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동안의 핵심목표를 재설정하라 – 정영일 EY한영회계법인 상무

2020.12.22 | 행사/교육/공지

[인터뷰]

정영일 한영회계법인 상무

“사실 이렇게 투자자와 기업 간에 관계로부터 비롯된 정보들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간단하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검토하며 조목조목 따져보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핵심목표가 무엇인지 재설정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좋은 운동가 들을 잘 유지하는 것이 핵심목표가 될 수도 있겠다.”

정영일 한일회계법인 상무는 한영회계법인 감사본부에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따른 역할과 외부화 작업을 자문하는 담당자로서 현재 환경운동이 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의 시대에 기업들의 위기관리대응책은 무엇이며 이것이 환경운동진영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비재무적 정보

정보의 비대칭을 막기 위한 것이 회계감사의 원래 역할이다. 기업들은 투자자의 자금을 가지고 운영을 한다.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이다. 회계 감사는 투자자와 기업 간에 신뢰성을 담보해주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신뢰성의 평가지표는 약속된 원칙으로 정리된 정보를 기준으로 한다. 주로 재무적인 정보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요즘은 그 이외에 비재무적인 정보가 주요한 평가지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임직원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평가를 들 수 있겠다. 요즘 기업들의 관심사는 이러한 비재무적인 신뢰성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쏠려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의 주인에 단순 투자자를 넘어서 임직원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소비자라는 개념도 포함된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 즉 기업의 주인이 ‘비재무적인 정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비재무적 정보의 집합, 지속가능성 보고서

최근 기업들은 기후변화 이슈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기업이 얼마나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재무적인 정보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공개된다. 비재무적인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얻기 위해 기업들은 해마다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형식적이거나 내용이 부실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지속가능성 평가에 대한 기준과 룰이 사회적으로 정립이 되어있지 못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재무정보 같은 경우 정량적인 지표로 약속된 룰을 만들기 쉽지만, 비재무 정보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령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성과 기준을 어떻게 합의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보자. 산출하는 방법, 범위 등이 다 제각각이다. 어떤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이라고 냈다면 국외공장은 빼고 일부는 누락해서 작성한다. 기업은 본인들에 입맛에 맞게 이런 부분들은 잘 활용한다.

운동과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비롯하여 외부로 보여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들이 ‘선언’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쉽게 남발하는 경향이 있지만 앞으로 이런 기업의 추이를 조금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작년부터 탈석탄과 연계하여 국내 대형은행들이 기후변화 이슈를 노출시키고 있다. 물론 해당 기업 오너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 이를 상쇄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지만, 선언 그 자체가 가지는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국민은행이 탈석탄을 선언하면, 다른 은행사들이 자연스레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행보들을 환경운동진영이 주시해야 한다. 환경운동 진영 기준에서 의미있는 이슈에 대한 선언을 하는 기업들을 정조준하여 대응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제공되어 있는 정보와 그들의 선언을 토대로 운동과제를 가져가면 되는데, 사실 이렇게 투자자와 기업 간에 관계로부터 비롯된 정보들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간단하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검토하며 조목조목 따져보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파트너십’이라는 화두

환경운동의 전환에 있어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파트너십이다. 요즘 기업들의 화두는 파트너십이다. 사회 속에서 기업의 역할에 집중해본다면 환경운동진영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이디어는 환경단체가 내고, 실행은 기업이 하는 구상을 해보아야 한다. 기업이 운동의 타겟임과 동시에 협력의 타겟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의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존

기업이던 NGO이건 한번 활동을 시작한 이상 사양의 흐름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한번 시작하면 멸종으로 가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위기관리의 대응책으로서 핵심성과지표(KPI)를 다시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에 생각해왔었던 핵심성과지표(KPI)가 무엇인지 보아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는 좋은 운동가들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역량이 있는 운동가가 조직 내에 얼마나 오래 있느냐 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 아울러 주요성과지표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다. 단체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서라면 기업과의 협력은 필수적일 것이다. 기업은 재정 목표와 사회적 목표 모두를 주요성과지표를 가져가는데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협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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