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증인 인터뷰 #1 녹색친구들 김종식 대표

2020.10.29 | 행사/교육/공지

포스트 코로나, 기후위기 시대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많이 어렵고 복잡합니다. 기후위기 문제는 너무 큰 것 같고, 해결책은 멀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녹색연합은 ‘기후위기의 증인’을 만났습니다.

기후위기의 증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삶의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당신이 목격한 기후위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우리는 지구시민으로서, 기업인으로서 어떻게 자연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가장 처음으로 만난 증인은 ‘녹색친구들’의 김종식 대표입니다. 녹색연합과는 오랜 인연이 있는 회원이자 벗이기도 합니다. 환한 얼굴로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반갑게 맞은 김종식 대표. 명함에 적혀있는 “집에서도 지구에서도 사람은 나무와 같은 세입자입니다.” 라는 문구를 보며 오스트리아의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였던 훈데르트 바서를 떠올렸습니다. 사회주택을 통해 녹색의 가치를 실현하는 삶.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면 좋을지 김종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의 태생, 자연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회주택 짓는 (주)녹색친구들 대표 김종식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전북 남원 산내예요. 지리산 마을이라 태생적으로도 저는 이미 녹색 기운을 받았어요. 저는 계절이 오계절이라고 여겨요.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지금, 장마 계절이에요. 어릴 때부터 빗소리가 참 좋았어요. 함석지붕이니까 비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쇼팽의 피아노 왈츠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어요. 한적한 시골만이 아니라 이런 어우러짐이 나를 만든 것들이예요.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공동체에 대한 마음. 제 본성적인 것이었어요.


©녹색친구들

절실함과 일관된 철학으로 이뤄낸 첫 번째 제로에너지 사회주택

Q. 녹색친구들은 어떤 곳인가요?

녹색친구들은 사회주택을 짓고 있어요. 저는 오래전부터 기후위기 같은 환경문제가 가장 절실하고 긴급하다 여겨왔고,  ‘어떻게 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사이름도 녹색을 담아 지었죠. 사회주택은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서 ‘사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공공이 땅을 사고, 민간은 집을 짓는 방식으로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사업이지요. 우리는 더 나아가 환경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녹색친구들’로서  미션과 비전을 어떻게 사회주택에 녹여낼까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절실함에 더불어 철학과 지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사업성과 공익성이 상충되기도 하거든요.  건물의 에너지 단열을 더 잘하면 좋지만, 돈을 많이 들이면 사업성이 나빠져요. 사업성 없이는 이런 건물을 짓고싶어도 짓지 못 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절실함과 일관된 철학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에요. 최근의 한전의 자회사 캡코에서 사회주택을 짓는데, 사업자로 녹색친구들이 선정되었어요. 사회주택을 제로에너지 주택으로 짓자고 합의를 한 거예요. 사회주택 중 최초로 제로에너지 주택이 나온거죠. 작은 절실함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죠. 지향과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 세상은 그런 것을 이해하고 알아채주는 겁니다.

©녹색친구들

인권과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사회주택

Q. 수 많은 문제들 중에서, 사회주택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인권은 보편적이고 가장 우선적인 거잖아요. 집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기에 인권의 기본은 집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집이 없으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가 없어요. 그래서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해요. 돈 있는 사람은 자기가 살 집을 사거나 빌리면 되지만, 돈이 없는 이들에 대한 대안을 고민했어요. 사회 약자들, 소득이 주거권을 갖추기에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이요.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청년들은 신용도도 없고, 양질의 일자리도 아니고, 모아둔 돈도 없어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조건은 살기에 좋은 집이 아니라, 살 집이에요. 습기 가득한 지하방, 불볕 옥탑방, 비주거시설 고시원 등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살기 좋은 집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에요. 최하위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 영역의 사각지대가 이렇게 존재합니다. 이 사회주택은 공공임대주택에 준하는 조건의 집을 공급하면서 살기좋은 집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적은 돈으로 더 좋은 곳에 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녹색친구들이 만든 사회주택에는 공동체 프로그램과 공간이 의무화되어있어요. 부동산이 투기로 전락하는 순간, 이웃과 공동체가 파괴되는 역사를 밟았죠. 사회주택은 마을을 복원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어요. 우리 이웃들과 함께 행복하자. 입주인 만족도 조사를 하면 제일 높게 나오는 부분이 여성거주자의 안전도에요. 대문 안에 들어선 순간 우리 이웃이니까 안전함을 느낀다고 해요. 사회주택은 주거복지를 강화뿐만 아니라  파괴된 우리 이웃과의 관계를 복원시키는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의 강력한 미션이죠.

사회주택이 땅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다양한 주거 문화의 대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녹색친구들 김종식 대표 ©녹색연합

Q. 이야기 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진리라고 믿는 통념에 균열을 내는 작업들을 녹색친구들에서 하고 있고,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주택이 지금은 전국에 수천 채가 되었지만 5년 전에는 0채였거든요. 지금 서울의 가장 비싼땅에 사회주택이 들어서고, 신도시에 사회주택 단지가 들어선다는 것도 부동산 소유와 투자 통념의 균열을 더 깊게 내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것이라 여겨져요. 

저는 훈데르트 바서의 바서하우스, 베드제드(Bedzed)를 꿈꾸면서 사회주택을 짓기 시작했는데,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의 보봉(Vauban)같은 생태 마을을 우리나라 신도시에 구현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기후와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되는 새로운 미래도시를 지금 설계하고 있어요. 기후재앙 시대에 활동가가 아닌 집짓는 기업가이자 사회혁신가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지요. 통념의 균열은 인식과 의식의 전환이라는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그냥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되요. 시대에 맞는 작은 철학이 미래를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Q. 사회주택을 통해 그리는 앞으로의 그림은 무엇인가요?

저는 5~6년 후 쯤 녹색친구들을 상장시키고 싶어요. 내부의 성장과 의욕 고취를 위한 면도 있겠지요. 그런데 사회적 기업이 상장을 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영역이 사회 동력의 보조적인 꽃장식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경제의 한 축으로 일자리로서, 사회 혁신의 대안으로서 당당히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요. 이것을 보면서 청년들과 스타트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충분히 꿈꿀 수 있게요. 지금 녹색친구들과 사회주택을 아는 이들은 아주 적지만, 상장하면 더 많은 이들에게 꿈과 영감을 줄 수 있다 생각해요.

Freiburg Vauban – © Copyright FWTM-Spiegelhalter

“저는 믿어요. 사람들이 문제를 모르고 있다고 보지 않아요.”

Q. 저는 사실 기후위기 문제가 좀 어려워요. 문제는 너무 큰데, 저는 너무 작은 것 같고.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를 어떻게 해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세계경제를 움직인다는 월스트리트의 예를 들어볼게요. 예전에는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에 투자를 했었지요. 그런데 월가가 진화하기 시작했어요. 투자처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너머 어떻게 운영을 하는 곳인가, 환경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 건강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가, 사회에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 주는가가 투자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블랙펀드에서 그린펀드로 진화한 것이지요. 월가의 투자 방향은 블랙펀드에서 그린펀드로 진화하고 있어요. 다시말해 사람들은 착한 회사에 투자하고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기후문제를 모르고 있다고 보지 않아요. 심지어 자본주의의 핵심인 미국의 월가에서조차 투자도 ‘그린’으로 가고 있다는 거예요. 저는 인류 사회진화를 긍정해요. 비관적이지는 않아요.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낙관하고 있고,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할거에요. 기후위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가이드 역할을 해야하는거죠. 마치 그레타 툰베리처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느새 녹색친구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모두가 각자도생을 외칠 때 공동체와 이웃의 회복, 그리고 생태공동체로의 전환을 통해 기후위기를 이겨내자는 김종식 대표의 메시지가 깊이 와닿았습니다. 경직된 도시에 상상력을 불어넣으며 ‘집’이라는 공간을 변화의 토대로 만들어나가는 녹색친구들. 함께 걸어온 파트너이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동료로 오랜시간 함께하고 싶습니다.

녹색연합은 곧 녹색친구들과 사회주택에서 작은 실험들을 해보려고 해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어: 윤소영(협동사무처장), 이다솜(상상공작소)

인터뷰이: 김종식(녹색친구들 대표)

정리: 이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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