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녹색연합신입워크샵 후기_ 부산 by 김승홍

2012.07.11 | 행사/교육/공지

새만금을 떠나며…….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에 세상에 대한 불만은 많았다. 하지만 추상적이었던 생각이 구체화 되고 생활과 연결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시작은 대학졸업이후 잠깐 했었던 반핵운동이었다. 내가 가진 불만의 무게에 눌려 무력하게 질식할 수는 없었다. 좋을 일 한번 해보자는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나름 절박했었던 것 같다.

60억 인구가 이렇게 지구를 파먹기만 하다간 남는 게 없을 거란 생각을 막연히 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인류의 미래를 이번 워크샾을 통해 알았다고 말하려면 거짓말을 많이 보태야 하겠지만, 하지만 어쩌랴, 정말 그런 기분이었는 걸.

예전에 반핵활동을 처음 했을 때의 느낌이 여기 새만금을 통해서 살아 돌아왔다. 거대하고 추상적인 담론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대책 없다는 사실을 알고나자 갑자기 밀려오는 안도감(?)이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이론과 실제의 연결, 의식과 행동의 연결, 그래서 뭔가 변할 것이라 기대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래도 매의 눈으로 세상을 살펴야 한다는 의무감이 충족되는 느낌. 자기만족이상은 못 된다는 사실이 문제지만…….

새만금에선 고대의 유적지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쓸쓸하게 서 있는 장승들과 쓰러져 있는 기념비. 예전엔 갯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서진 조개껍데기, 새만금의 과거에 대하여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의 말투에서 묻어나는 회한과 쓰라림. 지금은 이곳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떠나가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성공과 실패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상처가 깊어요.

현장에 뛰어 들었다는 안도감과 그 현장이 보여주는 우리의 불안한 미래가 어울려 말 할 수 없이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사람이 앞으로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착취(?) 시스템이 빨리 정착되어야 할 텐데. 자본주의는 항상성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점을 재빨리 파악한 다음 대책을 내 놓지 못하는, 누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하고 있는 탓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거겠지.

하룻밤 일정이 부족해서 아쉬웠지만, 더 머무른다면 무엇을 보게 될지 몰라 두렵기도 했다. 이제 같이 시작하는, 함께 오신 신입 활동가 여러분들과 보낸 밤이 몇 시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더욱 아쉬웠다.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만 짊어진 듯한 표정으로 하루종일 있었을 텐데…민폐였다면 지금을 빌어서라도 사과드리고 싶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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