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조사] 코로나19의 원인과 팬데믹 이후 녹색전환의 갈림길

2020.12.22 | 행사/교육/공지

1. 코로나19의 원인 다시 한번 톺아보기

인수공통감염병

코로나 19는 야생동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동물이 같이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전체 감염병의 60%가 인수공통감염병이고,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가 모두 야생동물에서 유래하였다. 2003년에 발생한 사스,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 모두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데,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야생동물을 중간숙주로 하여 인간에게 전해진 거라고 추정된다. 사스의 경우 박쥐→사향고양이→인간으로, 메르스의 경우 박쥐→낙타→인간으로 박쥐의 바이러스가 이동하였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중간 숙주 동물로는 천산갑, 밍크, 뱀 등이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 연구 중에 있다.

그렇다면 현대에 들어 야생동물을 매개로 한 감염병, 즉 인수공통감염병이 왜 증가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인간, 가축의 생활권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극단적 기상현상과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과 목축지로 점점 이동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사람들이 인수공통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뇌염의 신종 바이러스 니파(Nipah virus)는 1998~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하여 100여 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말레이시아 병리 학회 간행물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니파 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진 과일박쥐가 산불과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서식지에서 쫓겨나게 되자 먹이를 찾으러 양돈 농장에 드나들면서 돼지가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이후 사람들에게까지 전파되었습니다. – 그린피스, “과학자들의 경고,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을 부른다”

야생동물과의 접촉 증가

산림벌채와 개발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생물다양성 및 서식지의 빠른 감소가 진행 중이다. 실제로 야생생물의 주 서식역인 산림면적이 지난 30년간 연 0.1%(약 5천ha)씩 빠르게 감소 중이며, 생태계 교란을 초래하는 국내 유입 외래생물도 지난 8년간 빠르게 증가(2009년 대비 약 150%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야생생물의 확산과 외래생물 유입 증가로 인한 야생생물 매개 감염병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확대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KEI 포커스 61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태환경 기반 능동적 감염병 대응체계 마련 방안>)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야생동물 거래와 밀수로 인해 사람과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자꾸 늘어난 것도 코로나19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매일 수천의 야생동물이 식용, 애완용, 전통의약용 및 오락용으로 밀렵당하거나 사육되어 몇십억 달러 대의 국제무역으로 전 세계에 팔려나가고 있다. 야생에서 포획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것은 야생동물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는 야생동물을 질병의 배양원으로 작용하게 하며, 밀수 및 거래 과정에서 감염병을 옮길 가능성을 제공한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숙주로 지목되었던 천산갑은 중국에서 고기나 비늘이 약재로 쓰였던 동물이다. 국제기관 ‘트래픽’에 따르면 천산갑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이자 가장 많이 불법 거래되는 동물 중 하나다. 중국 야생동물자원 국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천산갑 개체수는 약 6만 마리로 중국 전역에 분포했으나 이후 개체수의 90%가 급감했다. 

한편 가디언지는 공장식 축산을 코로나바이러스를 유발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중국 등지에서 대규모 공장과 농장에 밀린 소규모 농가들이 점차 야생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박쥐와 같은 야생 동물과의 접촉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복합적 요인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뎅기, 말라리아, 콜레라와 같은 열대 지역의 감염병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전염병이 지구 모든 대륙에서 유행하고 있는 ‘팬데믹’ 현상은 밀집된 주거 형태, 세계화로 증가한 교역, 교류 등 현대문명의 특성으로 발생했다는 견해도 있다.(홍윤철, <팬데믹>)

거시적으로 보면 인간의 환경파괴로 발생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이로 인해 사라지는 생물다양성이 코로나 19의 발생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단순히 방역만 잘해서, 손씻기를 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하나라는 원헬스(One health)라는 새로운 건강정책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지켜주지 않다가는,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다가는 다시 또 코로나22, 코로나30이 올지도 모른다. 코로나19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생태위기, 그리고 도시화, 세계화와 같은 우리의 삶의 방식에서 왔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와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고민을 시작하여야 한다.

2. 코로나 팬데믹 이후 녹색전환의 갈림길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사회는 어떠할까? 시인 이문재는 자발적으로 방역을 하면서 원상회복이 아니라 다른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가 바로 ‘전환의 주체’라고 한다.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가 전환의 주체로 재탄생할 수 있다면 또 다가올 전염병은 물론 기후위기를 비롯한 장기 비상상태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신인류시대, 다양한 갈림길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혹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인지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영역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여기서는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위기에 한정해 국내외에서 나온 전환 담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행동백신과 생태백신

화학백신은 완벽할 수 없고, 바이러스 출몰주기를 따라가지 못함. 화학백신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행동백신과 자연에서 인간세계로 건너오지 못하게 하는 생태백신으로 처방해야 함

■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농업과 생태적 상상력

“지금 지구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자본주의의 폭주, 과잉 산업 발전과 소비주의의 소산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모두의 정신적, 육체적 면역력을 증강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의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 소박한 삶을 적극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손씻기도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

– 김종철, 한겨레 칼럼, 2020.04.07(고인이 쓴 마지막 칼럼)

■ 그린피스 등,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정책 수립 요구

그린피스 등 전세계 주요 환경단체, 주요 국제기구 등은 인간의 환경파괴로 발생한 기후변화,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생물다양성을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으로 지목함. 제러미 리프킨은 “한국, 화석연료 기반으로 붕괴 위험”을 지적(제러미 리프킨, “코로나는 기후변화가 낳은 팬데믹, 함께 해결 안 하면 같이 무너져” , 경향신문, 2020.05.14.)

■ WAP(World Animal Protection), 모든 형태의 야생동물 거래 금지

WAP와 녹색연합 등은 코로나 이후 생물다양성 보전을 목적으로 국내/국외, 합법/불법 등 모든 형태의 야생동물 거래 금지를 요구하고 있음. 예외적으로 자급자족 형태와 생츄어리 등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이동은 허용. 더불어 야생동물 카페나 체험시설, 이동동물원 등의 관리 강화를 위한 입법과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함

■ 가디언지(Guardian), 공장식 축산 금지

코로나바이러스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을 지목(Laura Spinney, “Is factory farming to blame for coronavirus?, The Guardian, 28 March 2020.). 코로나 이후의 또 다른 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공장식 축산을 금지하고 친환경 축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

■ 로마클럽 등, UN 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 요청

세계 지도자 앞 공개서한을 공표(2020.3.26)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여 건강, 경제, 기후,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자고 제안(정부, 기업, 시민사회, 저명인사 연대 서명)

■ 독일 BUND, 환경친화적 경제를 위한 녹색투자프로그램 제안

BUND는 “미래역량이 있는 경제로의 투자” 보고서 발간(2020.4.8). 환경친화적인 경제를 위한 녹색투자프로그램(기후보호, 에너지 및 교통전환, 종보호, 농업전환, 보건예방 등) 요구

■ 유럽연합(EU), 그린딜

EU, 그린딜의 세부 전략으로 ‘2030년 생물다양성 전략’, ‘산림 전략’ 등을 발표함. 생물다양성과 자연 생태계 보호 및 복원은 인간의 건강과 복지의 핵심 요소이고, 또한 인간 건강의 회복력을 늘리고 미래의 바이러스 발생과 전파를 막는 수단임(EU 집행위). 질병 전문가들은 EU가 생물다양성 손실을 유발하는 제품을 다량 수립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 간 무역에서 산림 보호 정책을 최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건의함. EU 정의로운 전환 기금의 지원 불가 사업으로 원전의 해체 또는 건설, 화석연료의 생산/가공/유통/저장 혹은 연소와 관련된 투자 등 지목함

– EU, 코로나19 경기부양 “해상풍력 최우선 과제”, Renewsbiz, 2020.04.28.

■ 문재인 정부, 한국판 뉴딜과 그린뉴딜

2020년 4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5차 비상경제 회의에서 ‘한국형 뉴딜’을 처음으로 언급. 한국형 뉴딜의 핵심은 경제 혁신과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 등 3대 프로젝트를 제안함. 이후 5월 13일 대통령이 4개 정부부처(환경부·산업부·중소부·국토부)에 그린뉴딜의 일자리 창출 효과 검토를 지시. 7월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회에서 디지털 뉴딜·그린뉴딜·안전망 강화 세 가지 정책방향을 골자로 한 계획 발표.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목표.

■ 조현철 녹색연합 상임대표, 세계화 대신 지역화 경제 요청

“완전한 자급자족이 아닌 일정 수준의 자립적 경제 지향(불필요하고 과도한 국제 교역의 종식, 불필요한 원거리 수송, 에너지 소비 감소)”, “상호의존의 규모 : 세계에서 지역으로(긴밀한 연계에서 느슨한 연계로, 세계적 재난의 발생 가능성 감소)”

– 조현철 녹색연합 상임대표, ‘코로나19와 환경위기’, 녹색서울시민위원회, 2020.05.14.

■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돌봄과 소통, 살림과 지속가능성

“Money/Market/Me, 효율과 위계와 도구적 합리성, 돈벌이 경제, 죽임의 문명, 지속불가능에서 Excellence/Engagement/Ethic, 돌봄, 소통, 상생, 자율, 사회적 경제, 살림의 문명, 지속가능으로”

–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와 환경위기’, 녹색서울시민위원회, 2020.05.14.

■ 유창복 서울시 협치자문관, ‘비대면(untact)’이 아니라 ‘로컬택트(localtact)’

재난의 피해와 고통은 가장 취약한 곳에 가장 먼저 가장 깊게 오고 있음. 비대면은 그 자체로 불평등을 야기하고 비공감 사회를 확산할 수 있음. 원거리 이동과 밀집 공간을 피하고 신뢰 기반의 ‘근거리 이동과 적절한 거리두기’를 실험해야 함. 옥외공원, 동네 쉼터, 산책로와 등산로 등 근거리의 안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로컬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함. 역세권에서 숲세권, 의세권으로 선호가 바뀌고 있음. 일몰 예정인 도시공원을 근린공원으로 전환하는 문제 등 고민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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