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km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

2013.09.15 | 행사/교육/공지

길을 걷다 -1만km의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

얼마 전 주말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멤버들이 강릉에 있는 바우길을 찾아가 걷는 장면이 소개된 적이 있지요? 요즘에 제가 하는 일과 연관이 있는 터라 어떤 길인가 알아보기 위해 방송이 끝난 후 컴퓨터 앞에 앉아 바우길을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 주소를 클릭했으나.. 평소보다 조금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끝내는 기대했던 바와는 다르게 ‘방문자 폭주로 인해 사이트가 마비되었습니다’ 라는 안내문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방송에 아름답고 걷기 좋은 길로 비춰지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방문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바우길 홈페이지 폭주 현상은 방송의 힘도 있겠지만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길을 거쳐 현재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걷는 길에대한 관심과 걷기 열풍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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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문화는 건전한 여가를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고 건강에도 유익한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우리 정부와 지자체들이 이러한 유행을 좇아 앞다투어 너무나 많이 걷는 길 조성 사업을 수행해 왔다는 점입니다. 무분별한 사업 수행의 결과 현재 전국에 약 1만여 km에 달하는 걷는 길이 조성 되었고(정확한 수치 산정 불가) 환경훼손 문제와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관리 할 수 있는 길 조성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대로 된 관리 운영 매뉴얼, 국가 걷는 길 관련 법 등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2012년에 제주도 올레길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걷는 길 이용자의 안전문제에 대한 심각성도 대두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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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에 많은 예산을 들여서 걷는 길을 만든다면 사람들이 걷기에 좋으면서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보전하고 소외된 지역주민들의 소득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또 그 길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고 해결하고자 석달이 넘도록 여름의 땡볕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길을 걸었습니다.
관리소홀로 인해 허리만큼 자란 풀들을 헤치고 비로 인해 잠겨버린 다리를 건너 인도가 없는 아스팔트 도로를 누비며 꿀꿀거리는 멧돼지와 눈싸움도 한판하고 이정표가 없거나 훼손된 길을 몇 시간씩 헤매야만 했던 시간들…

뭐 덕분에 튼튼한 다리와 해가지면 눈에 잘 띄지 않은 어둠의 피부도 부상으로 얻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땀방울을 만들어 내는 일일뿐만 아니라 건조해진 생각을 풍요롭게 하고 살아있고 숨쉬는 숲과 자연을 통해 마음을 쉬게 하는 가치 있는 일임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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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사실은 아직도 숲길 영역활동은 진행 중 이라는 것입니다.
1만여 km의 길들 중에서 이제 고작 십분의 일만 체험했을 뿐이니까요..
맑은 가을 하늘아래 황금빛 태양을 맞으며 걷는 길 조사에 함께 하고픈 분들!!
언제나 환영합니다. ^^;;

 

 

글/사진: 이장교(자연생태국 숲길영역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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