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을 뜨겁게(차갑게?) 달군(얼린?)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무임승차 하듯, 숟가락 하나 얹듯, 녹색연합과 봉준호감독의 인연을 새삼스레 다시 떠올려봅니다..
2004년 여름, 성북동 녹색연합 본부에 봉준호 감독이 찾아왔습니다. 새로운 영화를 구상하고 있는 중이라며 녹색연합이 2000년 터뜨렸던 ‘미군의 한강독극물 방류사건’에 대한 인터뷰와 자료 요청을 했지요. 그리고 그 사건을 토대로 하여 영화 <괴물>이 완성되게 됩니다. 물론 독극물 방류사건 자체가 영화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요한 사건의 시발점이 되었었어요. 영화의 흥행으로 인해 녹색연합의 군기지환경감시에도 성과가 있었고요.
‘미군의 한강독극물 방류사건‘이 뭐인지 궁금하실듯 하여, 바로 준비했습니다.
1. 사건 발단 개요
. 2000년 2월 9일 미군8군 영안실(U.S Army mortuary) Build. 5498에서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와 메탄올 성분이 든 시체방부처리용 용액 20박스를 아무런 정화처리 없이 하수구를 통해 무단 방출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 이 사건은 미육군 사망시 본국송환을 위해 방부처리하는데 쓰이는 포름알데히드 20박스(1박스 당 475ml, 병24개, 총 480병)가 영안소 부책임자인 미육군 민간부 군무원-11 등급의 Mr. Mcfarland, Albert L의 명령에 의해 싱크대로 버려진 사건으로 실행명령을 받은 담당자는 독극물이 한강으로 흘러가며, 이 물질이 암과 출산장애를 야기한다는 것을 근거로 거절했으나, Mr. Mcfarland, Albert L은 욕설과 함께 실행을 종용했다.
. 영안소 부책임자인 Mr. Mcfarland, Albert L은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로 보낼 예정이었던 이 약품상자에 단지 먼지가 쌓여 있었다는 이유로 사용하지도 않은 독극물을 싱크대를 통해 버릴 것을 명령한 것이다.
. 이 사건이 당시 집행자의 진술을 통해 5월15일 미8군 34사령부에 보고되었으나, 34 사령부는 7월10일 ‘물에 희석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결론이 통보되었다. 실제 집행자는 약품처리후 두통과 메스커움 등으로 3주의 병가를 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 포름알데히드는 독성이 매우 강한 화학물질로서 당시 포름알데히드를 버리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된 군무원이 병가를 내면서 부각되었다.
이러한 사실이 있음에도 미 제 34사령부는 포름알데히드는 ‘물로 희석하면 인체에 무해하며, 한강에 버리는 것은 결국 물에 희석됨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를 내부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 이에, 격분한 용역 노동자는 위 사실을 녹색연합에 알려왔으며 위 사건에 대한 확인 조사 과정에서 녹색연합은 미군이 버린 포름알데히드의 일부를 확보하였으며, 당시에 포착된 방류하는 사진과 관련된 공문을 입수하게 되었다.
. 7월 13일, 녹색연합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와 함께 독극물 방류 사건 발표 공동기자회견을 함
2. 이후 전개상황
2000년 7월 14일, 슈미트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 대리 미군 독극물 방류 시인
7월 20일, 녹색연합 주한미군사령관 및 맥팔랜드 고발
7월 24일, 미8군사령관 다니엘 페트로스키 독극물 무단방류 공식사과
7월 28일, 보즈워스 美대사 국회 평화통일포럼 주최 정책간담회에서 독극물방류 사과발언
8월 2일, 한.미 SOFA 개정협상 시작
8월 31일, 검찰, 한강독극물방류사건 직접 방류자 소환조사
9월 8일, 주한미군, 한강독극물무단방류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9월 8일, 검찰, 한강독극물무단방류지시자인 맥팔랜드 앨버트(미8군 영안실 부소장) 소환
10월 13일, 검찰, 독극물 방류지시 미군 앨버트 불구속기소
11월 2일, 주한美사령관 서울시방문 ‘독극물’ 사과
2001년 4월 5일, 서울지법, 미군 독극물방류 정식재판 회부
5월 15일, 주한미군, `독극물방류’ 재판회부 반발 / 재판 불응 통보(5.28)
6월 9일, 최경원 법무부 장관, 독극물방류사건 형사재판권 입장 표명
8월 22일, 주한미군, `맥팔랜드 재판’ 거부
8월 23일, 녹색연합 한강독극물방류사건 주범 맥팔랜드 공개수배
2003년 12월 12일, 맥팔랜드 첫 재판
12월 19일, 한강독극물(포름알데히드)방류사건 수질환경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
2004년 1월 9일, 맥팔랜드 선고공판
1월 15일, 맥팔랜드 항소장 제출(주한미군 의사와 별개라고 함)
12월 16일, 항소심 – 맥팔랜드 처음으로 출석함.
2005년 1월 19일, 항소심 결심- 집행유예 2년 선고.
영화 개봉 당시 한국정부는 반환 예정인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을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를 두고 미군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화에 책임을 다 하겠다던 미군이 15개 기지를 정화도 하지 않고 한국정부에 넘기는 일이 발생한 것이죠. 이후에 밝혀졌지만, 반환예정인 미군기지의 토양 오염과 지하수 오염은 기준치를 갖다 들이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높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압력에 국방부가 굴복하고, 국방부가 환경부에 압력을 넣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때마침 개봉한 ‘괴물’이 흥행가도를 달리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은 시사회에 참석해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괴물’과 같은 작품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고, 반명 환경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은 영화 괴물의 흥행에 난감해 했다고 합니다.
이런 여러가지 의미있는 사건을 만들어낸 녹색연합과, 영화 <괴물>. 개봉한지도 벌써 7년이 된 영화이지만 지금쯤 한번 더 볼 만 하지 않나요? 이번에는 ‘괴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닌, ‘환경’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감상해 보시는 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