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어린 생명을 보살피는 ‘경칩’

2016.03.04 | 행사/교육/공지

청개구리

기후나 농사일과 연관된 이름이 대부분인 절기에 유일하게 동물에 관한 말이 들어있는 날이 바로 ‘경칩驚蟄’입니다. 말이 놀라고 땅속에 숨어있던 벌레가 놀랜다는 뜻이지요. 겨우내 추위에 꽁꽁 웅크리고 있던 동물들이 계절이 바뀐 걸 알고 늦잠자다 놀란 사람처럼, 앗! 하고 깜짝 놀라 뛰어나오는 걸까요? 『24절기와 농부의 달력』에 보면 고전 『禮記예기』의 「월령」에는 경칩에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고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 되어 있다 합니다. 땅을 뚫고 이제 막 올라온 새싹은 작고 여려 부주의한 발길에 채이기 일쑤이고 어린 것들이 맞기엔 여전히 날이 차니 잘 보살피라는 그 마음에 괜히 뭉클해집니다.

게다가 경칩이 인간 세계가 아닌 동물 세계를 두고 만든 말이고, 경칩 이틀 전인 3월 3일은 세계야생동식물의 날인데, 혹시 UN이 삼월 초순에 있는 이 경칩을 알고 정한 게 아닌가 엉뚱한 상상을 해 봅니다.

더불어 몸과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입춘엔 아, 이제 봄이 오는구나 기대하고 우수엔 언 물이 녹는 걸 보며 봄이 저 멀리 남쪽 어딘가에는 왔겠구나 하고, 경칩이 되면 아, 이제 봄이 정말 코앞이다 생각하게 됩니다. 아침 저녁으로 여전히 쌀쌀하지만, 요즘 땅을 밟아보면, 정말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얼어있던 땅이 녹아 폭신폭신 합니다. 폭신폭신해진 땅을 뚫고 새싹이 올라오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나무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시골에선 겨울잠 자다 깨어난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겨울밭 보리밟기를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고 밥상이 쑥, 냉이, 달래 같은 봄나물 잔치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마 남쪽에선 벌써겠지요.

새학기의 첫 일주일을 보내는 아이들도, 겨울 살림살이를 거두고 봄 살림살이를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도, 1,2월동안 잔뜩 세워놓은 일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직장인들도 분주한 하루하루입니다. 예전부터도 경칩을 며칠 앞둔 음력 2월 1일을 머슴날이라 곧 농사일로 바빠질 머슴들에게 떡과 맛있는 음식을 차려줬다 합니다.

우리도 밥 든든히 먹고 한해 살이를 시작해 봅니다.
경칩인 오늘, 주위의 어린 생명들을 돌아보고, 도시 한복판에 살고 있어도 꼭 흙 한번 밟아보시기 바랍니다.

정명희 / 녹색연합 협동처장

[참고문헌]
24절기와 농부의 달력, 안철환, 소나무
절기서당, 김동철, 송혜경, 북드라망
자연달력 제철밥상, 장영란,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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