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을지로 페럼홀에서 열린 그린컨퍼런스 <자연의 권리> 그리고 자연의 권리 선언문-2호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는데 그 때문일까요? 평소였다면 다소 부담을 가졌을 텐데 올해는 머뭇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생2 퍼포먼스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용기 내지 않았다면 그저 늘 찾아오는 똑같은 목요일 중 하루였겠지만 이날은 역사적 의미와 일상이 만나는 곳, 시민들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인 광화문에서 산양, 흰수마자, 상괭이, 저어새, 연산호가 되어 움직임으로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날이어서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 날이었습니다.

평소에 이곳은 출근길 버스 안에서 바퀴로만 감각하던 곳인데 이번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나의 두 손, 두 발을 모두 땅을 내딛고 나아가며 서로 다른 다양한 존재들과 함께 의지하고 표현하며 우리의 마음과 목소리들이 연결되어 이 공간을 물들이고 하나의 물길이 되어가는 듯 새롭게 감각하게 되었습니다.


퍼포먼스 전 목동 실내 공간과 여의도 야외 공간을 포함해 총 3번의 연습이 있었는데 한 방향 소통이 아닌 고유하고 순수한 몸과 몸이 만나 마주하며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주고받는 소통의 과정에서 이렇게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의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습 중 인상 깊었던 기억은 학교, 회사 등 그 어떤 모임에서도 참여자 전원이 텀블러를 사용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준비해 온 개인 컵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혹시나 준비하지 못한 분들 위해 활동가님들께서 다회용 컵과 물을 준비해 주신 장면도 함께 떠오르며 매일 삶에서 번거롭고 힘들 수 있는 일들을 기쁘게 감당하는 분들을 만나 오늘도 배웠다는 생각과 그러한 마음과 실천을 하는 분들과 함께 있으니 더욱 이곳이 편안하게 느꼈습니다. 그날과 같은 일이 이제 어느 곳에서도 당연히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샘솟기도 합니다.


또한 난생처음 만난 다양한 몸들이 각 개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고유성을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안무를 맞추어 나가는 작업이 아름답게 느껴졌고 완성된 안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나를 꾸며주는 수식어 없이 이렇게 하나의 생명으로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유년 시절 자연의 아름다움을 많이 보며 성장할 수 있었던 세대에 속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져 다음 세대들이 마음껏 숨 쉬며 살아갈 곳이 없어지고 있는 이 현실을 바라보며 참 안타깝고 막막합니다. 평소 삶에서 작은 실천들은 하고 있지만 올해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분들과 함께 소통하고 몸으로 표현하며 연결된 느낌을 받게 되어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하고 몸으로 체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연습 시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광화문의 횡단보도를 참여자분들과 네발로 걷는 장면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함께 이곳을 건너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모두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날을 기대하며 참여자분들, 활동가분들, 안무가님, 전문무용수 분들을 포함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모두의 자연을 위해 살아가며 애쓰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고 저도 힘을 보태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어떠한 프로그램이든 참여하고 싶고 다양한 분들과 만나 활동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곳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길 희망합니다. 일 년에 한 번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에 만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매일의 삶으로 새겨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출퇴근길에 광화문을 지나왔습니다. 이제 이 공간은 제게 있어서 이전과는 다른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숨과 움직임이 서로의 몸을 통과하며 영향을 주고받았기에 그날의 기억과 감각이 몸에 새겨지고 쌓여갑니다.
+다시 한번 함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녹색연합과 애써주신 황일수 활동가님, 안영준 안무가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참가자 최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