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언뜻언뜻 비치는 따스한 토요일, 올해의 첫 녹색의 즐거움🤸♂️이 열렸습니다! 3월 녹색의 즐거움은 수리상점곰손에서 자운고 연고를 함께 만들었어요.


자운고!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자운고는 한방 약재로 만드는 연고에요. 혈액순환과 염증에 좋은 약재들로 만들어서, 벌레 물린 곳에, 건조한 피부에 바르면 보습과 상처 재생을 도와준다고 합니다.
따뜻하게 녹인 액체 상태의 자운고를 각자 가져온 재사용 용기에 부어 굳히고, 화장품 포장재와 플라스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화장품 포장재는 여러가지 재질로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지고, 내용물을 깨끗이 씻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90% 이상❗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화장품 용기 재질을 개선하고 리필스테이션을 활성화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워크숍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시간들을 눈에 선하게 담아주신 참가자분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임다현 회원님
최근 녹색연합에 정기후원을 시작했습니다. 또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나 궁금해 홈페이지를 둘러보다 자운고 만들기 워크숍을 발견했어요. 자운고가 뭔지도 몰랐지만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수리상점 곰손에서 재사용 용기로 진행한다는 말에 일단 덜컥 신청해보았답니다.
8일 오전, 북적북적한 망원시장을 가로질러 수리상점 곰손으로 향했습니다. 활동가분께서 현관에 마중나와 주셔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내려가보니 여전히 귀엽고 복작복작한 곰손에 일찍 도착하신 분들이 앉아 계셨고, 테이블마다 방울토마토와 청포도가 담긴 그릇들이 놓여있었어요. 그때부터 어쩐지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답니다. 달콤쌉쌀한 수정과를 한 잔 받아 들고 앉았어요. 화면에서는 금강 세종보에서 부른 흘러라 강물아 노래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시작하기 전 아이스브레이킹(?)으로 각자의 소개와 가지고 온 용기의 사연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저는 예~전에 쓰고 버리기 아까워서 보관해둔 유리로 된 크림용기와, 회사에서 샘플링하고 남은 플라스틱 샘플 용기들을 씻어서 가져왔어요. 다른 분들도 대부분 화장품 용기를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다들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가져온 그 용기들을 보면서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연결되어있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녹색연합에 대한 설명과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신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신 후, 곰손지기님께서 자운고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열 가지의 약재를 현미유, 올리브유에 30일간 냉침해서 자운고 오일을 만들고, 그 오일에 밀랍과 아로마 오일을 조금 넣어 끓인 후 용기에 넣어 굳히면 자운고 연고가 된다고 해요. 밥 해먹기도 귀찮아 자꾸 과일, 샐러드를 찾는 저에게 30일을 기다려 만드는 연고가 있다는 게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려 만드신 오일을 저는 쪼르륵 따르기만 하면 된다니 어쩐지 괜히 머쓱해져서 웃음이 나왔어요. 노랗고 향기나는 오일을 따르는데 한방울씩 밖으로 흐르는 것도 너무 아까워 제 손에 주워 발랐어요.


자운고가 굳기를 기다리면서 더 자세한 자운고 이야기, 그리고 수리상점 곰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수리해서 쓸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고쳐 쓸 수 있었더라고요. 재활용 이전에 재사용, 재사용 이전에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도 늘 리필스테이션이나 제로웨이스트샵에 가면 예쁘고 실용적인 용품들을 사고 싶다가도 안 사는게 친환경이라는 생각을 하며 꾹 참곤 했거든요. 안 사고 안 버리고 …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참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그래도 하루하루의 제가 하루에 하나씩 안 하고 안 버린다면 …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새삼 버려질 뻔했지만 자운고를 담아 새로운 쓸모를 얻게 된 용기들을 보며 마음이 뿌듯해졌어요. 자운고를 다 쓰고 나면 또 무엇을 담아볼까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이 있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고, 또 이런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정리 l 이음팀 소하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