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라는 별칭을 쓰는 김윤영회원은 노작(勞作)의 즐거움을 알고 이를 즐기면서 사는 아름다운지구인이다. 성북동 회원소모임인 이야기가 있는 절기살이에서 회원들과 함께 절기마다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삶을 즐기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더 풍요롭게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녹색연합은 성북동에 자리 잡고 있다. 성북동에 사는 녹색연합 회원? 더 반가웠다. 동네 친구 같은 느낌이랄까.무더위를 식혀준다는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지는 금요일 오후, 성북동 고개를 넘고 넘어 김윤영회원의 집을 찾아갔다.
“이건 제가 키운 바질로 만든 페스토를 발라서 구운거구요, 오늘 텃밭에 갔는데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딱 2개 있더라구요. 이건 비타민이라는 건데 후배집에서 얻어왔어요”
그냥 다과가 아니다. 김윤영 회원의 정성 가득담긴 작품이다. 사실 집안 곳곳이 작품이다. 50여년은 되었을 어머니의 자수그림을 액자에 담아둔 솜씨하며, 그녀가 만들었다는 거실커텐과 방석들. 말린 꽃들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집이 있던가. 베란다 화분이 저리도 다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다니!! 도착하자마자 집안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궁금했다. 김윤영 회원의 집안 곳곳에 생명의 기운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인생의 전환기에서 맞이한 멋진 이름 “주부”
“주부는 가정의 방향을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자신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솜씨만큼이나 멋진 말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주부란다. 사실 좀 당황했다. 보통 주부들은 주부라는 단어로 자신의 역할이 규정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에게는 가족이 중요해요. 남편을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하거든요. 남편을 만나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남편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거든요.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이 넘친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고 보니 큰애를 낳고 보낸 시간이 제 1의 전성기이고, 지금이 제2의 전성기인것 같네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사서 주고 싶지 않았어요. 큰아이 어릴 때에는 동화책이랑 모빌을 만들었어요. 아이들 옷을 재활용하면서 바느질을 시작했고, 구멍난 긴바지를 반바지로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보니 아이가 엄마의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했네요. 아이가 매번 변화의 계기가 되었어요. 결혼한 지 16년이 되었는데 주부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는데 10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고 힘을 얻었어요. 아름다운 일이라고 느꼈으니까요.”
노작, 일하고 만드는 즐거움~
김윤영 회원은 올해 봄부터 <이야기가 있는 절기살이 모임>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런 관심들이 생긴 것일까? “
우리집은 딸이 세 명, 아들이 한명인데요, 엄마 나물 뜯으러 갈 때 함께 가는 딸은 저밖에 없었어요. 아빠가 분재할 때 거들 때도 저만 하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편하거나 끌렸거나 그랬던 것 같아요“ “두루두루 하는 것을 좋아해요. 하다보니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꼈어요. 만드는 것이 두렵지는 않아요. 겁이 없이 만들다 보니 생활이 된 셈이지요. 만들다보면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나오고 그런 것이 재밌어요. 양파망을 이용해서 수영장 가방을 만든다든지 조각천들을 모아서 방석커버를 만든다든지요. 내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가치가 있는 것이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신부님이 걸으면서 뜨개질을 하신걸 선물로 나눈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어요. 요즘은 효율이라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잖아요. 가장 효율이 높은 건 어쩌면 돈을 주고 사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만든 물건의 가치는 효율로 재단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빨리 할 순 있어도 그냥 넘어가지는 것은 없다. 무언가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다. “처음 천으로 무언가 만들 땐 재단도 안하고 겁 없이 막 했어요. 그랬더니 아깝게 버려지는 것들이 많이 생겼어요. 차근차근 재단도 하고, 만드는 과정도 잘 지켜야 버리는 것 없이 오히려 시간도 절약할 수 있더라고요. 머리도, 몸도 써야하는 일이에요. 감각을 살리는 일이죠.”
그 물건의 이야기 꽃병으로 변한 언니의 주전자, 액자로 변한 목재소의 짜투리 나무 조각, 큰 창에 어울리게 다시 고쳐진 올케의 오래된 커텐, 그런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 “물건을 잘 안사요. 버려진 것, 쓰던 물건의 느낌이 좋아요. 누군가 쓰던 물건에는 그 사람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 이야기가 상상력을 자극해요. 그 사람의 기억을 갖게 되는 것 같은 느낌도 있구요. 새 물건 사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바꿔 쓰고, 주워오고, 용도를 바꿔서 쓰는 것이 재미있어요. 참, 예전에 녹색연합에서 벼룩시장을 했을 때 도자기로 만든 만년달력을 사왔어요. 녹색연합 회원의 특징이 읽히는 물건이었어요.“
녹색연합과 맺은 인연
“제 생활에서 녹색연합은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손으로 만드는 것도 원예 치료를 하는 것도 환경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작아는 저의 정보의 원천이에요. 저는 부자도 지식인도 안 부러워요. 녹색연합과 관계된 사람들이 부럽죠.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 그 가치를 실천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요. 녹색연합은 방향성을 알려주는 곳이에요.
그래서 저에게 녹색연합은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선배 같은 언니 같은 존재에요. 인생의 선배처럼 자극도 주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조언도 해주는 사람이요.“
녹색연합에 모인 1만 명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이 이야기의 부분부분이 모여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감동을 주는 “언니 같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을 터다. 김윤영 회원은 녹색연합과 관계된 사람들이 부럽다고 하시지만 그의 이야기도 이 “언니 같은 존재”의 일부이다. 일상의 예술가, 일상의 실천가, 김윤영 회원님의 이야기로 오늘 짜투리천과 실과 바늘을 꺼내는 분도 분명 있을테다.
글: 회원더하기팀/ 사진: 김윤영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