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2020.11.26 | 기후위기, 기후위기대응, 행사/교육/공지

녹색연합과 한-EU기후행동이 함께 주최한 <그린컨퍼런스2020 – 기후위기의 증인들>이 11월 4일 서울 페럼홀에서 열렸습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오전부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였고 천으로 만든 현수막으로 행사장을 꾸몄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참가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오후 7시, 액션 사인과 함께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녹색연합 윤소영 사무처장의 인사말과 함께 4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증언을 듣기 위해 접속해주셨습니다.

박선영 청소년기후활동가가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라는 주제로 첫번째 증언을 시작해주었습니다.

‘다시 눈 쌓인 겨울을 만날 수 있을까?’

박선영 활동가의 학교가 터잡고 있는 충북 제천은 2년째 눈 없는 겨울을 보냈습니다. 충청북도는 이번 여름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정될 만큼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홍수 재난 피해 조사에 참여하여 마주한 무너진 건물, 썩어서 팔 수 없는 복숭아와 허망한 표정으로 복숭아를 나눠주시던 농부님들을 보면서 기후위기의 미래를 미리 보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

박선영 활동가와 친구들은 하고싶은 일들을 꿈꾸다가도 문득 ‘우리가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말문이 막힙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미래세대가 아닌 재난세대, 기후위기세대라고 스스로를 정의할 정도로 불안하고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증언해주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권리를!’

전 세계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수 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음에도 에어컨과 자동차가 주는 편안한 일상 때문에 세상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청소년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행복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어른들이 석탄 발전소를 멈추라는 목소리에 함께 힘을 실어주기를 당부하면서 증언을 마쳤습니다.

두번째 증언은 김정열 농부님께서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계속 농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2018년. 30일 넘게 지속된 폭염에 밭에서 쓰러지신 할아버지와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생강.
2019년. 56일의 장마로 3분의 1이 잠긴 구례와 일조량이 부족해 수확량이 70% 감소한 포도농장, 20년만의 최악의 흉년을 맞이한 감농장.

김정열 농부님이 증언해주신 농민들이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현실입니다. 이처럼 이상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 농산물 생산량 감소와 토질의 악화로 누구도 농사짓지 못하는 세상이 될 것이고 식량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희망은 농생태적 생산방식’

대형 농기계를 이용한 산업적 생산방식에서 다품종 소규모 농생태적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해주셨습니다. 농생태적 생산방식은 식물이 뿌리에 탄소를 저장하는 특성을 활용하여 대기중의 탄소를 토양에 가두는 방법입니다. 한국 농업 전환의 주체는 소농 여성농민들입니다. 토종씨앗을 지키며 농생태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여성 농민들의 생산물을 소비하고 지원해주기를 당부해주셨습니다.


세번째 증언은 박정훈 라이더님이 ‘기후위기가 배달원들을 어떻게 위기에 빠뜨리고 기업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피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구의 위기를 몸으로 측정하는 사람들’

야외활동을 자제해달라는 문자를 받아도 야외노동자들은 노동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60일동안 이어지는 장마 속에서도 배달 노동자들은 물에 잠긴 거리로 내몰립니다. 라이더들은 미세먼지 안내문자보다 자신들의 목과 눈이 더 정확하다고 농담삼아 이야기합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노동’

플랫폼은 24시간, 어떤 상황에서도 소비하기를 부추기면서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굴뚝없는 공장, 지구를 지키는 산업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매개 한다는 이유만으로 환경문제와 노동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기업일 뿐입니다.

‘북극곰과 노동자의 연대’

북극곰을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고 내 옆에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노력을 해주기를 당부 해주었습니다.


네번째 증언은 하이델베르크대학 글로벌 건강연구소의 클라우디아 퀴트만 연구원님께서 기후위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연구원님은 기온이 올라가고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사람들이 열사병과 피부암에 더 쉽게 노출되었다는 점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식물이 자라면서 새로운 알레르기 반응이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자전거, 걷기처럼 건강하고 지구도 살리는 운송수단을 이용하고 붉은 고기 소비를 줄여 나갈것을 당부해주셨습니다. 또한 기후 변화에 따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건강 관리 시스템이 필요함을 강조해주셨습니다.


다섯번째 증언은 멀리 몽골에서 함께 해주신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 지부장님이 10년 넘게 몽골 사막에서 나무심기를 해온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몽골의 환경난민’

세계 평균기온이 1도 오르는 동안 몽골은 2.25도가 올랐습니다. 1991년 연평균 10일이던 황사가 2010년에는 48일로 증가했고 강수량은 79년동안 73% 감소하였습니다. 이상기후의 피해로 2016년 가축 80만 마리가 동사나 아사했고 2010년까지 동식물 75%가 멸종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150만명의 사람들이 환경난민이 되어 울란바토르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환경난민에게 고향을!’

2007년 모래뿐이 없는 바앙노르 조림사업장에서 첫 삽을 뜨기 시작한 나무심기 활동은 10년 넘게 모래 폭풍속에서 게르를 세우고 사람들을 교육하고 숲을 살려 왔습니다. 바앙노르 조림사업장은 비타민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숲이 되었습니다. 신기호 지부장님은 푸른 아시아의 가장 큰 성과는 사람을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과 더 거대한 문제를 직면해야하는 기후 위기 문제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람이 희망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나아가기를 당부해주셨습니다.


마지막 증언은 조천호 박사님이 기후위기를 3가지 키워드를 통해 말씀해주셨습니다.

‘거대한 가속’

200년전보다 7배 증가한 인구가 100배 증가한 소비를 하고 있는 세상. 지구에 엄청난 양의 물질을 쓰고 버린 결과가 지금의 문명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이 가장 큰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지금.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찜통의 계곡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회복 불가능한 위험’

기후위기는 전쟁, 감염병, 금융위기 같이 끝이 있는 위기가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위험임을 강조해주셨습니다. 단순히 폭염일수가 많아지고 장마가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2도 증가 이후에는 손 쓸 수 없이 기온이 올라가고 생태계가 붕괴되어 인류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파국에 이릅니다.


‘담대한 전환’

마지막으로 무한한 욕망과 경쟁을 부추기는 지금의 사회 시스템에서 서로 돌보고 아끼고 나누는 돌봄의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주셨습니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인 우리의 책임있는 전환이 필요함 끝으로 증언을 마무리했습니다.

여섯 분의 증언을 통해 기후위기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경험되는 것이 아닌 정의와 평등의 문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답답하고 무력해지는 기후위기 문제. 컨퍼런스가 끝나고 ‘나는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증언에 귀 기울이기 위해 접속해주신 4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희망임을 느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얻은 영감을 각자의 삶으로 바꾸어 나가는 기후위기의 증인들이 점점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증언에 귀 기울여주신 참가자분들, 발언해주신 증인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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