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사진전] 적, 저 바다를 보아라

2015.11.23 | 행사/교육/공지

강정 기록전 초대 여강정 기록전 초대 여

제주 전시

서귀포 예술의 전당 : 11월 24일~12월 2일 /오시는 길 http://arts.seogwipo.go.kr/index.php/contents/intro/way?sso=ok

서울 전시

합정역 요기가표현 갤러리: 12월 9일~12월 12일 /오시는 길 http://yogiga.com/wp/?page_id=10

문의) 녹색연합 평화생태팀 070-7438-8503

 

강정 기록展에 부쳐

지난 태풍에 이파리마저 말라비틀어졌던 순비기나무지만 올해에도 여전히 짙은 보라색 꽃이 만개했습니다. 강정천 하구 올림통에는 어김없이 은어들이 거센 물줄기를 거슬러 힘차게 뛰어 오릅니다. 여름철 뙤약볕 아래 아스팔트로 둘러싼 오아시스 같은 섯동네 통물에서는 벌거벗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강정 사거리 생선좌판의 생기는 그대롭니다. 그리고 몇 해 전 빨간색 장화를 신고 중덕바닷가 물웅덩이를 저벅이던 사진 속 소녀는 어느새 몰라보게 부쩍 자랐습니다.

2007년 4월 강정 벚나무 가로수 길은 마지막 지는 꽃잎들이 눈처럼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그 철없는 결정으로 인해 닥쳐 올 크나큰 태풍은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며칠 새 마을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을주민 동의도 없이 주민 몇몇이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기 위한 마을차원의 움직임이 바로 시작됩니다. 괜히 제일강정이 아닙니다. 그해 5월 결성된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의 활동은 올해 3000일을 넘겼습니다.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결정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투표소가 철거되고 투표함이 탈취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다시 투표가 이뤄졌습니다. 강정마을 자연부락 유권자 1200여명 중 725명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해군기지 유치반대 680표, 찬성 36표, 무효 9표로 주민들은 해군기지 반대입장을 확정짓습니다.

‘주민들이 반대하면 절대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지 않겠다.’ 해군이 주민설명회, 간담회 등에서 늘 해오던 얘기였습니다. 화순에서도 그랬고, 강정에서도 그랬습니다. 주민투표로 이미 민의가 확인됐지만 해군은 돌변했습니다. 어디 해군뿐이겠습니까? 제주도지사는 도민의 도백이 아니었습니다. 주민을 업신여기고 이간질하였습니다. 주민의 의견을 짓밟고 해군기지 강행에 앞장섰습니다. 도민여론이 우려하고 반대하는 각종 현안들을 밀어붙였습니다. 2009년 도지사주민소환운동이 일어나게 된 계기인 것입니다.

제주에서도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제주도민들도 강정에 와본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여름철 강정천에 피서객이 잠시 몰리기는 하지만 조용한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주민들도 꼭 돌아봐야 할 일이 아니면 밖으로 나갈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마을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정을 다녀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강정을 듣고 기억합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강정의 평화활동을 배우고, 강정의 평화를 기원하게 되었습니다. 강정주민들도 그렇습니다. 누구보다 더 많은 제주의 마을을 돌아봤습니다. 노란깃발을 들고 한발 한발 걸어서 제주의 마을을 돌고, 도민들을 만났습니다. 물집이 잡히고 절뚝거려도 아이서부터 백발 어르신들까지 강정주민이라면 누구나 걸었습니다. 강정마을, 강정바다를 지키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전국에서, 전세계에서 연대자들이 강정마을을 찾았습니다. 해군과 정부, 제주도의 해군기지 건설 강행에 맞선 반대활동은 더욱 활발해져 갔습니다. 중앙의 보수언론들은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색깔론으로 덧씌우고, 활동의 내용도 폄하해 가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공권력의 폭력이 노골화되어 갔습니다. 육지의 경찰병력이 대규모로 입도하였습니다. 4·3항쟁 당시의 상황이 재연된 것입니다. 2011년 9월 2일 그믐께였습니다. 캄캄한 새벽녘을 깨는 사이렌 소리가 쉬지 않고 울리기 시작합니다. 무장한 공권력은 비폭력으로 저항하는 주민, 활동가들을 잡아채고 연행해 갔습니다. 구럼비 중덕바당은 저들이 쳐 놓은 벽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중덕 바닷가에 가면 주민들은 어릴 적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곳곳에 솟는 용천수를 직접 안내해 시음해 보기도 합니다. 중덕바닷가 구럼비는 아이들의 놀이터였습니다. 구럼비 바위에 서서 하늘과 맞닿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봅니다. 범섬을 휘감은 바람이 썩은섬 쉬이 넘어 큰 파도를 타고 중덕해안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바람을 쫓아 돌아보니 어느새 바람은 봉우리 하얀 한라산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의 기운이 온 몸으로 스며듭니다.

“이 강정바다를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주민들의 바람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소망은 아직도 해군이 쳐놓은 저 장벽에 갇혀있습니다. 이 싸움을 내려놓는다면 아이들 볼 낯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상실감과 분노를 넘어 공동체에 대한 도리라고 했습니다. 마을공동체의 위기를 대면한 현재 우리 주민들의 당연한 책임이라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어머니로 남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시인이 이들의 마음을 대신해서 ‘강정의 아이들에게’전합니다.

세계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이보다 아름다운 곳을 본 적이 없다
얘들아
너희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어머니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
그리고
이 기나긴 싸움의 시간을
아름답게 기억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너희들도 분노를 알아야 한다는 게
안쓰럽구나
미안하구나
저 바다를 보아라
구럼비 해안에 돌찔레가 보이느냐
너희들 어머니시다
범섬 너머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느냐
너희들 아버지시다

 

🙂 판매용 포스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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