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장독대 양혜리 님의 후기
녹색연합에서 진행하는 장 담그기 수업에 함께 참여해 보자는 친한 지인의 제안에 고민 없이 좋다고 했다. 오히려 좋은 정보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나의 어머니는 오래된 아파트에 오래 살고 있는 70대 할머니다. 이사 왔을 때부터 베란다에는 엉덩이 높이까지 오는 큰 항아리와 늘 간수가 떨어지고 있는 천일염 주머니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된장을 담글 때면 나도 고무장갑을 끼고서 메주 부수는 일을 거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얼갈이와 배추로 끓인 된장국이다.
정월 대보름을 사흘 앞둔 토요일 오후, 성북동에 위치한 녹색연합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수업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1부는 이혜영 숲해설가의 절기 강연이었다. 해를 중심으로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와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를 세로로 나누고, 춘분과 추분을 가로로 나누어 춘하추동으로 구분하니 스물네 절기가 쉽게 이해되었다.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어머니는 “너는 농사도 안 짓는데 왜 그렇게 절기를 따지고 챙기느냐?”라고 물으셨다. “그야 제때에 맞춰 맛있는 거 먹으려고 그러지.”라고 대답하니 “그야 그렇지. 값도 싸고.” 하며 수긍하셨다.
강연 제목은 <절기 따라 걷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근처 성북동 성곽길을 따라 함께 걸었다. 가장 먼저 본 것이 나뭇가지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비둘기 세 마리였다. 예전에 교과서에서 읽은 시에는 성북동 비둘기가 번지수를 잃었다고 했는데, 이제는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가 싶었다. 햇볕을 쬐는 직박구리도 보았고, 멀리서 아름다운 박새 소리도 들려왔다.


나무들은 지금 물을 끌어올리느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청진기를 대면 펌프질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알려주셨다. 아직 추워 나무에 벌레가 없는 틈을 타 우리는 나무에 기대어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서 나무를 끌어안기도 하고, 온도도 체크하고, 만지기도 하며 나무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

2부는 정향선 식생활 강사의 수업으로 직접 장을 담그는 시간을 가졌다. 정월 대보름을 앞둔 요즘이 장 담그기 좋은 날이라고 하시며, 그 이름도 ‘정월장’이 된다고 했다. 장 담그기 문화가 2024년 12월 3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장을 담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와 바람인데, 특히 바람이 해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우리는 장독대로 나가 항아리를 깨끗하게 닦고, 염도 약 20%의 소금물을 두 개의 염도계로 정확히 맞추었다. 메주를 십자(十) 모양으로 쌓은 뒤 소금물을 부어 마른 고추와 숯을 띄웠다.

4월에는 간장과 된장으로 나누는 ‘장 가르기’를 할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두 번째 모임이 된다. 막상 다 하고 보니 오래된 아파트의 어머니께서 이걸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해 주냐며 난감해하신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장 담그기는 기술이나 방법보다 해와 바람, 그리고 시간을 온몸으로 배우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글|녹색장독대 참가자 양혜리님
문의|이음팀 배채은 활동가 (070-745-5001, chaenker@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