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지난 토요일 녹색연합은 다큐멘터리 <문명의 끝에서>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다같이 관람한 후에는 <문명의 끝에서>를 만든 임기웅 감독과 인천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는 인천녹색연합의 박주희 사무처장을 초청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임기웅 감독은 업무 차 방문한 재활용선별장에서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보고 쓰레기 문제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는데요.
영화의 1부는 폐지를 수거하는 자원재생활동가의 고된 노동으로 시작합니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어르신들이 시작이자 끝이었다. 물건을 처음 수집하는데 사시는 지역은 또 재개발로 언제 헐릴지 모르는, 그래서 처음부터 수미상관 구조를 염두해두고 어르신을 섭외했다.”고 영화의 구조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이후 영화는 고물상,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와 거대한 쓰레기 산, 그리고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채 바다로 유실된 해양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연결해 우리 문명이 낳은 결과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박 사무처장은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할 당시, 2016년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그렇게 합의를 했다. 시간이 지나 종량제 봉투 시행과 같이 자원순환정책이 바뀌어 매립지 공간이 남았고, 지금까지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화에 나온 것처럼 매립지 주변의 주민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의 섬과 해안가에 미치는 피해 그리고 이를 처리하는 것 또한 인천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더불어 “수도권의 쓰레기를 인천에서 처리하는 것은 발생지 처리 원칙에도 위배된다. 현재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기 위해 4차 공모 중이지만 이에 응하는 지자체 없다”고 현실을 꼬집었는데요. 또한 “지금의 쓰레기 외주화, 즉 다른 지역을 쓰레기 처리의 책임을 전가하는 지금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쓰레기 문제가 내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고 느껴지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바로 나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이 쓰레기 문제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사무처장은 국가와 지자체, 기업과 개인이 무엇을 해야하냐는 참가자의 질문에 “모두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누구나 알고 있는데 잘 안된다. 국가와 지자체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은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쓰레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개인은 국가와 지자체, 기업에 이러한 역할을 잘 해야한다고 끊임없이 감시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영화는 2부에서 도시 재개발을 조명하며 소위 쓸모가 없어진 마을과 공동체를 쉽게 버리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드러내 보입니다. GV에서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감독의 생각을 상영회가 끝난 후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마저 나누었는데, 그 이야기가 인상 깊어 후기에 실어봅니다.
“재개발에 대한 시선, 대안으로 강원도 태백의 화광아파트를 얘기해볼게요. 화광아파트는 70년 대 탄광촌 광부들 위해 석탄공사가 지은 아파트인데, 건물이 노후되자 재건축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 아파트를 바로 철거하지 않고 아파트에 살고 있던, 살았었던 주민들이 ‘화광아파트 장례식’을 치렀어요.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나올거에요. 장례식에서 아파트 모양의 모형 상여를 메고, 추도문도 낭독했죠. 화광아파트여 그 동안 우린 여기서 잘 살았소. 안녕히 가시오. 추도문을 낭독하고 상여를 지고 가자 주민들은 눈물을 터트렸어요.”
“모든 것의 수명은 정해져 있습니다. 생명뿐만 아니라 무생물도, 인간이 만든 것들도. 영원한 것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하지만 오래 되었다고 바로 지우는것이 아닌, 수명의 끝에서 주민들을 내쫓는 게 아니라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 저는 이 지점에서 우리가 재개발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걸 화광아파트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영회에 함께해주신 시민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냐는 질문에 임 감독은 “가끔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을 듣는다”고 운을 떼었는데요. 이어서 “그 명제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겉으로 그렇게 보여도, 그 이전에 내적인 어떤 에너지가 쌓인 상태에 예술은 뇌관이 되어 격발된 상황이 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2016년 ‘플라스틱차이나’라는 작품이 나왔을때 그 작품만으로 변화된 게 아니라 중국 인민들이 더 이상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는 분노, 그리고 공산당의 내셔널리즘이 같이 공명했기에 큰 움직임으로 나타 난 것이다. 예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힘에 힘을 보탠다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며 이야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모든 문제는 연결되어 있다”는 박 사무처장의 마지막 말처럼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 재개발로 마을이 없어지는 이야기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사는 내가 버린 쓰레기가 인천의 마을을 해치고 있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각자 내놓은 쓰레기가 하룻밤 지나면 모두 눈에서 사라지는 우리의 문명이 향하는 끝은 어디일까요?
이번 <문명의 끝에서> 상영회를 통해 쓰레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글. 이음팀 진예원 활동가
사진. 홍보팀 김다정 활동가
* 문의 : 녹색연합 이음팀 진예원 활동가 (070-7438-8536, salromhi@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