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산을 사랑했던 모험심 강한 곰 KM-53 일명 ‘오삼’은 2015년 1월 쌍둥이 개체 KM-54와 함께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생태학습장에서 태어났습니다.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오삼이 태어나기 11년 전인 2004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토종 반달가슴곰과 유전자가 동일한 어린 6개체를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하며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2001년 사육곰 농장에서 태어난 새끼곰 4개체 장군, 반돌, 반순, 막내가 시험적으로 먼저 방사되었으니 그때를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시작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녹색연합은 2000년대 이전부터 반달가슴곰 종보전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반달가슴곰 서식 실태 조사, 토론회, 기자회견 등 반달가슴곰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습니다.
2004년 종복원사업이 본격 시작될 당시에는 대형 포유류를 복원해 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산과의 생태축이 단절되고, 내부는 도로와 탐방로로 파편화되어 있는 지리산이라는 서식지에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습니다. 녹색연합은 생태축 복원을 통한 서식지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고, 전문가와 시민단체와 협의를 통해 안정적인 서식지 모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남쪽에 반달가슴곰이 5개체 내외만이 서식할 것으로 추측된다는 시급한 상황 속에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강행되었습니다.


이후 큰 사건 없이 시간이 흐르다가 2017년 수도산에 출현한 오삼으로 인해 지리산국립공원으로 한정되어 있던 반달가슴곰의 서식에 균열이 일어납니다. 복원사업 시작 이후 다시 한번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에 이목이 쏠렸고, 국립공원공단은 큰 별다른 대책 없이, 지리산을 벗어나는 오삼을 계속해서 잡아 오기를 반복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녹색연합은 개체 중심의 서식지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복원사업 전면 재검토,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위한 컨트롤타워 수립 등을 꾸준히 요구해 왔습니다. 결국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교통사고를 겪으면서까지 수도산으로 향하던 오삼의 의지를 존중하여 2018년 오삼이를 수도산에 방사하게 됩니다. 수도산 일대를 서식지로 살아가던 오삼은 2023년 6월, 민가로 향하다 마취총에 맞은 채 계곡에 빠져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오삼이라는 곰의 죽음은 제대로 된 서식지 복원 없이, 인위적인 종복원에 대한 충분한 철학적 숙의 없이 진행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아래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오히려 100마리 가까운 수의 곰들이 지리산 일대의 매우 좁은 서식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정도의 사고로 그친 것은 놀라울 정도라는 말도 나옵니다. 녹색연합은 오삼의 죽음이 비단 곰 한 마리의 죽음이 아니라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전체를 돌아볼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삼이 초코파이를 먹었다, 지리산에 방사했지만 또다시 수도산을 갔다, 이렇게 웃픈고 단편적인 사건들은 널리 퍼져있습니다. 그러나 오삼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도산으로 가고자 했던 선택, 초코파이와 꿀통을 “습격”하게 된 이유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기회가 우리 사회에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된 오삼의 일생을 돌아보고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20년 역사를 정리해 볼 필요를 느낀 녹색연합은 오삼과 관계 맺은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전해 듣기로 했습니다. 과거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 복원팀에서 일했던 전문가, 2000년대 이전부터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활동을 함께해온 녹색연합의 활동가, 오삼에 관해 몇 차례나 기사를 써 내린 기후환경전문기자,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을 보존하고 오삼을 직접 마주했던 지역의 활동가까지. 영화에 미처 담기지 못한 두 분을 포함하여 총 여덟 분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렇게 오삼이 관계 맺었던 사람과 걸었던 길, 그의 궤적을 담기에 적합한 방식인 다큐멘터리로 그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다큐멘터리는 오삼과 관계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묻고 미뤄왔던 질문을 마주합니다. 우리는 과연 야생동물의 공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요.
<야생동물통제구역>은 2025년 5월 제작 완료되어 지난 6월에 지리산과 서울에서 두 차례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시민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의미 있는 첫 번째 시사회는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 현장의 한가운데인 지리산,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서 진행됐습니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있어 곰 다음으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역주민을 모시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대표님과 ‘반달곰친구들’ 신강 이사님, <야생동물통제구역>을 제작한 임기웅 감독과 함께 했습니다. 영화 상영 이후 이어진 GV는 주민이자 반달가슴곰이라는 현장을 샅샅이 누빈 활동가의 못다 한 이야기, 삶 안에 반달가슴곰이 깊숙이 들어온 주민들의 고민이 영화를 타고 흘러나오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야생동물통제구역> 지리산 시사회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모습
서울에서 이어진 두 번째 시사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되는 녹색연합의 동물권 강의 <동물권 너머, 자연의 권리> 시리즈의 첫 번째 강의 <왜 어떤 (곰)은 먹고, 어떤 (곰)은 보호할까?>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영화의 초반에 잠깐 비춰지는 사육곰 산업. 반달가슴곰이라는 동일한 종 아래에서 사육곰과 복원곰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두 곰 모두 인간의 필요로 인해 철창 또는 지리산으로 삶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영화 상영에 이어서 진행된 최명애 교수의 발제 <공존을 위한 응답의 정치>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동물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존재에서, 각 동물의 고유성에 주목하여 그에 맞게 행동과 정책을 조율하는 응답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는 다큐멘터리 <야생동물통제구역>을 통해 오삼의 선택과 취향을 이해하고, 머지않아 나타날 또 다른 “오삼”이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도모합니다. 녹색연합은 <야생동물통제구역>으로 토론의 틈을 넓히고 우리가 이전부터 꾸준히 외쳐왔던 백두대간 생태축 연결을 통한 서식지 복원 중심의 종복원 사업, 국립공원공단을 넘어선 종복원사업 통합관리 체계에 대한 요구, 개체수 및 서식지 확대에 따른 시민 인식 증진 정책을 요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영화를 접한, 그리고 접할 여러분이 우리의 고민에 동참하여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의 행위에 응답해나가는 과정에 힘 실어주시길 기대합니다.

글: 자연생태팀 서해

여전히 관심이 필요한 사육곰 문제, ‘곰 이삿짐 센터’ 프로젝트에 함께 해 주세요.
모든 곰이 철창을 떠나는 그날까지, 녹색연합은 끝까지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곰을 철창에서 구하는 여정에 힘을 더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