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시작된 혼돈의 시간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며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생명의 편에 서기 위해 모였습니다. 12월 7일 토요일, 광화문 팡타개라지에서 아직도 철창 속에 있는 ‘사육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음악가 이랑의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 본다’라는 곡으로 그린콘서트의 첫 시작이 열렸습니다. ‘복잡한 숲속으로 서슴없이 뛰어 들어가는 다급한 다리를’이라는 가사는 ‘사육곰’이 연상되기도 했고, 어떤 이름 안에 다양한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곡이었습니다.
이번 그린콘서트 <곰 나와라, 활짝!>에는 녹색연합과 인연이 깊은 청주동물원의 김정호 수의사와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한 박은정 활동가가 이야기 손님으로 출연해, 사육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박은정 활동가는 철창 속 사육곰 문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김정호 수의사는 2018년 추운 겨울날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을 구조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랑은 직접 사육곰 농가에 다녀오며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 많은 곰들이 갇혀 있었고, 곰끼리 싸우기도, 우는 소리도 들었다고 합니다. 한쪽에는 배설물이 쌓여있는 곳에서 라면과 사료를 먹는 곰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직접 농가에 다녀온 영상을 보며 더 생생하게 사육곰이 처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우주 최초! 공개되는 사육곰을 위한 노래! 노래 제목은 ‘곰곰곰 나가자 문문문 열고’인데요. 후렴구를 오신 관객들과 다 같이 불러보았습니다. 이랑은 철창에 갇혀있는 사육곰에게 다른 삶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며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손발톱을 다듬고, 아픈 곳에 약을 바르고, 깨끗이 씻고 집을 꾸미고 편안하게 잠드는 사육곰의 또 다른 삶을 그려보게 되는 노래였습니다. 이 노래는 내년에 음원으로도 나온다고 하니 기대됩니다!
노래가 끝난 뒤에는 조금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녹색연합에서 구출하여 청주동물원에 살고 있는 반이, 달이, 들이의 이야기와 철창에서 구출된 사육곰들이 가게 될 생츄어리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청주동물원에 살고 있는 곰들은 지금은 잘 적응하여 본연의 야생성을 되찾고 있다고 하네요. 구례와 서천에 지어지고 있는 생츄어리에 박은정 활동가가 직접 가서 공간을 살펴보고 왔다고 합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있는 생츄어리에서 편하게 해먹에 누워있는 곰들을 보았는데요. 언젠가는 사육곰들도 저렇게 될 수 있겠죠?
Q&A와 사육곰의 이사를 응원하는 메시지 낭독의 시간이 되었는데요. 사육곰 구출을 위해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야생동물법 개정에 대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사육곰의 이사를 응원하기 위한 메시지 낭독 시간에는 ‘새로운 곳에서 계절의 냄새를 맡고 여기저기 뒹굴기도 하면서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머물기를. 아늑한 곳에서 편하게 잠들기를. 건강한 음식을 먹고 아프면 치유를 받기를.’ 라고 하면서 곰들의 이사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었습니다.
그린콘서트가 진행되었던 12월 7일! 사육곰의 이사를 돕는 이삿짐센터를 열었습니다! 사육곰 구출과 이송에 대한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할 수 없어, 시민단체가 비용을 모아야 하는데요. 12월 7일은 2018년 반이, 달이, 곰이를 구출한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관객들과 함께 당일 오픈한 사육곰 이삿짐센터 모금함의 큐알을 찍어 직접 확인해 보기도 했습니다. 사육곰 이삿짐센터 오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랑의 ‘잘 듣고 있어요’ 를 들었습니다. 사육곰 구출을 위한 마음을 안고 기념촬영을 하며 행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때에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의 말 전합니다. 녹색연합은 280여 마리의 사육곰을 모두 구출하여 곰이 곰 답게 살 수 있게,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살 권리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글 : 이숲 / 사진 : 김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