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차도 한 가운데에 위태롭게 앉아 있던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면서 집사가 되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캣맘이 되었다. 혼자는 안 될 것 같아서 아파트 단지에 고양이 보호모임도 만들었다. 그러다 입주민들과 싸우기도 하고 관리소장을 찾아가 읍소도 했다.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해서 동대표에 출마해 입주자대표회의도 참석했다. 하지만 돌보던 길고양이가 죽는 어처구니 없는 동물학대 사건을 겪으면서 깊은 좌절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길고양이에 적대적인 입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동물법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녹색연합의 ‘동물권, 동물법’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이 강의는 매우 유익했다. 새로운 세계의 입문이었고 학문적인 깊이도 충분했다. 첫번째 강의였던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의 <동물권, 동물복지의 이해와 동물법의 최근 동향>은 동물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수의 사람이 종차별주의에 빠져있으며 쾌고감수능력에 따라서 동물을 대하는 것 또한 진정한 동물권을 인정하는 태도가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도널드슨과 킴리카의 《주폴리스》의 시각은 매우 신선했다. 반려동물이나 농장동물에게는 시민권을, 야생동물에게는 자치권을, 길고양이나 비둘기와 같은 경계동물에게는 거주권을 부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마사 누스바움이 《동물을 위한 정의》에서 주장한 동물의 10대 핵심 역량이 보장되는 나라가 되길 바라본다.
김주연 변호사님의 <우리는 물건이 아니니까> 강의는 우리나라 법이 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함으로써 야기하는 문제점들을 잘 짚어주었다. 이 강의를 통해서 왜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서 기물을 파손했을 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지, 동물 사체를 소각용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하는지, 아끼는 반려동물이 사고로 죽었을 때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실험동물의 복지를 위해서 전임수의사 제도가 제안되었고, 인센티브 개념의 동물복지축산인증제와 지자체 명예동물보호관도 도입되었다니 다행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으니 곧 큰 변화도 기대해 본다.
마지막 강의였던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전의령 교수님의 <야생과 동물권의 상상력 너머>는 야생과 동물권의 역사적, 사회적 측면을 재조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섬의 거북이를 위한 야생 염소 박멸작전 뉴스를 보며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서 마라도 고양이를 강제이주한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야생과 처녀지라는 개념이 근대 이후 서구에서 비서구에 대한 식민주의적 정복과 지배와 밀접히 연결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아울러 대한민국 동물권의 현황과 동물권판의 불평등 등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동물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공부하고 문제점을 알리고 변화를 촉구한다면 개선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뜻깊은 시간을 마련해주신 녹색연합 관계자와 연사들께 감사드린다.
글: 회원 유재경
정리: 홍보팀 배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