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오리 농군이다!

2003.06.30 | 행사/교육/공지

녹색연합과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이 안전한 먹을거리로 건강과 환경을 지키고자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 두 번째 프로그램 <땅과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 현장을 찾아서>. 6월 28일. 며칠째 계속된 장마는 잠시 소강 상태에 빠진 듯 짱짱한 햇볕을 내려 받으며 참가자 140여명은 홍성으로 출발하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오리농법을 시작한 130만평 규모인 유기농업단지인 문당리에 도착하자, 참가자들을 환영하듯 오리농군들이 논 사이사이를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우와-오리 농군이다!  
오리농군들의 환영을 받으며 방문한 홍성 문당리 유기농 현장.



환경농업교육관은 유기농업을 확산하고, 소비자와 생산자의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주민들의 땀으로 황토 벽돌 3만 6천장을 찍어 지어 만든 희망의 터, 공동의 공간으로 일반인들에게 열려있는 곳이다. 농약 냄새가 나지 않는 마을 속에 있는 황토 흙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는 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은 넉넉해지고 차근하게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과 교보생명 다솜이 지원팀 허정도 팀장의 인사말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어른들이 마임(본래는 모방한다는 뜻이라 한다) 전문가 현대철 님과 함께 마임의 기본동작을 배워보는 사이, 어린이들은 공동체 놀이로 신명나게 뛰놀았다. 풍물 전문가 백두산 선생님이 가져온 동아줄 가닥은 미처 예상되지 않은 놀이까지 즉석에서 만들어진다. ‘꼬마야 꼬마야’를 부르며 긴 줄을 넘는가 하면, 어느새 기차놀이감으로 자연스레 변신하기도 하니, 완성된 장남감의 정형화된 놀이가 갖는 창조력 제한을 뚝딱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흥겨운 풍물과 사자놀이, 가면놀이, 귀신놀이까지 아이들은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논다.  



아침 6시 기상, 가벼운 산책으로 자연의 기운을 가득 담아 시작한 하루.
유기농사 체험 시간 전에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농법을 시작한 주형로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이대로 제초제와 살충제로 키운 농산물을 먹고 자란다면 손자를 보기 힘들 수도 있다는 염려로 온 생명을 살리기 위해 유기농업을 실현, 마을 공동체를 만들며 겪은 결론은 이렇다 – 좋은 일에는 반드시 좋은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것. 주민이 하나하나 삼만육천장의 황토 벽돌을 찍은 이유는 마을 만들기에 모든 사람들이 땀을 들인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란 것을 강조하셨다.
  
강낭콩, 감자, 상추, 풋고추, 깻잎 따기, 대파 모종 여섯 개로 나누어진 밭에서 농사 체험을 한 참가자들. 직접 수확한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들을 구매하는 직거래까지, 수확의 보람과 구매의 기쁨을 교보생명이 후원하여 녹색연합과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이 함께 제작한 장바구니에 가득 담았다.

점심을 기다리며 수확물 구매를 준비하는 동안 저절로 이루어진 감자와 강낭콩 구워먹기는 농촌만이 줄 수 있는 혜택이었다.  



“선생님! 선물이예요!” 다섯 살 쯤 되었을까. 행복으로 터질듯한 표정으로 사내아이가 주먹을 쥐고 손을 내민다. “어? 뭘까. 고마워요.” 고사리 같은 손을 펴보니. 지렁이를 내민다.  “아! 순간의 당황함”

따온 상추와 고추를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황토물에 셔츠 물들이기, 쑥개떡을 다양한 모양으로 조물거려 만들기. 질경이로 제기 만들어 차기 등 자연물 놀이로 본 프로그램은 마감되었다.

아쉬웠던 점은 풀무학교 홍순명 선생님과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점이다.
희망자에 한해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였지만, 사정상 홍순명 선생님을 모시지 못하여 기대를 하셨던 분들께 못내 죄송하다.  
잠자리가 다소 불편한 분들이 있었는데도 양해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



백사십명이란 적지 않은 인원이 한 공간에서 이틀을 머물면서도 복잡하단 느낌보다, 자연에 어우러져 유유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자연이 주는 너른 공간과 넉넉한 마음이었다고 본다.  행사 내내 즐거움 가득한 얼굴로, 행복한 아이들의 웃음 속에 자신을 놓아두었던 참가자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자연과 함께 한 시간들, 홍성환경농업교육관을 이끌고 계신 분들께, 그리고 특별이 이번 행사를 위해 밭을 일구고, 수확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생산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본 프로그램을 후원해준 교보생명에도 감사드린다.

이 글을 쓰는 순간,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울린다. 확인해 보니, 이틀간의 유기농 현장 체험에 가족 모두 무척 즐거웠다는 내용이다. 답신 문자를 보낸다.  넉넉한 마음과 웃음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녹색연합 많이 사랑해주세요.

글 : 대안사회국 임성희 mayday@greenkorea.org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