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② 공존을 꿈꾸는 저어새

2014.05.07 | 행사/교육/공지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②

공존을 꿈꾸는 저어새     

지구에서 20분마다 생물종이 한 종씩 영원히 사라질 정도로 생물종다양성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에 녹색연합은 2014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야생동물 10선>을 선정하여 생물종다양성의 중요성을 전합니다. 시민들이 함께 지켜야할 야생동물 이야기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 두번째 이야기로 공존을 꿈꾸는 저어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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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 튼 둥지에서 새끼를 기르고 있는 저어새.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이기섭

“키리릭, 키리릭”
독특하게 먹이를 보채는 저어새 새끼들의 날카로운 소리를 확인할때면 숨을 죽이고, 몸도 낮춘다. 전 세계 수십만마리의 저어새 중 고작 2700여마리 남짓 남아있는 저어새가 휘이~ 날라갈까 하는 걱정된 마음이 들어서이다.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도시. 그 도시 속 인공 섬에 봄이면 희귀한 새들이 날아와 새끼를 키우며 산다. 보통 사람의 발길이 없는 무인도에서 산다는 저어새는 왜 사람이 가득한 도시에 날아와 사는 것일까?

 

부리를 휘‘저어’ 먹이를 찾는 ‘새’
저어새는 마치 주걱이나 숟가락 같이 생긴 부리를 물 속에 넣고 휘저어 그 촉감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이다. 부리를 젓고 다닌다고 저어새라고 부르고 숟가락 부리라는 의미로 영명은 Spoonbill이다. 
저어새과 조류(Threskiornithidae)는 전 세계 6종이 있으며 한국에는 저어새(학명 Patalea minor)와 노랑부리저어새(Platalea leucorodia)가 서식한다. 저어새는 주로 갯벌과 해안에서 발견되고 얼굴 주변이 검은색이어서 검은 얼굴이란 의미로 Black-faced Spoonbill이라고 한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주로 내륙습지에서 서식하고 부리 끝이 노랗고 키가 큰 편이다. 유럽과 아시아에 분포하여 Eurasian Spoonbill 이라고 한다.

 

한국을 찾는 저어새는 내륙습지보다 해안 갯벌을 더 자주 이용한다. 저어새가 주걱 부리를 휘저어 물고기를 잡는 것이 언 듯 생각하기에 쉽지 않을 것 같아도 갯벌 사이의 물골처럼 물이 탁한 곳에서는 물고기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새들보다 훨씬 더 잘 잡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어새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다른 종류의 저어새들이 10만 마리 이상 생존하는 것과 달리 저어새는 3,000마리도 되지 못한다. 그나마 30년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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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를 물속에 넣어 저어 먹이를 찾는 저어새, 탁한 물속에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다 ⓒ이기섭

 

파괴되는 갯벌, 전세계 저어새의 95%가 위기에 처해
저어새가 멸종위기가 되도록 감소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서식지가 크게 파괴되었고 수은, 카드늄, 납과 같은 중금속 오염이나 DDT 농축에 의한 먹이의 오염, 각종 살충제와 제초제, 쓰레기, 오폐수로 인한 어류 먹이 감소, 낚시줄과 같은 해양쓰레기에 의한 폐사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일부 번식지는 군인들의 포사격 훈련장으로 이용되거나 알을 채취해감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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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바늘에 걸린 저어새의 엑스레이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삶터인 갯벌이 매립되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갯벌 간척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3년간 저어새 수는 더 이상 늘지않고 있다. 
저어새가 갯벌에 의존해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는 물이 들고 나갈 때 물고기나 새우와 같은 먹이감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갯벌은 1970년대부터 매립이 시작되어 지난 30년 동안 무려 7-80%에 해당하는 면적이 사라졌으며 아직도 갯벌 매립은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경우도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간척이 시작되어 상당한 면적의 갯벌이 매립되고 있다. 갯벌 이외에 한국의 담수습지도 거의 사라져 이용이 어려워졌다. 그나마 논에 물을 대는 모내기철에 미꾸라지, 개구리나 수서곤충 등을 잡아먹을 수 있었으나 제초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그것도 힘들어졌다. 한국의 강 하구는 대부분 둑으로 막히고 수심이 깊어져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저어새는 95% 이상이 한국의 서해안을 따라 곳곳에 산재한 무인도에 번식하는 새이다. 그 중에서도 인천, 강화 옹진군 지역에 80% 이상이 몰려있다. 이곳은 한강하구에서 흘러나온 토사가 쌓여 형성된 갯벌이 넓게 형성되어있고 군사적 이유로 출입이 제한된 여러 무인도서가 있기 때문이다. 유도, 요도, 석도, 비도와 같이 비무장지대나 북방한계선 근처에 있어 감히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섬들이 대표적인 저어새 번식지이다.

 

도시에서 꿈꾸는 저어새와의 공존 

지난 2009년부터 인천 송도의 남동공단 유수지 내 인공섬에 저어새가 번식을 시작하였다. 번식지가 도시 안에 위치하고 상황이 열악함에도 많은 저어새들이 번식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도처럼 과거 번식지에 문제가 생겼거나 그만큼 번식할 곳이 없다는 것을 뜻했다.

저어새는 돌 틈이나 바닥에 나뭇가지와 풀을 모아 직경 40cm 정도 크기로 둥지를 튼다. 알은 보통 흰색바탕에 잔 점이 있으며 3개(2~4개)를 산란한다. 25일 정도 알을 품으면 흰색 솜털의 새끼가 부화하고 나이가 들면서 부리가 길어지고 점차 넓어진다. 새끼는 태어나서 30일 정도면 날 수 있게 되며 둥지를 떠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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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고 오염된 환경에 처한 저어새 ⓒ이기섭

 

그러나 남동유수지의 저어새들은 축대의 좁은 돌틈 사이에 번식하였기 때문에 둥지에서 새끼가 굴러 떨어져 죽기도 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유수지이기 때문에 폭우가 내린 다음날, 거의 모든 둥지가 물에 잠기고 말았다. 
새끼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다음해부터 저어새가 오기 전에 섬에 들어가 축대사이 틈을 넓혀 둥지 자리를 만들어주고 나무 재료도 넣어주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매년 저어새 수가 늘어나 5년 만에 번식수가 5배로 늘어났다. 그 작은 인공섬에 이젠 100쌍이 넘는 수가 번식하는 최대 번식지가 되었다. 둥지자리를 만들고 재료를 제공해 줌이 이렇게 놀라운 변화를 주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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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수하암이 저어새의 유일한 번식처이자, 삶터가 되었다.  ⓒ이기섭

 최근 4년간 남동유수지, 각시암, 수하암 등지의 저어새 번식지를 조사하고, 가락지를 부착하여 저어새 이동경로를 모니터링 하면서 많은 인천 시민들과 학생들이 저어새를 보러오고 저어새가 어떤 새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저어새가 번식할 곳을 찾지 못해 얼마나 고생하고 있고 간절하게 둥지 재료를 원하고 있는 지도 알게 되었다. 저어새 새끼들은 가까운 곳에 쉽게 먹이를 잡을 수 있는 안전한 갯벌이 있어야 함도 알게 되었다. 매년 이 곳에서는 낚시줄에 걸리거나 상처 입고 오염된 저어새를 구조하여 풀어주고 있다. 오염된 환경에 살아가는 저어새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며 어쩌면 우리가 사는 환경이 이렇게 오염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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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남동공단 유수지의 오염된 물에 빠진 새끼를 구조해 방사하는 모습 ⓒ이기섭   
 

내년 봄에도 저어새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제 갯벌 매립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갯벌은 새들의 산란지이자 서식지뿐 아니라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갯벌 매립은 해양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인천의 갯벌은 신도시, 준설토 투기장, 항만 등의 목적으로 계속 사라지고 있다. 최근 전세계 저어새 10%가 태어나고 자랄 정도로 저어새 종보전을 위한 핵심지역인 영종도 갯벌에 준설토투기장 공사가 진행중이다.
 갯벌도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남겨져야 한다. 매립을 하더라도 매립지의 최소한 10~20%은 물새 서식지로 조성해주거나 남겨주어야 할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갯벌의 중요성과 해양 환경 오염의 심각성에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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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준설토투기장 공사를 위해 갯벌을 매립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저어새를 지키는 것은 ‘생태계 피라미드’ 전체를 지키는 것 
저어새는 10월이 되면 바다를 건너 장거리 이동을 시작한다. 번식을 끝낸 저어새들은 먹이감이 풍부한 주변의 갯벌과 일시적으로 형성된 시화호나 새만금 등지의 간척 습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대만, 홍콩, 중국 남부, 일본 남부 등 동남아시아로 날아가고 일부는 제주도에서 겨울을 나기도 한다.

과거 저어새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있고 수가 적어 그 존재조차 잘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어떻게 갯벌을 매립하느냐에 따라 저어새가 생존하는가, 멸종하는가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저어새는 갯벌의 건강성을 알려주는 깃대종이다. 저어새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갯벌과 습지가 건강하고 오염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저어새를 지켜주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저어새의 생태와 이동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서로 멀리 떨어진 갯벌들조차도 저어새에게는 모두 중요하게 연결된 통로일 수 있다. 각 국가, 각 지역의 갯벌과 습지가 함께 보호되어야 저어새들도 살아남을 수 있고 사람들도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대만, 일본, 홍콩, 중국 등 저어새 월동지에서 보호 노력, 그리고 번식지인 한국에서의 갯벌 보전과 둥지 재료 공급과 같은 수많은 보호 노력의 결실이 계속 합해지면 저어새는 멸종의 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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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저어새가 계속 지구에 번창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와 이웃 나라가 힘을 합쳐 갯벌 보전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기섭

 

*글․사진: 이기섭님은  현장에서 새를 연구하는 야생조류전문가로 한국물새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초봄인 요즘 저어새의 번식시기라  밤낮없이 저어새의 일상을 관찰하고 있다.   

*기획 표제어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박노해의 시집의 제목입니다.

* 이 글은 한겨레 물바람숲에서도 확인할수 있습니다.

새가 날지 않는다면,

새들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작은 몸짓으로 살아내지 않았다면 어떤 세상이 되었을까?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새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를 만날때 지켜야 할 것들>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 빨리 움직이거나, 시끄러운 소음을 내거나, 같은 새를 계속 쫓거나 새들을 날리기 위해 물건을 던지지 않는다. 둥지에 지나치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

 ◦알과 새끼를 만지지 않는다

  – 어미새들은 위협을 느끼면 알을 품고 새끼를 먹이는 것을 포기할때도 있다. 둥지나 둥지 주변에 변화를 주는것은 번식에 치명적. 둥지 근처 땅에서 깃털이 다 자란 새끼가 혼자 있으면 비행연습을 시키며 어미새가 일부러 내버려두는 것이니 그대로 둔다.

 ◦억지로 새를 유인하지 않는다

  – 먹이나 소리로 유인하지 않는것이 좋다. 새소리 도구를 지나치게 내지 않는다.

 ◦탐조인원은 가능한 적게

  – 단체가 갔더라도 모둠을 나눠 탐조한다.

 ◦서식지를 있는 그대로

  – 습지나 초지, 야생화, 덩굴등을 밟지 않고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되도록 말을 걸지 않는다.

 ◦사진찍을때

  – 몸을  숨긴다. 연출 행위를 하지 않는다. 둥지의 알, 새끼는 가능한 촬영하지 않는다. 망원렌즈, 무인카메라 장비를 이용해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한다. 조명이나 플래시는 가능한 피한다.

(출처: 작은것이 아름답다 (2011.7월호)  

 

  <저어새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이 곳을 참고하세요>
   – 한국물새네트워크
  – 인천 저어새 네트워크
  – 저어새섬사람들
  – 남이섬버듀페스티벌 ‘새와 생물다양성’ (2014.5.24~25, 남이섬 일대)
  – 온라인 새도감 버드디비
  -' 그 새 보러갈까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2011년 7월호)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활동을 위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캠페인 후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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