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곰과 사람 그리고 모두의 자유, 곰소풍

2025.11.20 | , 행사/교육/공지

첫 번째 후기 – 양희주 님

전 세계에 곰 사육농장이 허용된 단 두 나라에 한국이 포함된다고요? 김천시, 공주시 등 지역의 마스코트이자 88패럴림픽과 평창 패럴림픽의 마스코트인 반달가슴곰이 2025년 대한민국 어느 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지낸다고요? 10살이 되면 삶이 끝난다고요? 바람의 나라가 아닌 현생에서 웅담을 얻기 위해 곰을 죽인다고요?

강의를 듣는 내내 마음이 혼란했습니다. 전 아무것도 모른 채로 곰소풍에 참여했거든요. 친구를 대신해 갑작스럽게 참여하게 된데다 게을러서 미리 뭘 찾아보지도 않았어요. 강의 전 동물원을 한 바퀴 돌 때도, 다들 든든한 점심을 먹었나, 나른하게 잘 자고 있군. 단풍이 예쁘게 들었네. 그런 생각밖에 안 했거든요.

사육곰 산업의 역사와 사육곰 구출, 정책의 변화 등을 강연하는 서해 활동가

부끄러웠습니다. 세상에 구해야 하는 곰은 북극곰만 있는 줄 알았어요. 반달가슴곰은 생태 복원 사업으로 지리산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 알았어요.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오랜 시간 곰 사육을 반대하고 구조하는 일에 힘써온 활동가님들께 얼마나 감사하고 빚진 마음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의 후엔 김정호 수의사님과 함께 동물원 곳곳을 돌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청주동물원의 동물들이 대부분 중성화를 한 것도, 다치고 장애를 가진 동물들의 회복과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는 것도, 혼자 걸을 땐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냥 동물’이 ‘우리나라의 환경과 보호색이 맞지 않아 더 화려하게 느껴지는 동물들’로 보였어요. 씁쓸했어요.

동물원 식구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내부 병원을 구경한 것도, 반달곰들을 위한 행동풍부화 간식을 만든 것도 흥미로웠어요. 호박 냄새만으로 ‘풍부한 행동’을 보이는 반이, 달이, 들이를 보니 웃음이 났어요. 앞으로도 호박 더 먹으려고 투닥거리는 삶을 살길. 모든 곰들이 그런 사소한 행복을 넘치게 누리면 좋겠어요.

(좌)사육곰의 발걸음을 응원하는 한 참가자의 메시지
(우)반달가슴곰들의 행동풍부화를 위해 간식을 만드는 참가자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는 것만 알고 보이는 것만 보던 제게 창문이 하나 생긴 느낌입니다. 창문 밖엔 불편한 진실뿐이지만, 자주 그 창문 밖을 내다보려고요. 내년에 사육장 밖을 나설 270여 마리의 곰들이 모두 편안한 보금자리를 찾을 때까지, 청주동물원이 생츄어리가 될 때까지요.

두 번째 후기 – 한재연 님

다시 바라본 반달가슴곰의 이야기

반달가슴곰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을까? 반달가슴곰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건 네 발 혹은 두 발로 걷고, 우엉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슴에 반달 무늬가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정보뿐이었다. 반달가슴곰에 대한 시야가 아주 조금 넓혀졌던 건 초등학생 시절 TV를 통해서였다. 웅담 채취를 위해 철창 속에서 고통받는 반달가슴곰이 전국적으로 많다는 얘기를 듣고 어렸던 난 동물원을 떠올렸다. 그 안에 있던 동물들을 행복해 보였는데.. 아니었나? 처음으로 동물원에 대해 의문점을 가진 이후로 조금씩 동물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곰 소풍을 신청하며 다시 한번 반달가슴곰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는지 생각했다. 네 발 혹은 두 발로 걷고.. 우엉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슴엔.. 옛날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긴 시간 동안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봤던 철창 속 반달가슴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까. 제자리 걸음만 하던 나와 달리 반달가슴곰들은 희망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다.

재연님이 직접 촬영한 반달가슴곰들

청주동물원, 보호의 의미를 보다

처음 방문한 청주동물원은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동물원’보다는 ‘동물 보호 시설’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협소하고 열악한 이미지를 상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관람객들도 많았다. 유명한 대형 동물원과 비교할 순 없지만,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고, 동물마다 이야기가 있었다. 어미가 로드킬되어 인공 포육으로 자란 산양 ‘하이’, 왜소한 체구로 왔지만 사랑을 많이 받아 비만이 되어버린 미니말 ‘사라’ 등. 한국에서 보기 힘든 동물도 있었지만, 토종 동물들의 수도 정말 많았다. 청주 동물원을 통해, 그 나라와 지역의 동물을 보호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동물원’의 존재 의의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재연님이 직접 촬영한 안내판과 미니말 사라

청주동물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실은 이곳의 모든 동물들이 중성화되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 공간, 시간이 흐르면 늙고 병든 개체들만 남게 될 미래가 예정된 공간. 삭막하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는 보호의 의미가 있었다. 강제 합사나 인공 포육으로 생기는 부적응 없이, 아픔을 가진 채로도 생의 마지막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곳. ‘끝까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써 책임을 다하기 위해 중성화를 진행한다고 한다.

재연님이 직접 촬영한 추모공간

그다음 기억은 ‘바람이’였다. 청주 동물원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사자 바람이는 깜짝 놀랄 만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멀찍이 높은 철책 너머로만 보았던 ‘위험한 존재’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지나치게 가까워서 오히려 이상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가까우면 안 될 존재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기이함을 주었다.

재연님이 직접 촬영한 바람이

청주동물원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산적했다. 한국은 좁고 산악지형이 많은 탓에 모든 동물에게 최적의 서식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다른 동물원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동물들을 케어하기 위한 자금 문제도 있다. 좁은 땅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욕심의 대가를, 넓은 자연에서 살던 동물들이 대신 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반달곰의 해방을 위해 참여한 행사였지만, 다른 동물들을 보며 이는 반달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느꼈다. 청주동물원에 올 괴롭고 아픈 동물들이 더이상 없길 바란다. 남아있는 동물들에게도 편안한 여생만이 남아있기를 바란다.

곰소풍이 이끈 작은 전환의 순간

짧은 하루였지만, ‘곰소풍’ 안에서의 시간은 훨씬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동물들의 삶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그들을 둘러싼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넓게 뻗어 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환경과 동물권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왔지만, 실상 나는 후원만 하며 ‘나는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게으른 운동가에 가까웠다. 이번 ‘곰소풍’은 그런 나의 관심이 비로소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진 첫 번째 경험이었다. 이 작은 발걸음이 앞으로의 변화를 향한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즐거운 곰소풍 현장 사진📸

김정호 수의사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청주동물원을 돌아보았어요!

행동풍부화 간식을 직접 만들고 기념사진도 찰칵📸

행동풍부화 간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 맛있게 먹어줘서 곰마워🐻

열정적으로 퀴즈를 맞추는 참가자들과 즐거운 마무리😄

정리. 녹색연합 이음팀 진예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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