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으로 활짝 연 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전국 320 소속 단체와 함께 국민 여러분께 희망의 새해 첫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냉전과 성장 제일주의로부터 비롯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구태를 벗고, 창의성이 넘치는 사회, 건강하고 안정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21세기 비전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또 세계 시민사회 속에서 민주주의와 평화 정착을 위해 국민의 뜻과 의지를 모아야 합니다.
지난 한해, 부정부패와 심화되는 빈부 격차, 개혁의 후퇴, 고조되는 전쟁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러분은 평화와 개혁의 물꼬를 다시 트는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의 붉은 물결은 한겨울 미선, 효순 양 추모의 자리에서 한국의 주권회복과 평화를 위한 촛불로 피어났습니다.
우리는 또다시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개정을 이뤄내고 반전과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가려 합니다.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전쟁의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비핵화화 항구적인 동북아 평화 실현을 위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설 때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며, 전쟁은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세계의 밤하늘을 밝힌 평화의 반딧불처럼 2003년은 한반도 평화의 원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2003년은 또한 개혁과 변화의 한 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모든 법제와 관행이 바로잡혀야 합니다. 특히 전근대적인 정치제도와 관행은 송두리째 바뀌어져야 합니다. 지난해 치러 진 대선은 지역대결과 정쟁으로 얼룩진 낡은 정치를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각 정당이 환골탈태를 외치며 정당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 노력이 단순히 당권 다툼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 정당 개혁을 넘어 국민에게 봉사하는 새로운 정치 구조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그간 시민단체는 정치개혁을 위한 정당 민주화, 선거자금의 투명성 확보, 선거공영제 강화 등 개혁법안의 입법화를 요구해 왔습니다. 정당의 민주화와 정치 개혁법안의 입법화를 조속히 추진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야 각 정당은 시민사회와 함께 정치개혁의 제도화를 논의하여 이뤄내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개혁과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패척결은 너무도 해묵은 과제입니다. 공공개혁, 재벌개혁, 지역의 균형 발전과 분권, 교육 ∙ 문화 영역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개혁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또 과거 개발중심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친환경적이고 대안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의 개혁 열망으로 탄생한 새 정부가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시민단체는 개혁을 향한 시민의 정책과 제안, 여론을 새 정부에 전달하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첫 단계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새 정부 인수위원회와 공동으로 (가칭)개혁 정책 수립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지역감정과 남북대결 때문에 불신과 반목, 편견의 문화 속에서 숱한 좌절을 겪어왔습니다. 정쟁의 역사, 남북 대결의 불행한 역사는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출신지역으로, 학력과 연령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소수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사회, 인권이 보호되는 사회, 공동체의 문화가 복원되는 사회를 위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시민단체는 개혁의 현장에서 국민 여러분과 늘 함께 하겠습니다. 시민의 대변자이자, 권력에 대한 감시자로서 참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시민운동은 여러분의 참여와 관심 속에 성숙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의 애정 어린 비판과 참여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다시한번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3년 1월 6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