이기도 했지요. 또한 수치화가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일었습니다. 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한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시민 인식 전환 등의 요소가 어떻게 정량 데이터로 수치화될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를 공유 받았을 때 더 놀라웠어요. 20만 건에 육박하는 정책 대응, 30만 명 이상의 시민 참여, 63건의 제도 개선 및 기업 관행 변화 등을 이끌어낸 조직일 줄이야. 심지어 소실되지 않아 추산 가능한 자료만을 토대로 한 결과가 이 정도이니 사실상 이보다 더 많은 정량적 성과가 일어났던 셈이지요.
정부, 기업, 시민 모두에게 영향을 준 조직
정량 평가 결과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브라이언 임팩트 재단 후원 조직 15개 중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낸 유일한 조직으로 녹색연합이 꼽혔다는 점입니다. 생활환경 의제 중 배달 앱 서비스 기업에 ‘일회용 수저 안 받기’ 옵션을 추가하고, 배달음식 다회용기 서비스를 확대했으며, 화장품 공병 수거 확대 등 기업 관행을 바꿔냈습니다. 이 결과는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겼습니다. 기업은 이익 추구 집단이기 때문에 이해타산이 맞지 않으면 꿈쩍도 안 할 거라는 고정관념이 산산 깨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힘이 변화를 추동하는 걸까요? 보고서를 살펴보면서 저는 그 힘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어느 하나 놓지 않는 다방향 접근이 변화의 주축이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힘써야 한다는 옛말처럼, 정부 측에 배달 다회용기 사용 도입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동시에 시민에게는 다양한 캠페인과 홍보 콘텐츠를 배포하고, 기업에 간담회와 질의, 의견서를 발송했습니다. 한구석에서의 파동은 일렁임에 그칠지 모르겠으나, 산발적이고 다양한 곳에서 파동이 계속되면 커다란 너울이 된다는 것을 녹색연합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면 돌파가 어렵다면 측면 돌파로,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후방에서 자연스레 밀어내는 방식으로 우리는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 그래서 사람.
하지만 모든 시도가 성과를 내지는 못합니다. 제가 주목하는 건 그다음의 선택입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도 주저앉기보다 다음 일을 하기로 결정하는 활동가들을 볼 때마다 자주 놀라곤 했습니다. 저 몰래 무한 동력 발전원이라도 단것 같은 이 사람들, 이들의 동력은 무엇일까. 활동가, 회원, 연대단체 등 녹색연합 안팎을 어우르는 식구들이 들려준 인터뷰로 가늠해 본 결과, 사람이었습니다. 녹색연합은 사람의 귀함을 아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활동가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조직에 묻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제안이 함께 헤쳐갈 새로운 의제로 피어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가는 스스로 공부하고 현장에 뛰어들며 동료 활동가와 힘을 모으거나, 나를 믿어주는 조직을 발판 삼아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감각은 활동가들에게 촘촘한 안전망이 됩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이유도, 의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두렵지 않은 이유도 모두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서로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이 꼽은 녹색연합의 강점 중 하나로 지속성이 있었는데요. 이 역시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한 의제에 대해 끝날 때까지 해보는 정신, 오래도록 놓지 않을 수 있는 끈질김은 혼자일 때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녹색연합은 이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임팩트 보고서 공유회를 통해 녹색연합의 색채를 조금 더 자세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조직에 임팩트를 불러오는 몇 가지 수치와 단어들이 불씨가 되어 조직을 뚜렷하게 비추고 있었는데요. 추출된 몇 가지 키워드 모두가 제 눈에는 그간의 땀방울들로 보였습니다. 매일 바쁘게 움직이는 활동가들, 자진해서 주말을 반납하고 주야장천 불사하는 활동가들의 열정이 한 건 한 건의 족적으로 아로새겨진 것 같았습니다. 어제를 쌓아 오늘을 밝히는 녹색연합, 그들은 오늘도 역시 단단한 활동으로 하루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작성: 신입활동가 오송이 / 정리 : 홍보팀
*이 보고서는 브라이언임팩트 재단과 (주)한국사회가치평가가 함께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