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4일, 갑작스럽게 찾아온 눈과 함께 <우리가 말하지 않는 지구> 북토크를 열었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한 이번 북토크에서는 저자인 김가람 PD를 초정해 강연을 듣고 대화를 나눠보았어요! 이 시간을 통해 지구의 한계를 넘은 생산-소비-폐기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한번 더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을 송민정 회원님의 후기로 만나보세요💌
녹색연합에서 주관한 김가람 PD님의 『우리가 말하지 않는 지구』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저는 평소 분리배출을 꼼꼼히 하고, 제로웨이스트 샵이나 중고거래를 이용하고, 재활용률이 높은 물건을 고르려고 나름대로 노력해 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이 자주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쓰레기로 뒤덮인 현장을 직접 마주하는 PD님은 더 큰 좌절감을 겪고 계시지 않을까, 이를 어떻게 대응하실까 궁금했어요. 다큐나 책에는 담기지 않은, 한 사람으로서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었어요.
PD님은 “내 역할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현장에 가면 감정에 압도되기보다 “이걸 최대한 많이 담아가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잘 전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신다고 해요. 문제 해결 과정을 ① 무엇이 문제인지, ② 왜 문제인지, ③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로 나눠볼 수 있다면, PD님은 그중 ①과 ②, 즉 ‘문제의 실체와 구조를 보여주는 일’에 자신의 역할을 두고 그 지점에 집중하고 계셨어요. 미디어의 역할은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쿨하다고 여기던 군상들(환경에 무지한 유명인, 기성세대 등)이 사실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내 역할까지는 잘하자”라는 태도가 분명하게 느껴졌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PD님의 ‘질문하는 근육’이었어요. 옷장 정리를 하다가 헌옷수거함에 옷을 넣는 순간, “이 옷은 이후에 어디로 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자 실제 업체에 직접 전화를 하고, SNS DM까지 보내며 그 경로를 추적해 다큐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일화를 들려주셨어요. 일상의 사소한 궁금증을 흘려보내지 않고, 질문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문제의 본질까지 도달하려는 태도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PD님이 북토크 내내 반복하신 표현인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은, 사내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면서 아이들에게는 “음식 남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모순처럼, 우리가 환경 문제에서 얼마나 자주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다큐는 바로 이런 모순을 비추어 보이면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다’고 느끼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는 도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북토크를 듣고 제가 내린 결론은, 환경을 위해 “1) 올바른 방향으로 2) 내 에너지를 쓰는 것”이 제 역할이라는 점이에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방향이 잘못되면 헛수고가 될 수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올바른 재활용 방법을 제대로 배우고, 그전에 애초에 소비를 줄이는 절약 태도를 기르는 것처럼, 내 행동이 실제로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에너지 측면에서는, 친환경적인 선택을 ‘의지’가 아니라 ‘습관’으로 만들어 행동 하나하나에 드는 마찰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마트나 온라인 쇼핑 대신에 자주 가는 제로웨이스트 샵이나 단골 중고가게를 몇 군데 정해 두고,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날을 정해두는 식으로 루틴을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거라고 생각해요.

또 혼자만 노력하면 쉽게 지치고, 앞서 말한 것처럼 회의감이 찾아오기 쉬운 만큼 ‘연대의 에너지’도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고민을 나누고, 팁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앞으로 녹색연합의 다양한 행사와 활동에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김가람 PD님을 보면서, 직업을 하나의 ‘소명’으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 안에서 대의를 향해 꾸준히 질문을 던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느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활자로든 화면으로든 PD님의 물음표가 닿아서, 각자의 자리에서 “내 역할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게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습니다. 멋짐 귀감이 되어주신 김가람 PD님, 그리고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녹색연합에 감사드립니다 🙂

글. 송민정 회원님
문의. 이음팀 진예원 활동가 (070-7438-8536, salromhi@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