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친구 후기] 저희는 지금 새를 살리는 중입니다!

2021.06.16 | 행사/교육/공지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즉사한 새들의 영상을 처음 본 것은 1년쯤 전이었다. 앞에 뻔히 장애물이 있는데도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새들의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이러한 허무한 죽음을 방지하기 위한 활동인 ‘새친구’가 있다는 걸 안 후에는 기회가 되면 꼭 참여하고 싶었다. 그러다 4년째 활동하고 있는 청년 봉사단체에서 일감을 찾던 중, 우연히 용인 지역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주 활동 지역인 서울 마포구에서 용인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평소 관심이 있었던 활동이었기에 친구들과 함께 참여 신청을 했다.

COVID-19 때문에 봉사자 교육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눈에 띄지 않아 모를 뿐 새들의 유리창 충돌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800만마리로 너무나 많다는 점, 충돌의 여러가지 이유 등 평소 접하지 못했던 유용하고 가슴 아픈 정보들을 녹색연합의 활동가 분들이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충돌 사례를 레포팅하기 위해 ‘네이처링’이라는 앱도 소개해 주셨는데, 이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수많은 사례가 보고되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몇 주 뒤, 자체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김포시 원흥역 부근을 방문했다. 네이처링에 충돌 사례가 많이 보고된 곳들 4곳을 후보로 선정한 후 거리를 고려해 1순위 방문 장소를 결정하였다. 모니터링 결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온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충돌 흔적이나 사체를 10여 곳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해당 장소는 부분적으로 충돌 저감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곳이었는데도 스터커가 붙지 않은 곳 위주로 충돌이 발생하고 있었다. 함께 참여한 친구들도 실제 사체를 눈으로 보고 나니 새 충돌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온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스티커가 잘 붙도록 유리방음벽을 열심히 닦아요. 뽀득뽀득!
새들이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 간격 5*10에 맞추어 정확히 점을 찍어줄거예요.
새를 살리는 소풍에 함께 온 아빠와 아들? 손, 발이 척척!

6월 첫째주에는 실제로 용인 지역에 새충돌 저감 스티커를 부착하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 2시의 한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십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고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님들이나 중고등학생들도 보였다.

녹색연합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수십 미터의 방음벽 1, 2단에 스티커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사다리를 올라가기 힘든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1단 위주로 작업했고, 나와 친구들은 주로 2단을 맡았다. 마른 걸레로 유리를 닦고, 점을 찍고, 스티커를 붙이고 마지막으로 스티커의 종이를 떼 주면 마무리가 된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2~3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그 긴 방음벽에 빈 곳 없이 점 모양의 스티커가 붙여졌다. 숨쉬기도 어려운 더운 날씨에 온몸이 땀으로 젖고 어지럽기도 했지만 이 작은 스티커 덕분에 충돌이 1/10 이하로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보람찬 마음이 더 컸다.

뙤약볕 아래 열심히 작업중인 새친구들
힘을 합쳐 으싸으싸, 금새 메꿔지는 유리 방음벽
땀방울이 모여 모여 하늘 길을 자유롭게!
한 생명도 다치지 않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사리 손으로도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이번 ‘새친구’ 참여로 막연하게 관심 있었던 활동에 직접 기여할 수 있어 너무 좋았고 보람있었다. 도심 한복판이나 주택가 등 바로 우리 주변에서도 충돌이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길을 걸을 때 인간의 시각으로는 보지 못했던 또다른 세상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글 : 용인 새친구 홍수린님

죽음의 유리벽 NO! 자유롭게 날 수 있게!
이제 안심하고 너희의 길을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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