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나의 수고로움으로 너의 날갯짓이 자유로울 수 있다면

2024.10.21 | 생명 이동권, 야생동물, 행사/교육/공지

조금의 노력만 있으면 인간만 사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앎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하기 위해 모인 새:친구 9기. 서른 명이 넘는 시민들이 작은 존재들을 위해 기꺼이 주말의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전국 각지에서 태안으로 모였습니다. 마음껏 날아도 죽지 않는 새 세상을 만들고 싶은 새: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새:친구9기 김자연 님

종종 우리는 유리창에 “꿍” 하고 부딪혀서 떨어져서 죽어있거나 기절해있는 새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작은 시골마을 산 밑에 있는 집에서 살면서 집 유리창에 새가 부딪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꿍” 하는 소리에 밖을 나가보았더니 조그마하고 어여쁜 새 한 마리가 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새를 살살 들어 박스에 옮기고 깨어날 때까지 지켜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정신을 차린 새에게 물을 한 모금 주었고 기력을 회복한 후 새는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외에도 몇 번이고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있는 모습도 많이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 야생 동물에 대해 관심이 생겼던 터라 이렇게 동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녹색연합의 ‘새 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 봉사를 알게 되었고 보자마자 바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봉사를 하기에 앞서 조류 충돌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구조물로 인해 새들이 많이 다치고 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고 이 활동은 정말 뜻 깊고 의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도로가에 있는 방음벽을 닦고 스티커를 붙이면서 그냥 투명했던 유리가 저희의 활동으로 알록달록 해지는 것을 보면서 저의 마음도 알록달록 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새들이 충돌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진작에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활동 당일에도 2마리의 새가 그 방음벽에 부딪혀 죽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새 친구들이 이 방음벽에 부딪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야생동물들은 사람들과 항상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들에게 같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고 동물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활동이었습니다. 


🦅 새:친구9기 김효진 님

22년 5월, 집앞 인도에서 방음병에 부딪혀 죽어있는 갓 이소한 오목눈이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작고 여리고 금방이라도 눈을 뜨고 날아갈 것 같은 따뜻한 생명을 묻어주며, 조류 유리창 충돌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에 탐조하는 청년들을 조금씩 발굴해내기 시작했고, 천안·아산지역의 청년 탐조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 동아리원들과 조류 보호 활동를 하며 시민들에게 ‘탐조’라는 건강한 취미를 알리고, 죽어가는 새들이 줄어들 수 있도록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저희에게 이번 녹색연합에서의 ‘새:친구 9기’의 활동이 마침 아주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활동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활동 전, 서산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서한수 선생님의 시범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일사분란하게 항상 해왔던 일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분들이 오늘 처음 본 사이지만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워주고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날씨도 뜨겁고 힘들 수 있는데 남녀노소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새들을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모였다는 것에서도 감명을 받았고, 그 구성원들 중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에서 또 행복했습니다. 활동을 마무리하며 서한수 선생님께서 “오늘의 활동으로 인해 적어도 우리가 스티커를 부착한 장소에서는 새들이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씀을 듣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새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리창들은 많기에, 이번 활동을 계기로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천안·아산 지역의 새들을 살리는데 힘써보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리 l 이음팀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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