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 21일, 지난 주 토요일 녹색연합 제15회 정기총회가 열렸습니다. 작년처럼 서울 YWCA 대강당에 모였어요. 정기총회는 한해를 시작하기에 앞서, 작년 활동과 결산을 보고하고, 올해 계획과 예산을 승인받는 자리입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고, 또 어떻게 쓰일지 알려드리는 시간이지요. 그래서 대의원의 참석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대의원’은 녹색연합 회원이 된 지 1년이 지나고, 최근 1년 중 6개월 이상 회비를 납부해야 그 자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대의원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한 회원은 녹색연합 활동 전반에 관한 의견을 내고 의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딱딱한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녹색연합 안팎의 목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절차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 중 녹색연합 활동가로부터 총회 참석 요청 전화나 문자를 받은 회원들 분명 계실 거예요. 오셨다면, 이런 시간을 함께하셨겠지요.
사전행사




이날 정기총회 사전행사로는 <김정호 수의사와의 대화>가 마련되었습니다. 최근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가 출간되고, 출연한 다큐멘터리 <이상한 동물원>이 넷플릭스로 공개되며 그동안 동물과 독특한 관계를 맺어온 김정호 수의사의 이야기에 많은 분이 빠져들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을 위한 동물원을 지향하고, 결국 동물원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동물원 수의사라니, 도대체 어떤 길을 걸어오신 걸까요.





지금의 청주동물원은 사육장과 야생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담비가 산에서 나뭇가지를 타고 와 동물원을 자유로이 드나들 정도로요. 그러나 과연 이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시멘트로 만들어진 사육장에서 수달들이 몸의 물기를 말리지 못해 곰팡이병에 걸리고 자해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합니다. 잔디만 있었어도 그 위에 슥슥 몸을 굴리면 그만이었을텐데요. 곰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곰보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든 사육장은 가장자리에 경사를 두어 변이 하수로에 떨어지도록 했습니다. 호스로 물을 부어 청소하기 용이하도록 했던 것인데, 겨울에는 경사에 뿌린 물이 얼자 미끄러진 곰이 아래로 떨어지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변화는 2018년 12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녹색연합이 농장에서 사육곰을 구출한 것입니다. 반, 달, 들이는 죽어서만 나올 수 있었던 사육장을 처음 산 채로 나선 사육곰들이었습니다. 그 반, 달, 들이를 받아준 유일한 곳이 바로 청주동물원이었습니다. 김정호 수의사가 사육곰을 데려오자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곰사뿐만 아니라 다른 사육장의 시설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단조로운 시설에 갇혀 잠만 자던 여우들이 자연을 닮은 사육장으로 옮겨가자 열심히 굴을 파기도 했답니다.
2023년에 데려온 사자 바람이로 인해 또다시 청주동물원의 독특한 행보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예쁘고 어린 동물 대신 병들고 장애가 있는 동물을 데려와 보호하는 동물원, 시끄럽게 음악을 트는 대신 동물이 조용히 쉴 수 있게 해주는 동물원이라니요. 동물원은 결국 없어져야 하지만, 남아있는 동안은 좋은 교육 시설로 기능해야한다는 김정호 수의사의 이야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동물이 죽은 뒤 남은 사육장을 철거하는 대신, 사람사로 만들어 관람객이 들어가볼 수 있게 했다니 이시대에 너무나 반가운 시선의 전환이었습니다. 이래서 ‘이상한’ 동물원이라 불렸겠지요.






동물원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치료소와 보호소, 교육기관으로 기능하고 그 이익과 혜택이 동물에게 돌아가길 바란다는 김정호 수의사의 말로 이번 사전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김정호 수의사의 ‘이상한’ 행보가 이어지길 응원합니다!
이후 다들 잠시 일어나 인사를 나누고, 다과를 즐겼습니다. 그 순간순간을 보여드릴게요.





본회의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의 인사로 제15회 정기총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총 55명의 대의원을 포함한 회원들이 함께 한 가운데, 우경선 상임대표의 개회 선언과 정규석 사무처장의 지난 회의록, 2025 수입・지출 결산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전국녹색연합과 전문조직의 2025년 한해 활동을 갈무리한 영상을 관람한 후 박서진 감사의 사업 감사 보고, 2026년 사업계획・수입・지출 예산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한 대의원이 녹색연합의 여러 활동을 어떻게 주요 매체에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눠주셨습니다. 급변하는 언론 지형에 발맞춰 어떻게 더 녹색연합의 활동을 잘 알릴 수 있을지 고민을 이어가겠습니다.



녹색나눔
안건 논의를 마무리 한 뒤 감사패와 아름다운 지구인상을 시상하는 ‘녹색나눔’이 이어졌습니다. 초록교사로 시작하여 오랫동안 인천녹색연합 활동을 이끌었던 김경숙 인천녹색연합 전 공동대표, 17년간 섬진강 두꺼비들의 삶터를 지킨 박수완 전남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대전 공공교통 확대 활동에 헌신한 이재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전 공동대표가 감사패를 수상했습니다.





회원 중에서 녹색가치를 알리고 실천하는데 두드러진 활동을 펼쳐 모두에게 활동의 과정과 결과를 자랑하고, 칭찬해줄만한 분께 드리는 아름다운 지구인 시상식도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자로 일하며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취재하며 15년 넘게 4대강 사업의 문제와 재자연화의 필요성을 알려온 김병기 회원, 청주동물원 수의사로 재직하며 녹색연합과 2018년 웅담채취용 사육곰 구출을 함께한 김정호 회원,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탈석탄 활동의 중요성과 정의로운전환의 필요성을 알리며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을 연결하기 위한 활동을 녹색연합과 오랜 시간 함께 한 이태성 회원, 멸종위기종이자 법정보호종인 사향노루 연구자로, 야생동물소모임으로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은 뒤 20년 가까이 녹색연합 활동가와 현장 조사 활동을 함께 한 황기영 회원이 수상했습니다. 감사패와 아름다운 지구인 수상자 선물은 어둠을 밝혀 세상을 비추는 빛, 그리고 부패를 막아 생명을 지키는 소금처럼 우리 곁에 꼭 필요한 분이라는 마음을 담아 초와 발효소금을 준비했습니다




아름다운 지구인 마지막 수상자는 故양시종 회원이었습니다. 작년 영면하신 양시종 님은 목수이자 등반가로 녹색연합의 시민모임 ‘녹색친구들’ 활동을 함께 하며 야생동물 서식지 보전 활동과 백두대간 생태 조사 및 올무 제거 활동에 앞장섰습니다. 그 누구보다 먼저 생태위기 현장을 찾았으며,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야생동물 앞에서 “사람이라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아파하신 분이었습니다. ‘녹색친구들’ 활동으로 양시종 님을 기억하는 김두석, 한상현, 장덕표 회원이 대리 수상하며 참석자들께 기억을 나눠주셨습니다.

정기총회가 마무리 될 무렵, 작가 그린씨가 녹색연합에 그림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녹색사회를 바라는 푸른 마음을 심장으로 그린 <두 번째 심장>이라는 작품입니다. 녹색연합이 간직할 귀한 보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작년 정기총회가 끝난 뒤엔 다들 가방을 메고 곧바로 광장에 합류해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이 일단락된 것 같지만 자연에 드리운 위협의 그림자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일상을 위협하는 것은 생물다양성 붕괴와 기후 위기뿐만이 아닙니다. 전쟁, 산업 재해도 우리 삶에 맞닿아 있습니다. AI 기술 발달로 정보 접근이 쉬워진 세상이라지만 우리의 시야는 점점 더 좁아지기만 합니다. 급변하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시시각각 파괴되는 야생을 지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지 녹색연합이 더 크고 넓게 고민할 때입니다. 녹색연합 회원들의 든든한 응원을 마음에 품고 자연에 들겠습니다. 이날 한 자리에 모여주신 여러분의 얼굴을 보며 새긴 다짐이었습니다.
정리 : 김다정 홍보팀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