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채식을 지향합니다

2019.07.10 | 행사/교육/공지

사람들은 저마다 먹거리에 대해 조금씩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요. 특정 식습관을 고집하는 건 신념과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기농산물을 취급하거나 시장의 할머니들에게서 구매하려는 사람, 혹은 글루텐프리를 외치거나 오신채를 지양하는 사람도 있지요. 이 글에서는 채식을 실천하는 활동가들의 생각을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려합니다. 채식인으로써 그간 많은 사람들에게서 질문을 받으며 더욱 단단하게 다져졌을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이다솜 활동가
채식을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해서 채식하게 되었고 화두는 고통이에요.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드는데, 고통 가득한 생명체로 제 세포를 채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채식할 때 불편했던 점이 있나요?
제가 채식을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 채식 인구가 더 적었을 때라서 주위 반응이 불편했어요. 너만 환경 생각하냐, 유난이다 등등. 어떤 분이 특정 연예인이 채식을 유행시켰다는 말을 하며 제가 하는 채식의 진정성을 시험하려 들었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당신의 슬로건이 있다면요?

타 생명체의 고통으로 내 만족을 채우지 말자.

요즘 채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건강 상의 이유로 채식을 잠시 쉬고 있는데, 7년을 안 먹던 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했을 때 생각보다 빨리 고기 먹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구나 생각했습니다.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왔는지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배제선 활동가

오늘은 어떤 음식을 드셨나요?
저는 완전한 채식은 아니고 해산물은 먹습니다. 제가 답변자로 적절할까요? 버섯, 두부 좋아합니다. 오늘은 녹색순례 때 남은 해물 짜장 만들어 먹었습니다.

채식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요?
녹색연합 활동 시작하고 출장을 갔는데 도축장 인근이었어요. 조사가 진행되는 약 세 시간가량 소와 돼지의 울음소리❶가 쉼 없이 들렸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신선한 고기를 사기 위해 근처 정육점에 줄 서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육식을 중단했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시 상황이 매우 충격이었는지 하루아침에 끊었어요. 때때로 1년 차까지 냄새에 자극됐어요. 만 3년이 지나고는 욕구가 사라졌고 5년 넘어부터는 식감 등 관련 기억이 무뎌지고 ‘남의 살’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두는 문장이 있다면?
육식을 금하는 것은 소와 돼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김수지 활동가
평소에 즐겨 먹는 음식은요?
오늘은 새우 볶음밥을 먹었고 같이 나온 만두는 반납했어요. 예전에는 그걸 나오면 받았죠. 주변 사람들에게 주려고. 그런데 소비를 줄이려면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버섯 요리를 자주 먹어요. 짝꿍과 고기없이도 맛있는 음식을 같이 연구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채식과 관련하여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나요?
‘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유보다 안 먹어야 하는 이유가 많다.’ 저는 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이 말을 먼저 꺼내 놓으면 왜 채식을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기에도 좋더라고요. 다들 안 먹어야 하는 다양한 이유를 먼저 생각하게 하거든요. 동물권 이야기만 하면 ‘이 사람이 되게 감성적이구나’ 하고만 여길 수 있거든요. 안 먹어야 하는 이유들을 간단하게 언급해주면 그들 생활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고민이 있다면?

다행히 두부와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채식을 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어요. 다만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면 조심스러워져요.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의 나의 식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좀 더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진아 활동가
오늘 어떤 음식을 드셨나요?
당근 레페를 만들었고 출근길에 김밥을 샀어요. 500원 아껴보려고 일반 김밥에서 햄과 계란을 빼고 주문했더니 거의 단무지 김밥이 되었더라고요. 하하.

채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관심사와 함께 이유가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처음에는 축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❷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어요. 어찌 보면 인간 중심적이었던 것 같아요. 가축을 줄여 맑은 공기를 얻고 배고픈 어린이가 한 끼를 더 먹을 수 있다는. 차츰 동물을 착취하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거부로 이어졌어요. 처음 육회를 입에 넣었을 때의 두려움을 기억하려고 해요. 지금은 암컷 동물의 생식기능을 착취하는 현상❸에 집중하면서 우유와 달걀을 소비하지 않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당신이 지향하는 채식이란?
소극적 비건과 완벽한 비건. 이 단어에서 멀어지려고 해요. 나만 ‘잘’ 하기보다 같이 하기를 지향하며 비건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스스로를 호되게 꾸짖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비건은 나의 목표이자 태도인거죠.

 

‘채식주의’에는 다양한 단계가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 담기지 않은 프룻테리언❹도 있지요. 가장 엄격한 채식은 완전 채식이라 불리는 비건입니다. 비건이란 동물착취를 반대함으로써 모든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이들을 말합니다. 식습관에서 더 나아가 가죽 제품, 털,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제품 등도 피하는 적극적인 개념을 포함하기도 하지요. 2017년 기준, 국제채식인연맹(IVU)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 인구는 1억 8천만 명으로 추산됩니다(인도 인구 미포함).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전 세계 육류소비량❺과 별개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식생활문화에 채식을 가까이하는 추세입니다. 여전히 쉽지 않지만 마음먹으면 그리 어렵지만도 않은 채식생활, 하면 할수록 새로운 시야가 트이는 비건 생활의 만족과 기쁨을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인터뷰/글. 김진아(녹색연합 녹색이음팀 활동가)

[참고 및 부분 발췌]

❶ A 도축장에서 전기기절시킨 돼지 7089마리 가운데 12.3%인 874개체가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도축되었다. (출처: 농림수산식품부)
❷ 초대형 농축산업은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52%를 농축산업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중 70%가 가축으로 인한 것입니다. (출처: 그린피스)
❸ 젖소는 모유를 생산하기 위해서 태어난 지 2년 후부터 강제 임신을 당한다. 암탉은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과 같이 1년에 12번 생리를 하지만,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생리할 수밖에 없도록 변형되고 착취당하고 있다. (출처: 미디어 일다)
❹ 프룻테리언: 성장을 하고 생애주기가 있는 동물과 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열매 종류만 먹는 사람.
❺ 육류소비량의 증가: 우리나라의 연간 육류(소, 돼지, 닭) 전체소비량은 1995년 123만 1천 톤에서 2016년 250만 3천 톤으로 늘었고, 1인당 연간 소비량은 1995년 27.5kg에서 2016년 49.5kg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20년 사이에 육류소비량이 약 2배로 증가한 것입니다. 육류소비량의 증가 추세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UN은 2050년경에는 연간 육류소비량이 4억 5000만 톤에 이를 것 이라 추정합니다. 이는 2000년보다 약 두 배로 증가하는 것입니다. (출처 : 농림수산식품부)

이 글은 녹색희망 267호 <먹을까, 사랑할까>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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