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나들이 후기] 오랫만의 외출

2016.07.19 | 행사/교육/공지

23일 녹색연합에서 온 카톡을 보고 행사 날짜가 다음 주 토요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24일 불금에 남편이 술을 먹고 왔는데 괜스레 화가 났다. 원래 술을 자주 먹는 사람은 아닌데 나와 비교해서 자유롭게 저녁 시간을 사용하는 모습에 피해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나는 저녁 시간을 거의 가족의 식사 시간으로 할애하고 바깥 약속을 잡지 않는 편인데, 그런 나와 다르게 남편은 그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속이 상해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생각해보면 그러한 시간 사용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정한 습관 같은 것이었다. 이대로 계속 살면서 남편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재미있고 의미있게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 순간 녹색 연합에서 온 행사 안내가 생각나서 카톡을 확인해보니 행사가 다음 주가 아니라 내일 아닌가? 아고… 지금이 밤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신청이 되려나? 급히 문의를 했더니 다행히 받아주신다고 한다. 행복한 마음에 얼른 집으로 돌아와 집합 장소를 확인해보니 내가 알만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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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토요일 아침 9시는 일찍이다) 밥을 먹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출발!~~
녹색연합 김수지 활동가와 다른 활동가 분들을 만나보니 젊으신 분들이 이런 의미있고 소중한 일들을 하시는 모습이 대견하고 씩씩해 보여서 한 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참았다) 신청하신 분들이 모두 모이자 남산 공원을 향하여 출발했다. 활동가님은 회원들이 둘씩 짝지어 서로를 소개할 수 있도록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이동하자고 하셨다. 나의 짝꿍은 젊은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재수학원에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계시는 분이었다. 아들 둘을 키우는 나와 공감되는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나는 서울에서 23년째 살고 있지만 가본 곳보다 모르는 곳이 더 많은 서울 촌놈이다. 하지만 남산 공원을 지나 N타워를 지나며 남산 성곽을 보니 번화한 서울 중심에 이만한 숲과 성곽이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성곽이 보존되면서 그에 상응하는 생태 숲이 함께 지켜질 수 있었다는 설명을 활동가님이 해주셨다. 전 날 비가 온 이후라 남산을 내려오는 길에서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까지 볼 수 있었다. 음양오행의 이치로 따져볼 때 관악산이 불기운에 해당하므로 서울 도성에 화기를 막으려고 숭례문의 현판을 세로로 썼다는 설명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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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쪽을 바라보니 주택과 건물로 빽빽한데 그 중에서도 숲이 우거진 지역이 있어서 거기는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용산 미군기지라고 하였다. 일제강점기부터 숲이고 나무고 가리지 않고 베어다가 쓰기만하고 생존하는 것에만 너무 바빴던 우리의 역사를 생각하니 짜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산도서관에 가끔 가기는 했지만 그 주변에 이리도 멋진 성곽이 있는 것을 몰랐다니… 나의 무식과 무관심 탓이다.

성곽은 태조 이후로 숙종 때까지 보수 공사가 이루어졌는데 후대로 내려올수록 돌의 모양이 반듯해지고 규격화되고 있었다. 동국대쪽으로 내려오는데 찻소리가 조금씩 들리고 도시의 모습이 하나 둘 씩 눈에 들어왔다. 성곽과 자연을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짝꿍과 녹색을 지향하는 삶에 대하여, 지키며 살고 싶은 가치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내려왔다. 누군가와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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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오징어덮밥을 맛있게 먹고 수다를 조금 떨었다. 김수지 활동가님이 녹색연합에서 하는 활동에 대하여 대략 설명해 주셨는데 내가 듣기에는 NGO에서 할 일이 아니라 정부에서 해야 할 일 같았다. 정부는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연 자원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까.

귀한 나들이 시간 마련해 주신 녹색연합에 감사드리고 김수지 활동가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이름도 모르지만 짝꿍‘사슴’님도 함께 해서 즐거웠어요. 남산 성곽에서 잘 놀고 갑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 재미난 이야기 많이 나눠요. ^^@

글. 민혜원 회원

정리. 김수지 활동가
사진. 배선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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