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⑥ 생명과 평화를 말하다. 점박이물범

2014.09.01 | 행사/교육/공지

지구에서 20분마다 생물종이 한 종씩 영원히 사라질 정도로 생물종다양성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에 녹색연합은 2014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야생동물 10선>을 선정하여 생물종다양성의 중요성을 전합니다. 시민들이 함께 지켜야할 야생동물 이야기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 여섯번째 이야기로 생명과 평화를 상징하는 점박이물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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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331호,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보호중인 점박이물범(사진:강규원)

얼음을 타고 내려오는 물범의 모습, 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나라 바다에 물범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어본 분도 있을 것입니다. 불과 100년 사이에 한반도를 넘나들던 호랑이, 반달가슴곰, 여우가 모두 이 땅에 살았었지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마스코트인 점박이물범

멸종위기에 처한 우리 바다의 야생동물, 고래를 제외한 서해안 유일의 해양포유류이며 서해안의 깃대종인 점박이물범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점박이물범이 이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로 지정될 정도로 우리들에게 친숙하고 평화의 아이콘인 중요한 해양포유류로 홍보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백령도 점박이물범에 대해 알고 있을까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마스코트인 점박이물범)

 

 

수족관에서 만날지도 모를 점박이물범
우리나라 황해(서쪽바다)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천연기념물 제331호(1982년)로,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2004년)으로, 국토해양부의 해양생태계 보전관리법 보호대상 해양생물(2006년)로 지정하여 보호되고 있는 귀한 신분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점박이물범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좀 다른 모습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연안개발로 인한 서식지 오염 및 축소, 제한된 번식 집단으로 인한 근친교배,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 교란 등으로 황해에 서식하고 있는 점박이물범이 1940년대 8,000마리이던 것이 현재는 600마리 내외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인천아시안게임 마스코트였다는 기록이 적혀있는 수족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해양포유류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점박이물범은 왜 매년 백령도로 오는 것일까요?
점박이물범이라고 검색을 하면 백령도라는 단어가 함께 검색이 될 것입니다. 백령도는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의 섬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섬입니다.
점박이물범은 많은 위협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서쪽 바다를 거쳐 백령도에 오는 것일까요?
저는 점박이물범을 연구하기 위하여 7년간 백령도에서 길게는 30일간 상주하면서 점박이물범을 만나러 가면 “왜 백령도로 오는가?”라는 질문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한·중 협력연구를 위해 점박이물범의 번식지를 방문하여 전반적인 서식현황을 살펴본 후에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점박이물범이 백령도로 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번식을 위해서 번식지로 이동해 가는 것일 뿐입니다. 점박이물범의 집은 먹을 것이 풍부하고 쉴 곳도 많은 백령도를 포함한 우리 바다인 것입니다. 점박이물범은 귀중한 손님이 아닌 백령도의 가족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점박이물범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이하고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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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서 휴식중인 점박이물범(사진:고래연구소))

 

백령도의 가족, 점박이물범을 소개합니다.
우선, 생물학적인 정보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점박이물범의 표면에 나타나는 빛깔은 은회색 혹은 회갈색 바탕에 1∼2cm 타원형의 점무늬가 산재해 있어 이러한 점무늬 때문에 점박이물범이라는 명칭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컷과 암컷의 크기 차이는 거의 없고, 수명은 약 30∼35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숙한 수컷의 체장은 약 1.7m, 암컷은 약 1.6m로 출생시에는 체장이 약 80∼90cm 정도입니다. 성숙한 개체의 체중은 약 80∼130kg으로 출생시에는 약 10kg내외이며, 임신기간은 약 11개월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점박이물범은 일시적 일부일처제로 자기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1월∼4월 중순경 양모 같은 흰 배내털을 가진 새끼를 낳습니다. 주로 얼음 위에서 번식하지만 지역에 따라 해변이나 모래톱에도 올라갑니다. 먹이로는 주로 어류(우럭, 노래미, 까나리 등)와 두족류(문어 등)를 먹으며, 어릴 때는 소형 갑각류(게 등)를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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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물범의 성숙한 개체와 배내털을 가진 어린 새끼(사진: 고래연구소))

여름엔 우리나라 백령도에, 겨울에는 중국 랴오둥만에~  
이번에는 점박이물범이 서식하고 있는 분포를 살펴보면, 알래스카 연안과 베링해 연안, 캄차카 반도 연안, 사할린 연안, 홋카이도 연안 등 북태평양 고위도 해역에 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바다에 서식하는 무리는 오래 전에 황해로 들어와 고립된 개체군으로 중국과 한반도 연안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령도는 국내 최대 서식지입니다. 북태평양 분포역내의 총 개체수는 약 40만 마리이며, 현재 중국 보하이만과 우리나라 서해에 서식하는 총 개체수는 약 500∼600여 마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점박이물범 분포점박이물범은 겨울철 중국 보하이 랴오둥만의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며, 젖을 떼는 이른 봄부터 남하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백령도와 중국의 산둥지방 연안으로 이동해서 여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이 되면 번식을 위해 랴오둥만으로 이동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것을 점박이물범의 회유행동이라고 합니다. (점박이물범의 분포범위)

 
(회유행동: 물고기류가 일생 또는 1년 등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일정한 바다와 하천을 회유이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 요인으로는 수온·염분 등을 들 수 있으며, 그 목적은 종족을 번식시키는 산란장과 주식물인 플랑크톤의 번식장을 찾아가는 데 있다._네이버 지식백과중에서)

 

국내 최대 서식지 백령도
점박이물범과 백령도는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점박이물범 최대 서식지가 백령도이기 때문입니다. 백령도를 지켜야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매년 3월에 점박이물범들이 중국의 랴오둥만에서 번식을 끝내고 남하하기 시작하여 봄에는 그 수가 적으나 여름으로 갈수록 개체수가 증가하여 8∼10월에는 최대에 도달하고, 11월경부터는 북상회유로 그 수가 점차로 줄어들어 12월부터 다음해 2월경까지는 거의 관찰되지 않습니다. 백령도에서의 주요 서식지로는 물범바위, 하늬바다, 연봉바위 및 두무진 주변 해역이며, 물범이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하고 먹이가 풍부한 물범바위 주변이 물범을 가장 많이 관찰할 수 있는 서식지입니다.

 

백령도물범서식지
(백령도의 점박이물범 주요서식지-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물범바위, 하늬바다, 두무진, 연봉바위)

2000년∼2002년(환경과학원 조사)의 백령도 서식 물범 개체수는 최대 340여 마리였으며, 2006년∼2011년(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조사)에는 최대 200∼3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정부 및 주민, 사회단체 등의 노력으로 개체수의 감소추세는 벗어나 안정단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백령도가 점박이물범의 최대 서식지이지만, 최근 들어 서해의 가로림만에 점박이물범 1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동해의 강릉 연안부근에서도 3마리가 계속적으로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점박이물범의 개체수는 적지만 서식지가 여러 군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조사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Fig7국내물범발견위치수정

(우리 바다에서 점박이물범의 혼획 및 좌초발견 위치)

 

7년간최대개체수

 (백령도에 서식하고 있는 점박이물범의 개체수 현황)

위기에 처한 점박이물범
앞서 이야기한대로 점박이물범은 매년 이동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백령도를 포함한 우리 바다로 회유 이동합니다. 길고긴 바닷길이 안전할까요?
사실, 랴오둥만 일대가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해안이 오염되고 중국 쪽에선 털가죽을 얻기 위해 새끼 물범을 포획하는 일도 많고 지구온난화로 얼음바다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점박이물범이 우리나라 백령도 바다로 이동해 오면 포획 같은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많지는 않지만 점박이물범이 어민들의 주 수입원인 까나리를 먹어치우고, 다시마나 미역을 채취하는 바위를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동해안에서 어린 개체가 어구에 혼획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점박이물범이 혼획되는 장소가 우리나라 서해, 남해, 동해 연안을 따라 관찰되고 있습니다.
점박이물범에 대한 대표적인 위협요인으로는 번식지에서의 유빙 감소로 인한 번식의 불안정, 밀매를 위한 불법 포획, 연안 개발로 인한 해양오염, 회유경로에 증가하는 선박 운항, 개체수 감소에 의한 근친교배, 서식지에서 어구에 의한 혼획,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서식장소 소실, 먹이생물 감소, 관광유람선 운항 및 주민의 어업활동에 의한 휴식 방해, 포식자인 백상아리에 의한 공격 등이며, 이렇게 많은 위협 속에서 점박이물범의 개체군 크기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점박이물범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한국과 중국 등 국가 간의 법적 보호 및 관리체계, 개발과 불법포획, 연안 오염과 기후 변화 등 위협요인이란 용어를 듣다보면 일반 시민인 우리들이 점박이물범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백령도 점박이물범을 포함한 기각류에 관한 연구를 십 수 년간 하면서 멸종 위기종의 보호에는 작은 관심과 활동으로도 큰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점박이물범의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는 법적인 보호 및 관리체계 유지, 주민과 시민은 물범에 대한 관심과 서식지에 대한 환경보호, 학계와 사회단체는 체계적인 연구 및 홍보교육, 수산업과 관광업에서는 물범 보호를 위한 조그마한 양보, 관광객은 물범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는 자세 등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백령도 점박이물범이 50년 전의 독도 바다사자와 같이 외로운 위치에서 겪었을 두려움을 똑같이 겪지 않기를 바라며, 언제라도 백령도에 가면 반갑게 만날 수 있도록 점박이물범의 가족들이 많이 늘어나 있기를 오늘도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얼짱포즈

(백령도 바위위에서 쉬고 있는 물범들)

*글과 사진: 박태건 (출처가 다른 사진은 따로 표기하였습니다)

*글쓴이 박태건님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서 점박이물범에 대한 연구를 해왔으며, 현재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획 표제어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박노해의 시집의 제목입니다.

* 이 글은 한겨레 물바람숲에도 함께 실립니다.

 

<점박이물범에 대해 궁금하면 이 곳을 참고하세요!>
– 점박이물범, 내년에도 또 만나! 동화책 보기

– 피서철이 괴로운 멸종위기 점박이물범[YTN 보도_2014..14]

– 점박이물범 교육을 받은 간석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부른 ‘물범송’

– 점박이물범을 지키기 위한 청소년들의 활동 소식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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