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불편할수록 더 즐거운 우리, 캠핑

2019.10.03 | 행사/교육/공지

집을 떠나 자연에 들고, 자연에 들어 또 다른 집을 만드는 건 언제나 즐거운 놀이다. 이 다른 집은 좁고 잠자리는 불편하다. 씻는 것도, 화장실 가기도 쉽지 않다. 사실 불편한 것 투성이지만 그 불편한 것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내 첫 기억은 아마도 보이스카우트의 장면.
보이스카우트가 무슨 단체며 어떤 목적으로 설립된 건지 지금도 정확히 모르지만, 초등학교 4~5학년 무렵 보이스카우트 캠프의 즐거웠던 장면들은 여전히 생생하다. 함께 텐트를 설치하고 밖에서 밥을 먹고 자연 속에서 잠을 자는 것. 일상의 행위들이 자리만 옮겨왔고 조금 불편해진 것뿐인데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대학 시절 여름방학. 전국 일주를 할 때도 자전거에 텐트를 실었다. 목적은 캠핑이 아니라 여행이지만 어디든 펼치면 거기가 내 집이 되는 경험은 또 색달랐다. 요즘, 이 놀이가 아주 ‘핫’ 해졌다. 백패킹, 오토캠핑,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이용한 캠핑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전국 곳곳에 캠핑장이 들어섰고 캠핑카 등록 수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라고 한다.
이유가 뭘까. 자연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즐거운 놀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인기를 끌면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놀이에도 규칙이 있기 마련인데 이 규칙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고성방가 같은 기본적인 에티켓 문제부터 쓰레기 투기 문제, 캠핑이 금지된 지역에서 텐트를 설치하는 문제, 화기 사용 문제까지. 혼자만 즐거운 놀이가 되어가고 있다. 캠핑은 함께 즐거워야 하는 놀이다. 주변 캠퍼는 물론 지역, 자연과 함께 즐거워야 한다.

BPL(Backpacking Light)과 LNT(Leave No Trace). 짐은 가볍고 단출하게, 그리고 흔적은 남기지 않고 오는 것. 규칙은 간단하다. 이것만 지키면 우리는 함께 즐거울 수 있다. BPL. 텐트와 침낭, 매트와 의자 등 기본 장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 조금 불편해야 즐거운 놀이에 세상의 편리를 가져올 필요는 없다. 편리를 더할수록 배낭은 점점 무거워진다. 배낭이 무거우면 멀리 갈 수 없다. 덜어야 한다. 가벼워야 멀리 가고 많이 보인다. 그리고 LNT. LNT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아웃도어 환경보호 운동으로 자연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1.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
2. 본 것을 그대로 두기
3. 지정된 구역에서 산행하고 야영하기
4. 쓰레기 확실하게 처리하기
5. 모닥불 최소화하기
6. 야생동물 존중하기
7. 다른 사람 배려하기

어려운 것은 하나도 없다. 다른 캠퍼와 지역, 그리고 자연. 모두를 존중하는 마음만 있으면 이 모든 것은 자연스레 행해진다.
BPL과 LNT를 유념하고 다시 짐을 싸보자. 배낭에는 꼭 필요한 것만 넣는다. 규모는 되도록 작게. 불빛도 너무 밝지 않은 거로. 노트북과 빔프로젝트는 굳이 넣지 말자. 좋은 영화는 집에서, 실내에서 즐기고 자연에서는 자연을 즐기자. 캠핑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지역이나 캠핑장이 아니면 화기 사용은 하지 않아야 한다. 자연 깊숙이 갈 예정이라면 버너는 집에 두고 오자. 캠핑 쓰레기는 대부분 음식에서 나온다. 거창한 요리는 지양하자. 밖에서 이것저것 굽고 싶고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다면 공식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가벼운 음식을 준비하자. 이동도 개인 차량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개인 차를 타고 이동하면 지역을 스쳐 갈 뿐 지역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야영지에서는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돌아오자.

캠핑은 혼자만, 캠핑을 떠난 사람들만 즐기는 놀이가 아니다. 지역과 자연이 있다. 우리는 지역과 자연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을 위해, 또 우리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잊지 말고 BPL, LNT 하자. 조금 더 불편하면, 우리의 놀이는 더 즐거워질 수 있다.

 

글. 최승혁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

 

이 글은 녹색희망 268호 <놀고 – 잇고>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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