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저자 | 장혜영
출판 | woodstock
발행일 | 2018.07
직업상 농부를 만나는 일이 많다. 생태 농업을 하는 농부를 만날 때마다 이따금씩 듣는 이야기가 있는데 ‘주변 사람과 잘 지내는 것도 유기농’ 이란다. 이게 무슨 득도한 소리란 말인가.
그냥 흘려 들었던 그 의미를 상기해준 건 그동안 소셜미디어에서 ‘생각 많은 둘째 언니’로 활동한 장혜영 작가다. 그는 발달장애인을 동생으로 둔 가족으로 장애인 인권에 대해 말해 왔으며, 최근에는 동생 혜정을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와 함께 살며 일상을 기록한 다큐와 책 ‘어른이 되면’을 소개했다. 누구나 가치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자신의 일상으로 들여와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책에는 자매가 일상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혜영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신체적 조건을 가졌지만 사회는 개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여러 조건을 붙이고 등급을 나눈다. 이런 상황에 언니 혜영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동생을 온전히 떠맡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 말이다. 하지만 자매에게는 기꺼이 일상을 들여봐 주고 돌봐 줄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 자매는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관계 맺는 법을 직접 경험하며 터득한다. 마치 지독한 올 여름 폭염과 가뭄에도 늘 푸른 숲처럼.
혜영이 말하듯 사람은 생애주기동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존재한다. 누군가 더 오랜 돌봄이 필요하다해서 그가 마땅히 격리되어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서로를 돌보고 아끼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잊은 건 아닐까. 이웃의 존재를 지우고 잊는 일상은 생태적인 삶이 아니다.
글 · 이아롬
이아롬 님은 반농반X를 꿈꾸며 도시농부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끔 파머스마켓에도 나가며 농업농촌 미디어 스타트업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