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농부, 토종씨앗으로 먹을거리 자주독립을 꿈꾸다

2013.12.04 | 행사/교육/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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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방송마다 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기자 최불암 씨의 풍성한 전통밥상을 항상 부러운 마음으로 시청하곤 했습니다. 비위생적이고 잘못된 먹거리에 대한 고발 프로그램은 한탄스럽고 불쾌하기까지 하여 돈 주고 사먹는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평생을 서울 토박이로 살았는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구실삼아 올해 3월 강화도에 작은 농지를 마련했습니다. 농촌 생활의 그리움이나 이상향을 꿈꾸기 보다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자주독립을 목표로 주말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농사 경험은 전혀 없지만 아파트에서 식물 기르기를 좋아하여 여러 가지 먹거리 작물에 대한 관심이 유별났습니다. 그래서 고추, 감자 고구마는 물론 수박, 오이, 참외, 가지, 토마토, 개똥쑥, 와송, 천년초 같이 건강에 기능성까지 고려한 식물을 모두 찾아서 심었습니다. 농사 초보가 욕심껏 다양한 작물을 심은 데다 농사 방법도 이것저것 갈팡질팡 시도하다 보니 농사결과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감자는 한 상자 심어 두 상자 밖에 수확하지 못했고, 수박은 모종 5개 심어서 아기머리만한 것 세 덩이를 따 먹었고, 오이나 상추는 대체로 잘 자란 덕에 모종 값은 충당한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참외는 인터넷 토종종자 나눔 동호회 도움으로 토종참외를 심을 수 있었고 토종참외의 독특한 맛을 난생 처음 볼 수 있었습니다. 토종참외 종류는 많이 알려져 있는 개구리참외 외에도 호박참외, 조선참외, 깐지참외, 사과참외 같이 들어 보지도 못한 이름의 종류가 무려 3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저는 조선참외와 깐지참외 사과참외 3가지 토종참외 종자를 심었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노란색의 개량종 참외가 아닌 푸른색, 얼룩무늬, 사과모양의 귀여운 참외열매가 열리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토종 참외는 참외 살이 호박 속 같이 주황색을 띄고, 아삭아삭 하기보다는 부드럽습니다. 당도도 개량 참외보다 낮아 달지는 않지만 풋풋한 토종의 향취가 아주 독특합니다.

토종 종자는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오랫동안 적응되어 대대손손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 우리의 고유한 씨앗입니다. 초보 주말농군으로 때맞춰 씨앗심기와 거름주기, 물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척박한 토양과 극한 환경에서도 토종씨앗은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열매까지 풍성하게 맺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기 스스로 억척같이 생존한 강한 생명력을 지닌 토종식물이 우리에게는 정말 좋은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개량종 참외는 맛이 달고, 모양도 좋고, 크기도 크고 아삭아삭하는 식감이 일품이지만 시설에서 비바람 막아주며 키워 생리적으로 연약하고, 각종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성장했을테니 강한 생명력을 지닌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라 하기 어렵겠지요.

먹거리에 대한 자주독립의 길은 아직 멀었습니다. 다만,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에서 자란 먹거리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토종 작물을 널리널리 알려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알려야겠다는 작은 생각을 해봅니다.

글. 사진 : 최진만

* 최진만 님은 녹색연합에 7년째 후원하고 있습니다. ‘강화풀밭농원’이라 이름붙인 농장에 도시농사를 막 시작했습니다. 도시에서 먹을거리 자립을 꿈꾸는 분들과 함께 소식을 나누고 싶습니다. cjj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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