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동물권, 동물법 — 인간과 비인간동물이 법적으로 연결되는 아름다운 순간이라니

2024.11.28 | 행사/교육/공지

강연을 듣기 전, 나는 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조건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해 왔다. 예를 들어 지구 시민이라면 응당 자신이 먹을 것, 입을 것, 쓸 것 정도는 직접 만들거나 소멸되기 전까지의 전 과정을 알고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이다. 현대사회는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타자에게 위탁하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들이 너무 많이 생긴다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그런데 비인간 동물도 공동체의 일원이지만, 동물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동물들은 인간과 같이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의 이익추구는 대개 생존을 위한 것으로, 그들은 생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즉, 최소한의 이익을 추구한다. 게다가 동물들은 오히려 이익 추구권, 생존권을 침해당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비인간 동물과 같이 살아가기 위해 인간은 ‘어떠한 조건’으로 그들도 사회의 구성원임을 공표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러던 중 첫 번째 강연에서 마사 너스바움의 저서 〈동물을 위한 정의〉를 소개해주셨다. 〈동물을 위한 정의〉의 ‘역량접근법1’은 나의 이런 고민을 미리 해본 듯 ‘어떠한 조건’이라는 빈칸을 채워줬다. 역량접근법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기억나지 않아 그 당시 설명을 듣고 떠올린 나의 과거 대화를 떠올리자면, 예전에 친구와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 그리고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회사 사장들은 멍청이라고 내가 말했다. “엄마들만이 가진 인사이트와 관점이 있을 텐데, 그것을 회사에 적용할 생각을 해야지 멍청이들이 엄마들을 해고해?” 아무튼 이러한 ‘동물의 삶은 잘 발휘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들의 다양한 범주에서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이 이 강연자분이 설명하신 마사 누스바움의 역량접근법이 아니었을까 회상해 본다. 어찌 되었든, 역량접근법을 통해 ‘책임’보다는 비인간 동물로서의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비인간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게 적용가능한 철학적 틀이라 이해된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나에게 다소 당연한 명제를 법리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순간도 있었다. 강연 중 언급하셨던 산양 관련 재판2의 산양의 ‘후견인’으로 등장한 산양 전문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는 솔직히 울 뻔했다. ‘인간의 이익이 아닌 오롯이 산양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그 사람이 그 재판에 후견인으로 서기까지의 과정들이 너무나 가치 있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멋진 말이었다. 인간과 비인간동물이 법적으로 연결되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마지막 강연은 인간의 순수함에 대한 갈망과 돌봄 노동에 대해 곱씹게했다. 미국 요세미티 계곡의 (재)야생화와 인종청소 사건을 듣고 인간의 ‘정화 의지’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변화 가능한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나부터 이분법적 사고에 너무나 취약한 사람이었기에 깨끗함 아니면 불결함, 순수한 아니면 오염된 자연을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회가 주입하는 메시지들, 어쩌면 유아기적 트라우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내재화적 과정을 우리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 분명하지만, 분명 변화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는 나의 희망은 존재한다. 역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은유적 메시지들을 바꾸면 사회도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돌봄 노동자에 대한 이분법적 관점을 바꾸면 정화의지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에서 위로 가는 변화를 상상해 본다는 것. 돌봄 노동자는 돌봄의 주체이자 학대의 주체일 수도 있다는, 누구나 0 아니면 1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존재임을 인지하는 것이 출발 아닐까.

세 강연 모두, 동물과 연결될 수 있어서 감사한 강의였습니다. 좋은 강연을 만들어 주신 녹색연합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녹색연합 화이팅!

글: 참가자 이주연

정리: 홍보팀 배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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