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너지 전환과 먹거리 전환을 기후위기 대응의 쌍두마차로 –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
“진정으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운동, ‘시대에 적합한 운동’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다요. 지금 이순간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이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운동인가? 그들이 요구하고 있는 운동이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운동이고, 그들이 협력자로 따라나설 운동인가?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길예 전남대 명예교수 겸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광주광역시에서 채식 급식 운동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지난 9월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채식부문 기후의제 포럼>에선 육식이 기후와 생태계 파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며 ‘먹거리 부문을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그린뉴딜에서 배제하는 것은 실패하겠다고 작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먹거리는 더 이상 사적인 영역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국내 환경운동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 에너지 전환은 ‘기본값’으로 설정하지만 먹거리 전환에 대한 주목은 확연히 부족한 현실이다.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서 먹거리 전환 운동의 중요성을 점검해야 할 시점에서 조길예 대표를 만나 환경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다.
녹색 –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장기화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조길예 –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어버린 우리의 미래와 같은 변화를 맞이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화를 만드는 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답이 있다고 본다. 환경운동가로써 우리의 방향이 맞았는지 냉정하게 살피고, 우리의 행동이 합당하고 적절한 것이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환경운동은 이제 손으로 환경을 가리킬 게 아니라, 손으로 우리 자신을 가리키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40년 전에 이미 2009년 무렵이 되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0.75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과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One Voice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IPCC와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가?
녹색 – 환경단체에서는 그동안 생태 보전, 난개발에 대해서는 매우 진보적인 주장을 했왔는데, 유독 기후위기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주장을 하고 있을까 의문이다.
조길예 – 지금 우리가 가진 데이터는 과학자들의 예측이나 시나리오를 토대로 하는데 이는 매우 보수적인 예상치이다. 과연 전세계 환경운동단체 중 몇 퍼센트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의미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집요하게 행동했는지 묻고 싶다. 최신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모두 활동가들이 할 수 없으니 전문가, 과학자를 협력그룹으로 끌어오면 좋겠다.
팩트와 과학에 근거한 판단을 해야 그나마 위기를 넘어서는데 도움이 될 목표와 전략이 나오지 않을까? 여기서 그나마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IPCC를 포함한 과학자들은 매우 보수적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러 집단이 북극빙하 해빙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으면 IPCC는 그 중간값을 해빙의 예측치로 발표한다. 그런데 GPS로 확인을 해보니 IPCC 연구그룹 중 가장 진보적인 결과를 내놓은 집단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2012년 그린랜드 빙하가 갑자기 97%나 녹아버린 경우, 올해 그 보다 더 많이 녹아버린 것과 같은 돌발상황은 아예 예측조차 못했던 것이다. 우리의 운동은 과학과 팩트에 기초를 두되, 훨씬 더 완벽하고 안전한 길을 택해야 한다고 본다.
녹색 – 환경단체가 생태계 보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신 것 같다. 환경단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조길예 – 사회 전체가 움직일 가능성이 위기의 절박함에 비례해서 커졌다는 것이 환경운동에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8년 후면 다른 미래를 맞게 될 거라는 인식을 확산할 수 있겠다. 운동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회원이 지금처럼 후원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공동의 협력자로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들 모두는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 있거나, 가족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 모두를 하나의 허브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다.
녹색 – 코로나19시대를 맞아 한국환경운동은 어떻게 변해나가야 할까?
조길예 – 유럽의 기후 정책에 근간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학자,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기를 지금과 같은 급성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단기 전략으로서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한 식단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에너지 분야의 탈탄소 만으로는 파리협정의 목표에도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에너지 전환만 외치는 환경운동으로는 지는 싸움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직접 자료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류사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담대한 식단의 대전환 없이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각국의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관련된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그것은 조속히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농업과 먹거리의 전환이 기후위기를 이겨낼 핵심 관건이라고까지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도, 기존의 환경운동 그룹은 이런 과학자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개인의 실천 자원을 넘어선 기후위기 대응 전략에 유입시키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목표를 설정하는 것 뿐아니라, 그것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현실적인 조달가능성, 그리고 효과 등에 대한 검토도 면밀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녹색 – 대표님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생태계의 복원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길예 – 현재 환경운동 전반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생태계의 복원력이 지구시스템을 지키는데 얼마나 결정적 기여를 하는지는 간과하고 있다. 인간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절반을 아직까지는 숲과 토지, 해양생태계가 흡수해주고 있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내뿜고, 특히 축산업을 위한 개간 과정에서 숲을 파괴하고, 경작지에 비료와 살충제를 과다 투여해 토양의 탄소 흡수 저장 능력이 약화시키고, 유출된 비료 성분과 분뇨로 인해 해양의 저산소증을 부추기게 되면, 어류 남획으로 인해 해양생태계의 생태계서비스가 위축되면, 언제 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해주는 인간의 친구에서 오히려 품고 있던 탄소마저 배출해버리는 적으로 변해버릴지 모른다.
이 때가 되면 인간이 아무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같은 완화책을 쓴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인간이 기후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아무리 크다 해도, 지구시스템 자체가 촉발할지 모르는 온난화의 되먹임(‘양의 되먹임’)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지한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의 최후의 전장이 온실가스에서 생물권의 권리로 옮겨가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생물권을 지키는 핵심영역이 농업/먹거리 분야다. 2019년에 발표된 IPCC 토지이용과 기후변화 특별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먹거리 시스템은 기후변화의 주 원인 제공자이지만, 동시에 기후변화를 역전시킬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녹색 – 기후위기 대응과 그린뉴딜에서 먹거리 부분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조길예 – 현재 농경지가 눈이 덮히지 않은 육지의 38%인데, 그 중 거의 80%에 해당되는 30%의 경작지가 축산과 사료경작에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인류가 얻는 칼로리는 18%에 불과하다. 육식을 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남용되며, 화학비료 생산과 농기구 사용에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다. 사료경작용 농지는 더 이상 늘려서는 안되며, 축산을 위한 개간 때문에 숲을 불태우는 일은 더 이상 자행되어서는 안된다.
그린뉴딜은 일차적으로 축산을 비롯한 농업분야에서 발생하는 단기성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축산의 전환이 그린뉴딜의 한 축을 이룬다면, 상당히 큰 기후안정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생태계 회복력도 빠르게 복원될 것이다.
녹색 – 먹거리 전환을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조길예 – 기후위기 대응 의제에 농업과 먹거리 전환을 포함시키도록 목소리 내야 한다. 경작지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농법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그린뉴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럽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안에 들어있는 탄소 농사가 바로 그런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농경지가 얼마나 탄소를 흡수하느냐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지게 되며 유기농업, 재생농업, 보존농업 등을 수행하는 농부들은 농작물로 인한 수입 외에 추가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가의 보조금은 지속가능한 영농을 위해 지원되어야 한다.
반대로 축산업의 경우 축산업으로부터 전환하는데 정부가 투자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하고 열대우림 파괴, 탄소저장고를 훼손하는 비용을 세금으로 부과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야말로 생태계도 살리고, 기후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농부 세대를 키워내는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 자원을 관리하는 일, 농업 분야 기술혁신에 투자하는 일, 농지를 복원하는 일은 장차 투자한 비용보다 많은 재정적 수익을 창출하며 식량 생산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기후위기 완화, 식량안보, 농민의 소득 보장, 국가균형발전 등 모든 측면에서 이익을 가져올 농업분야의 그린뉴딜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나온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기 중에 방출된 온실가스를 흡수해서 기후를 궁극적으로 안정시키는 방안으로써 농업 분야의 탄소흡수원 확대를 거의 유일한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2050년 무렵이면, 에너지 분야는 이미 넷 제로를 달성할 것으로 전제하고 나온 시나리오다. 결국 이미 많이 배출된 온실가스를 흡수 저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식단의 전환을 통해 남게 되는 토지와 버려져 있는 토지의 건강성을 되살리는 것이다. 결론은 농업이 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열쇠라는 거다.
녹색 – 정책 변화를 위해선 결국 인식 변화와 여론이 뒷받침되어야 할텐데, 채식에 대해 시민들이 가질 거부감이 있겠다.
조길예 – 시민들에게 육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간결하고 명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미디어 흐름은 이와 달라 미디어의 정보 전달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녹색 – MZ세대는 왜 비거니즘에 반응하고 있을까? 오랜 활동을 해온 환경단체가 이러한 현실에서 주목하고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조길예 – 비거니즘 운동과 환경 운동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MZ 세대가 비거니즘에 반응하는 이유는 비거니즘에 깔린 정신, 비거니즘이 제시하는 비전 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거니즘은 기후위기 극복의 강력한 도구다. 다른 존재나 자연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과잉 생산, 과잉 소비를 지양한다. 비거니즘 운동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다양한 영역과 결합하며 사회적 확장을 추구한다. 그저 미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비거니즘이 사회적으로 확장되는 경향성이 전세계적으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녹색 – 한국환경운동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조길예 – 에너지의 전환과 지속가능한 먹거리로의 전환 문제를 기후위기 대응의 쌍두마차라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제도화하는데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식단의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부분은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유럽연합이나 뉴욕시와 같은 국가연합과 지자체 차원의 그림뉴딜에서 이를 포함시킨 사례가 있고, 중국도 2016년에 이 부분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에 전과정평가(LCA) 방식을 도입하여 국가 밖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함시키는 방법, 소비영역에서의 감축 부분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의 경우처럼 우리 정부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 채식을 회원들의 기후행동 선순위 실천 항목으로 권장하여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변화의 한 축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